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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기나무 박 근모 떨어진 복자기나뭇잎을 시집 사이에 꽂아두었다. 시집의 한 구절이 크게 놀라서 번쩍 눈을 떴다 나뭇잎의 마음결이 시집 사이에서 푸른 옷을 붉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눈부시게 빠져나왔다.
너는 왜 그런 거니 왜 그렇게 변심하는 거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듦이 어떻게 자기뿐이라고 스스로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낮은 목소리로 말하노니 너는 복자기 복자기 그 이름 하나 만으로도 눈 부신거야 눈이 부셔 쳐다볼 수 없는 것이야
봄이 와도 복자기는 시집 사이에 누워 잊지 못할 구절들을 눈부셔 하면서 읽어가고 있었다 |
이름에 단풍이란 말이 붙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그 아름다운 빛깔만큼은 다른 단풍나무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 나무가 바로 복자기나무다.
다른 단풍나무들은 일반적으로 붉은색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복자기나무의 잎은 붉다 못해 주홍색에 가까운 편이다. 그냥 붉기만 한 여느 단풍나무들과는 그 느낌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오래도록 단풍잎을 볼 수 있는 나무다. 대부분의 단풍나무가 잎자루 하나에 잎이 하나씩 붙어 있는데 비해 복자기나무는 길쭉한 잎이 잎자루 하나에 3개씩 달려있다.
다른 단풍나무는 수피가 매끈하고 단단하지만, 복자기나무의 수피는 너덜너덜하게 벗겨진 모습을 하고 있어 물박달나무의 수피와 닮은 모습이다. 목재(木材)는 가구를 만들거나 무늬 합판을 만들 때 사용된다.
출처 : 장이기(2016). 이야기 숲에서 놀자. 프로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