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향을 실컷 흠향하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가늘지도 굵지도 않은 봄비다. 외출하기 불편할 정도의 수량이다. 꼼짝없이 오늘은 방안에 갇혀 지내야만 한다. 무슨 선견지명이 있었던지 어제 날씨 좋은 날에 벚꽃 구경을 하고 왔다. 하얀 설탕 덩어리 같이 포송포송 벚꽃은 마악 피어나고 있었다. 온통 전신을 하얀 도포자락으로 갈아입고 있는 놈도 있었다. 그만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외출을 삼가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 대면접촉을 피하라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기이한 것은 상춘(賞春)을 하면서 모두가 한결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정경이었다. 감염병에 옮을지언정 벚꽃 구경은 하고 말겠다는 결의가 얼굴에서 묻어났다. 적어도 자신만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사람들이 모르거나 잊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코로나19’는 불특정 다수를 매개체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다. 이를 사람들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어느 날 문득 어느 한 순간에 ‘코로나19’는 불청객이 되어 당신들을 방문할지 모른다. 이는 조용한 구석에 앉아 하늘에 빈다고 피해가는 것도 아니며, 호기롭게 건강을 자랑한다고 외면하지 않는다. 병원체는 병원체일 뿐이다. 숙주로 삼을 수 있는 환경과 맞닥뜨리면 거기에 기생하여 존재를 키워갈 따름인 것이다. 그것을 피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고 편리하다. 손을 자주 씻고, 오염된 환경을 피하며, 하잘 데 없이 사람들을 많이 접촉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상춘(賞春)이란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마주칠 밖에 없는 행락행위다. 그럼에도 이를 피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좋은 꽃향기와, 신선한 공기와, 폐쇄된 환경을 탈출해 나온 해방감이 그 어느 것보다 크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19’가 잦아들 조짐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음을 다잡고 장기전에 대비할 각오를 새겨둬야 할 노릇이다. 비록 하루일지언정 시원한 바깥바람과 벚꽃향을 실컷 흠향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는 한 방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삼락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