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같은 인연
오르며 생각하며
1999년 5월 따스한 봄날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동료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 오름에 올라 가 보자는 제안을 한다. 와이셔츠에 구두를 신은 채 학교 앞에 있는 식산봉을 오른다. 키 큰 나무 작은 나무를 오가며 즐겁게 노는 새들의 청량한 목소리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올라가는 맛이란 이게 산행이구나. 산 같은 인연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몇 사람이 시작한 오름 산행 오르미가 탄생한다. 그 후 토요일이면 의기투합해서 오름을 오르기로 한다.
매주 토요일 2시면 어김없이 영락교회 주차장과 한라체육관에 번갈아 가며 배낭을 매고 등산복을 입고 모여든다. 오늘은 어디 오름을 갈까 날씨에 맞게 계절에 맞게 선정을 한다. 찌는 듯한 더위가 몰려 올 때면 족은노꼬메, 왕이메, 노루오름, 한대오름, 노리오름 그늘이 드리워진 숲길을 따라 청량한 바람을 가르며 콧노랠 부르며 오름을 오른다.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린 용눈이 높은오름 천아오름 등을 오른다. 오름을 오르며 내리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제주의 소중한 오름들을 가꾸고 보호하는 오르미들의 활동은 11년 동안 계속되었다. 처음엔 길을 몰라 가시에 찔리고 덤불을 헤쳐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를 몇 해 동안 고생을 했다. 그 흔적들을 차근 차근 모아 홈페이지에 적어둔다. 마침내 두분 오르미가 ‘오름 길라잡이’란 책을 한 권 만들었다.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필독서가 되었다. 368개의 올망졸망한 오름들의 위치 오름의 유래를 하나씩 풀어 나갔다. 옛 어른들의 오름 이름을 지을 때 지혜로움이 묻어나는 대목을 발견한 것이다. 오름 소재지가 어딘지 모르면 근처의 산소에서 비석 글을 찾아 그곳의 위치를 알아낸다. 이 책이 다 팔려 나갈 무렵 ‘오름 368’ 상하로 된 책을 만들었다. 점자도서관에서는 점자로 번역해 냈다. 이런 인연으로 장애우들과 손에 손을 잡고 오름을 오른다. 장애우들의 눈과 다리가 되어 8번째 손끝으로 읽는 오름행사를 이어 가고 있다. 이런 책을 만들어 오름을 알려는 사람들 오름을 오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이다. 2010년 10월 9일에는 회원 1천명 가입을 자축하는 600회 산행을 용눈이오름과 성산일출봉에서 이루어 졌다. 우륵소리라는 동호회에서 오름 정상에서 오름연가를 함께 불렀다. 이색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입산수도라는 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山으로 가는 길에는 登山이 있고, 入山이 있다.
登山은 땀흘리고 運動하는 山길이라면
入山은 궁지에 몰렸을 때 해답을 모색하고
구원을 강구하는 길이다.(入山修道)
등산과 입산 이번 주말에도 등산을 기다리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우리들 오름을 오르며 생각하며...
오름오르미들 회장 홍성은
http://orum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