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파킨슨병을 앓는 유쾌한 심리학자가 인생을 즐기는 법 42
저- 김혜남(정신분석 전문의)
출- 갤리온
독정- 2018.3.17. 토
ㆍ나이 70, 뉴질랜드 시골 할아버지의 꿈은 미국 유타 주 보너빌에서 열리는 고속 자동차 경주 대회에 시속 200마일(32킬로미터) 넘게 달려보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처럼 오래된 초기 시속 56마일(약 90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1920년산 구형 오토바이를 고집한다. 그 꿈을 위해 이미 판매가 중단되고 고물상에 갔을 법한 구식 오토바이 ‘인디언’을 25년 넘게 낮이나 밤이나 쉬지 않고 개조해 온 할아버지는 자신을 따른 옆집 꼬마 친구에게 말한다.
“때로는 평생을 사는 것보다 5분을 빠르게 달리는 것이 더 소중할 때가 있단다.”
협심증으로 쓰러져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그는 꼬마에게
“가고 싶을 때 가지 않으면 가려고 할 때는 갈 수가 없단다. 그리고 너의 꿈을 따르지 않는다면 넌 식물이나 다름없어.”
그는 경비를 아끼려고 뱃삯 대신 요리를 하고 차 뒷좌석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차근차근 보너빌로 갔다. 정작 보너빌에 도착하자 사전 선수 등록이 안 되어 있다며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단다. “여기서 달리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다.”는 할아버지 열정에 반한 이들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시속 200마일에 도전한다. 그리고 보너빌의 너른 땅을 질주하여 꿈을 이룬다. 오토바이 1000cc 이하 급에서 시속 201.85마일(약 325킬로미터)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의 줄거리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영화 주인공 버트 먼로가 1967년 68세에 보너빌에서 세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신화로 남아 있다. 그는 우리에게 꿈을 이루는 나이엔 한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꿈과 도전이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 쓸모없는 꿈일 수도 있지만 버트 먼로는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내내 가슴 설레어했다. 현실을 핑계로 꿈을 미뤄온 건 아닌지, 포기해 버린 건 아닌지 돌아보자.
<발가락 하나>
영화 슈퍼맨에서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는 신인 배우였지만 영화가 성공하며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마흔두 살에 애마를 타고 장애물 넘기를 하다 그만 말에서 떨어지면서 목뼈를 다쳤다. 그는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사지 마비로 손가락 하나 가닥하지 못했다.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를 해 발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휠체어에 몸을 꽁꽁 묶고 발가락으로 휠체어를 조절하며 사화활동을 시작했다. 휠체어에 앉은 채 영화감독을 하고 1998년 영화 ‘이창’에 출연하여 얼굴 표정 하나만으로 연기를 해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삶을 헤쳐 나가는 유일한 방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자신이 가진 것들을 돌아보며 아직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거다. 내 경우엔 운 좋게도 뇌를 다치지 않아서 여전히 머리를 쓸 수 있다.”
ㆍ바르셀로나 어느 성 망루에 올라 석양을 보며 “아 참 좋다! 그치?”
했을 때 옆에서 ‘그러게 진짜 좋다!’ 며 맞장구 쳐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 외롭고 쓸쓸했다. “이거 너무 맛있다.”할 때 “그래.”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ㆍ 나이 든다는 것은 상실의 연속이다. 건강을 잃고 직업을 잃고 경제적 능력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과정이다. 여러 상실 중 견디기 힘든 건 자존감으 상실이다. 사회 주변으로 밀려나고 더 이상 맡아야 할 역할이 없어진다는 것은 노인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 그런데 이러한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되찾고자 욕심을 부리게 된다. 조그만 일에도 무시당하는 것 같아 버럭 화를 내고, 버릇없다며 아랫사람을 야단치고 노인을 우습게 한다고 불평이 많아진다. 스스로를 젊은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에 더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고 만다. 나이 들수록 욕심 많아지는 것은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불안과 살날이 얼만 남지 않았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은 젊음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젊음을 그 안에 간직하고 있다. 노인은 살아왔던 길과 살아가야 할 길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경험하고 그 풍경들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 기억들이 몸으로 배어 나와 사계가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나이든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노인이 되면 기억력 나빠지고 치매 오는 게 당연하다지만 사실과 다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꾸준히 활동하고 적당한 영양이 공급되면 지능이 80세까지 발달한다고 한다. 인생 후반부에도 충분히 변화하고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 모든 연령대가갸 그렇듯 노년기 역시 그에 맞는 발달 과제와 역할이 있다.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통합하여 미래에 전달해 주는 것이다. 이는 내가 죽어도 다음 세대를 통해 생명을 연속되며 세상은 존속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즉, 유한한 자신을 초월하는 일이다. 거창한 종교적 수련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 이외의 것에 관심 가지고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도리면 된다. 다른 사람의 기쁨에서 기쁨을 느끼고, 직접 관련 없는 일에도 관심 가지며 비록 우리가 거기 있을 수 없어도 내일의 세계들에게 쉴 곳을 주듯, 지혜롭게 나이든 노인들은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미래의 희망도 함께 전달해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주변을 보면 유명하지 않아도 눈에 띄는 업적을 이루지 못했어도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주변에 온기를 주는 노인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여보게 자네는 여전히 젊군. 그 비결이 뭔가?”
