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행 (嬖幸 ; 남에게 아첨하여 사랑을 받음)
○自古小人伺人主之所好逢而長之.
예로부터 소인들은 임금이 좋아하는 바를 엿보아 가지고 비위를 맞추어 주고 그것을 조장하였다.
或以諛佞或以聲色或以鷹犬或以聚*{斂}或以土木或以技術皆有以投其所好而求中之也.
혹은 아첨으로, 혹은 음악과 여색으로, 혹은 사냥으로, 혹은 가렴주구(苛斂誅求)로, 혹은 화려한 궁전과 누각으로, 혹은 기예나 술법으로 모두 다 임금이 좋아하는 바를 뜻 맞추어 줌으로써 자기 목적을 추구한 것이다
高麗有國旣久憸佞嬖幸之臣亦多.
고려는 건국한 지 오래되었으므로 간사한 폐행(嬖幸)도 많았다.
今據舊錄作嬖幸傳.
이제 옛기록에 의거하여 폐행전을 짓는다.
유행간 庾行簡.
#高麗史123卷-列傳36-嬖幸1-庾行簡-001
○庾行簡父禀廉衛尉少卿
유행간의 부친 유품렴(庾稟廉)은 위위소경(衛尉小卿)이라는 벼슬을 지냈다.
行簡姿美麗穆宗嬖愛有龍陽之寵.
유행간은 용모가 미려하여 목종(穆宗)의 사랑을 받은 남색(男色)의 대상이었다.
驟遷閣門舍人每宣旨必先問行簡然後行
벼슬이 합문 사인(閤門舍人)으로 뛰어올라갔으며 매양 임금이 지시할 일이 있으면 먼저 유행간에게 문의한 다음에 명령하였다.
由是怙寵驕蹇輕蔑百僚頤指氣使近侍視之如王
이런 데로부터 그는 왕의 총애를 믿고 매우 오만하였으며 백관들을 경멸하고 그들을 턱과 낯빛으로 지시하였다. 이리하여 왕의 측근 신하들은 그를 왕과 다름없이 보았다.
知銀臺事左司郞中劉忠正本渤海人無他技能亦甚寵於王.
지은대사 좌사랑중(知銀臺事左司郞中) 유충정(劉忠正)은 본래 발해(渤海) 사람으로 별다른 기능이 없으면서 역시 왕의 대단한 총애를 받고 있었다.
王嘗以水房人吏分屬二人出入騶從僭擬無極王不豫行簡忠正並直宿於內宰臣請入寢問疾行簡傳旨曰:
왕이 일찍이 수방(水房) 인원을 이 두 사람에게 나누어 소속시켰으므로 출입 때의 추종(騶從)이 참월하게도 왕처럼 의장을 차리고 다니었다. 어느 때 왕이 병환이 났을 때 유행간과 유충정이 안에서 수직하고 있었는데 대신들이 침전에 들어가서 병 문안할 것을 청하니 유행간이 왕의 명령을 전하여 말하기를
"體氣漸平取別日召見." 宰相再請不許.
“몸이 점차 편안하여 가니 다른 날 부르겠다”라고 하고 대신들이 재삼 청해도 듣지 않았다.
王欲迎大良院君爲後行簡不欲迎立王慮事洩戒蔡忠順勿令行簡知之.
왕은 대량원군(大良院君)을 맞이하여 후계자로 삼으려 하였으나 유행간이 그를 맞아 세우려 하지 않았으므로 왕은 일이 누설될까 두려워하여 채충순(蔡忠順)에게 유행간이 알지 못하게 하도록 주의시켰다.
及康兆作亂殺行簡等七人.
그 후 강조(康兆)가 반란(亂)을 일으켰을 때 유행간 등 7명을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