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통일을 위해서는 무력을 포기 못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통일을 위해서는 끝까지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어야 ...
한국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국정이념으로 채용하고 있다. 서로 갈라진 민족이 다시 하나의 국가로 합친다는 통일 정책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하지만 과연 통일을 하기 위해서 '무력' 즉 '전쟁'도 불사한다는 이 생각은 타당한 것일까?
모든 의지적인 행위에는 '목적'이 있고, 이 목적은 '좋은 것' 즉 '가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도 그것을 '의지적으로'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학적으로 볼 때, 가치란 우선적으로 상대적인 것이고 개별적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A가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B가 보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사람들 사이에서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면, 여기서 가치의 위계질서를 따져 보아야 한다. 즉 가치의 계열에서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것이 최상의 가치가 아니라면, 하나의 가치가 무조건 좋은 것일 수는 없다.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의 가치를 파괴하거나 포기할 수 밖에 없을 때, 이를 정당화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보다 상위적인 가치에 비추어 타당해야만 한다. 예를 들자면 민법과 상법이 서로 상충하고 있을 때, 어느 것을 우선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보다 상위법인 '헌법'에 비추어 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이 통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당사자 간에 서로 대화를 통해서 서로간에 동의와 일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무력(전쟁)'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러한 대화와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을 때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만사람들의 반대와 거부를 무시하고 대만을 전쟁으로 '일종의 흡수통일'을 하는 것이 타당한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통일을 한다면 당연히 좋은 것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통일 이후에 어떠한 좋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한들 전쟁은 그 보다 더 많은 수많은 가치를 파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소위 말해 '벼룩잡고자 초가삼간을 태워버리는' 그러한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국가간의 이러한 행위를 사람간의 행위로 비교해 본다면 너무 분명해 진다. 이혼한 두 사람이 다시 결합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만일 한 사람이 이 같은 재결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무력으로 다시 재결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아닐 것이다. 폭력은 그 어떤 인간관계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상호주관성'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고 또 '인권침해'의 문제도 있다. 한 사람의 인격을 무시하고 사람을 물건화시키는 '가치의 전도'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혼생활' '연애생활'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두 사람 사이의 행복을 전제하고 있다. 결혼생활이나 연애생활을 다시 사작하기 위해서 한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고 폭력을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시주석은 이러한 가치의 전도를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것일까? 그것은 공산주의의 세계관이 민주주의 국가의 세계관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가치의 체계가 여타의 현대사회의 윤리와 다르다. 그들에게 가장 가치가 있는 것은 '인간의 행복'도 아니며, '자아의 실현'도 아니며, '인민의 복지'도 아니며 더우기 '세계평화'나 '신의 뜻'도 아니다. 그들에게 최고가치는 공산당의 이념이다. 그래서 공산당이 정하거나 명령하거나 지향하는 것은 그 어떤 가치나 이유보다도 상위에 있기 때문에 그 어떤 행위도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말로 정당화시킨다. 다시 말해 보편적인 윤리도덕적인 기준에서 올바르지 않지만, 특정한 정치적인 목적(공산당의 목적)을 위해 올바른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산당의 목적을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이 정당화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가치의 전도'이다. 애초에 마르크스가 공산당의 이념을 선포하였을 때, 그것은 노동자 농민과 인민의 행복과 복지였다. 하지만 그 인민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서 수 많은 인민의 고통을 낳고 생명을 파괴한다면 이것이 곧 가치의 전도인 것이다.
중국과 대만이 통일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전제되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그것은 첫째, 양자간의 합의와 일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둘째,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이라는 불행한 수단은 사용하지 않는 다른 것이다. 그래서 시주석은 어쨌든 "통일을 위해서 절대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어야 했다. 그래야만 대만사람들이 대화의 장을 열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한다는 것은 곧 너희들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어라... 라고 말하는 것과 같고... 이는 십중팔구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공언하는 것과 같다. 이는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통일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하는 순간에 이미 미래의 전쟁은 예고된 것과 같다.
세계 평화는 현대사회에서 '최고의 선'과 같다. 민족의 번영이 세계평화보다 상위에 있을 수는 없다. 지금 러시아가 범하는 오류가 이것이다. 민족의 번영을 위해는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다는 가치의 전도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치의 전도'가 곳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올바른 가치의 정립과 복원이 그 어느 시기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