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이 필 즈음인 두 시쯤 수필을 사랑하는 수요반 선생님들의 모임이 시작된다. 옛적십자 병원 뒷골목 관덕정 좁게 난 길 쭉 따라 끝 3층에 허덕이는 숨을 몰아쉬고 도착하면 한비출판사에서 쏟아진 책 내음이 밥 냄새처럼 구수하게 느껴지는 수필 강의실이 정면으로 보인다.
글쓰기로 맺어진 인연. 모임방이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문화적 환경도 다르지만 저마다 일주일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한비수필학교 카페에 올리면 학교장님의 강의 후 자기 글 낭독과 수필학교장님의 비평이 촘촘히 우리들을 반긴다. 거의가 초보인 우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박식하고 솔직한 학교장님의 강의에 쏙 빠져든다. 과거 현재를 오르내리고, 미래를 내다보며, 웃음꽃과 함께 삶의 애절함이 막 피어오른다.
막간을 이용해 누군가가 사 온 커피포트에 누군가가 사 온 커피 또 누군가가 그날그날 가져 온 간식거리를 먹으며 한 주간에 안부를 주고 받는다.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글이 나온다. 따근따근한 글을 대하며 서로 잃었던 시간들을 되찾고 소박하고 맑은 글들속에서 희망을 건지고 위로도 받는다. 이 글 맛집은 누구도 뺏아 갈 수 없다.
1차 글 맛집이 끝나고 막간의 간식도 끝나면 다음 수필 제목을 받아 바쁜 문우는 서둘러 가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반월당 분수대 위 가격도 비싸지 않고 쓴맛이 구수한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못다한 얘기를 나눈다.
그 다음 차례는 범어시장 근처 칼국수집이다. 그곳은 가격도 적당하지만 시골 풋고추와 된장을 그득히 주는데 반하여 버렸다.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한다. 삭막한 도시생활 속에서도 엄마같이 넓고 푸근하고 칼국수 같이 따뜻한 정이 그리운 것이다. 수필을 더 잘 쓰기 위한 매개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隨愛水. 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곳. 그래서 메꽃이 피는 그 시간. 한비 수애수 그 맛집을 오늘도 달려가는 이유가 있다. (2400827)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