2025년 6월 18일 수요일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게르 지붕에 부딪치는 빗소리에 잠에서 여러 번 깨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찬바람이 불어 옷깃을 세우게 했다. 기온은 11도, 하늘은 햇살이 조금 비추다 다시 구름으로 덮였다. 주변은 몽골 초원다운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었다.
짐을 싸고 7시에 아침을 먹었다. 이유식과 해장국으로도 이용된다는 죽이 나왔는데, 입에 잘 맞았다.
우리 일행은 스타렉스 3대에 4명씩 나눠 타고, 8시에 숙소를 출발하여 고비사막을 향해 남쪽으로의 여정을 이어갔다. 마른 초원에는 특정된 길이 없이 자동차 바퀴 자국으로 된 길이 10여 개 나 있었고, 길 자국이 나지 않은 초원으로도 가끔씩 들어서 달렸다. 시속 100km를 넘나들었다. 마치 오프로딩(off-roading)의 자동차경주 차량에 올라타 있는 느낌이었다.
중간에 양떼를 만나 차를 멈추고 사진 촬영을 하곤 했다.
9시 넘어 작은 마을에 들러 ‘아트 커피숍(Art Coffee Shop)’에 들어 커피를 마셨다. 아메리카노 2잔, 카페라떼 1잔, 32,900투그릭. 한화로 13,000여 원이었다. 이곳 물가를 고려할 때 비싼 편이었다. 카페 안은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벽에는 고대의 몽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관광객 전용, 그것도 한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1시쯤 음식점에 들러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음식점 옆에 있는 매점으로 들어가 보드카를 사려했으나 오늘은 술 판매 금지의 날이라고 했다. 몽골에서는 지역마다 한 달에 한 번씩 날을 정해 술을 팔지 않는데, 이 지역은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 했다.
2시 40분쯤 남부 제일의 도시 달란자드가드에 들러 대형 마켓에 들어가 물 2L와 과일을 샀다. 술은 역시 판매하지 않았다.
아침에 숙소를 떠나온 지 8시간 만에 400여km를 달려 바얀작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바얀작은 ‘싹사울 관목이 가득한 곳’이라는 뜻인데, 이곳 ‘불타는 붉은 절벽’에서는 공룡뼈・공룡알 화석이 다수 출토되었다고 한다.
고비사막은 몽골 남부에서 중국 북부에 걸쳐 펼쳐진 광활한 지역으로, 면적은 약 130만㎢에 이르고, 연 강수량이 100mm 내외에 불과한 건조 지역이지만, 중생대(약 2억~6천6백만 년 전)의 퇴적층이 잘 보존되어 있어 고대 생물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특히 네메그트 분지(Nemegt Basin), 바얀작(Bayanzag, 불타는 절벽), 투그르기인 시르(Tugrikiin Shiree) 등의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석 산출지로, 고생물학자들의 ‘성지 순례지’라 불린다고 한다.
고비사막의 화석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20년대 초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Roy Chapman Andrews)가 이끄는 중앙아시아 탐험대의 발견 덕분인데, 이들은 바얀작 지역에서 세계 최초로 공룡알 화석을 발굴하며 전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전까지는 공룡이 알을 낳는다는 사실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이 발견은 고생물학계에서 과학적 혁명이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육식 공룡, 초식 공룡, 조류의 조상 격인 공룡들까지 다수 발견되며, 고비사막은 단숨에 고생물학의 핫스팟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운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 뷰로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석양빛에 물들어 가면서 바얀작의 절벽은 정말 붉게 불타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하늘엔 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삼겹살 파티가 시작되었다. 12명의 여행객을 위해 가이드와 기사 3명이 모닥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굽고, 조명등 장치를 설치하여 멋진 이벤트를 마련해 주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은하수를 바라보면서, 서로서로 준비해 온 술을 나눠 마시며 가까워져 갔다. 오래도록 남을 아름다운 추억을 마련해 준, 고맙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11시가 넘어 숙소 게르로 돌아와서 소주를 마시며 친구들과 오래도록 얘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하늘에 떠 있는 총총한 별들이 게르 유리창을 지나 내 눈으로 가득히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