친구가 롱펠로에게 물었을 때 “저 나무를 보개. 이제는 늙은 나무지. 그러나 저렇게 꽃피고 열매도 맺는다네. 그것이 가능한 건 저 나무가 매일 조금이라도 계속 자라고 있기 때문이야. 나도 그렇다네. 나이가 들어도 매일 성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네!”
종종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 그려 본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상의 세세한 부분에 감탄하며 감사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할머니라면 좋겠다. 생의 불합리와 부조리라도 웃어넘기는 여유와 포용력을 가진, 다정하고 유쾌한 할머니라면 좋겠다. 손자 손녀가 힘들 때 마음 놓고 푸념할 수 있는 할머니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성숙해 나갈 나의 미래가 기대된다.
ㆍ 바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목록이다. 어원은 중세 교수형 집행 때 죄수를 뒤집어 놓은 양동이에 올라가게 한 다음 목에 올가미를 씌워 양동이를 걷어차 사형시켰는데 죽음을 뜻하는 속어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 dl 유래되었다. ‘버킷 리스트’ 말이 유명해진 것은 ‘버킷 리스트’ 영화 때문이었다. 주인공 카터는 역사학 교수를 꿈꾸었지만 자동차 정비공으로 힐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 다를 주인공 에드원드는 병원을 열 여석 개나 가진 억만장자인데 폐암 말기라는 선고를 받는다. 병원에서 같은 방을 쓰기를 거려하다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은 서로의 마음을 열어 카터가 신입생 시절 교수가 과제로 내준 버킷 리스트를 떠올리며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본다. 그것이 의미 없다며 버렸는데 에드워드가 그것을 발견하고 함께 실행해보자고 제안해서 스카이다이빙, 문신, 사냥, 자동차로 레이싱, 인도 타지마힐 방문, 눈물 날 때까지 크게 웃기,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되는 일 하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장엄한 광경 보기 등 그들은 병원을 나와 3개월 동안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실행에 옮기면서 잃어버렸던 삶의 열정을 되찾고 오랫동안 연락 끊었던 가족을 찾고 돌보지 않고 방치했던 자기를 찾으며 인생 의미를 깨달아 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고대 이집트인은 죽음에 대해 멋진 믿음을 가졌다. 신이 두 가지 질문 했는데 대답에 따라 천국행을 결정한다. 인생의 기쁨을 찾았는가? 자네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는가. 대답해 보게.”
ㆍ 로마 정치가 카토는 80세에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역사가 플루타르코스 역시 80세에 라틴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60을 넘겨 악기 연주를 배우기 시작했다. 90세에 생을 마친 미켈란젤로의 좌우명은 “나는 아직도 공부한다.”였다. 죽을 때까지 알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게 인간이다. 즐기려고만 한다면 공부야말로 기력이 달리고 활동 반경이 좁아지는 노년에도 인생을 재미있고 보람차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다. 젊은 시절부터 갈고 닦아야 한다. 호기심을 발동시켜 공부의 세계를 탐험해 봐야 한다.
연애는 먼곳에서 산을 구경하는 거라면 결혼은 그 산을 직접 오르는 거다. 멀리서 봤을 땐 몰랐던 상대의 장점, 결점을 속속들이 경험하는 게 결혼생활이다. 현실의 문제가지 겹쳐 싸우며 그 산을 올랐을 때 누릴 수 있는 편안함은 남다르다.
ㆍ삶은 경험이지 이론이나 해석이 필요없다. 삶은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한다. 매 순간 삶이 그대의 문을 두드린다. 기다리라 말고 문을 열저주고 시간을 내라-<짱자, 도를 말하다>에서
ㆍ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부서지기 쉬운 유한한 본성과 약점과 한 번뿐인 유일한 목숨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이고 그들의 인생을 예찬하는 것이다. 푸른 숲미 되려거든 함께 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