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2005년 01월 24일
동화댐 망향비 앞에서
김종원
눈 감으면 떠오르는
동구 밖 느티나무
기와집 뒤란에는
장독들 모여 앉고
지붕엔
박넝쿨마다
주렁주렁 열려라
눈 뜨면 시퍼런 물
물오리만 한가롭고
철없는 낚싯꾼들
태연히 앉았으니
백운천(白雲川)
드렝이 마을
어디 가서 찾을거나
어머니 살강 닦고
할머니 길쌈하던
정겹던 고향 집은
어디에 숨어 있나
물 위에
비친 달 보며
그 시절을 그리네
*드렝이 마을 : 전북 장수군 번암면 동화댐에 수몰된 마을
詩 풀이
지금 화자는 물 속에 잠긴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댐을 만들면서 수몰된 고향, 동구 밖 느티나무와 뒤란의 장독들과 지붕의 박넝쿨마다 주렁주렁 열리던 박들의 모습 속에 존재하던 순박하고 정겹던 고향집은 물 밑에 깊이 가라앉아 숨어 있고, 화자는 물 위에 비친 달을 보며 그 밑에 가라앉아 있을 옛날의 고향을 추억하고 있다. 화자의 삶의 터전이었고, 정신적 안식처인 고향을 상실한 허전함과 안타까움을 나타낸 작품이다.
김종원
전북 장수 출생. 1973년 《청야》시 ‘거울’ 추천. 1996년 《월간경향》수필 ‘비단 하니씨 거적 자손’ 추천. 1997년 《시조생활》 ‘광주풀이’ 신인상 등단. 시집 『그대 마음밭에 사랑 씨앗 심은 뜻은』『당신을 알고부터』『청매실 따는 날』 『동해로 오렴』등 출간. 강서문학상, 한국참여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