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집
▣ 기획의도
2007년 우린 물 속에 잠긴다.
‘유진 오닐’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과연 이 제목을 듣고 누구나 베스트 드레서를 상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성희라는 작가를 통해 이 작품을 한국적인 재창작으로 이루어 냈다.
연극이 갖는 ‘드라마틱’한 힘을 잘 나타낸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는 작가 유진 오닐의 원작으로 풍부한 상징과 시적 수사를 지닌 언어를 가진
작품이다.
<물 속의 집>은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와 딸의 대립, 애증(愛憎)이 교착하는 가족관계를 그리며, 이렇게 꼬리를 물고 그 일족이 차례로 죽어가는...
마지막에 상복을 입은 딸이 혼자 저주받은 저택에 남게 되는 줄거리로 현대 비극의 모태 이며 극을 전개시켜 나가게 하는 밑거름이다.
작가 장성희는 ‘비극에서의 돌이킬 수 없는 ‘액션’은 다른 경우는
상정해볼 수 없다는 식의, 다른 활로는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는 고착상태의 비극의 감정구조를 충실히 담고 있다. 그리고 원작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는 자유주의 비극의 한 특성을 극명히 보여준다. 비극을 통해 강조되는 것은
인간관계의 고독과 상실이며, 그리고 그에 따른 인간 운명의 맹목성을 좇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적 틀을 완화하고 여성의 비극적 선택을 조명하고자한 이번 작품은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와 딸의 대립을 통해 관능적인 인간 내부에 사회적 인습과 윤리적 요구로 좀먹는 내면이 있다면, 그리고 일부분 서로
서로가 이를 용서 하고 연민하며 때로는 상대를 모방하면서까지 욕망을 이루려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의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 연출의도
세상엔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인간들이 있다.
오직 파국만이,
죽음만이 그들을 만나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유진 오닐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에서 그러한 인간들의 원형을 본다. 서로를 이해하고
납득하기에 힘든 관계, 단순화시키자면 금욕적인 인간형과 관능을 따르는
인간형의 대립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이 연극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와 딸의 대립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 만일
금욕적인 인간 속에 활화산 같은 관능이 꿈틀거리고 있으며 관능적인 인간 내부에 사회적 인습과
윤리적 요구로 좀먹는 내면이
있다면, 그리고 일부분 서로 서로가 이를 용서하고 연민하며 때로는
상대를 모방하면서까지 욕망을 이루려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는 <물속의 집>를 통해 이를 관찰하고 싶은 것이다.
* 연출 김도훈
- 극단 뿌리
대표
- 서라벌예대 연영과 졸업.
- 대표작) 유리동물원, 이성계의 부동산, 누군들 광대가 아니랴, 남에서오신손님 외 다수.
’86 한국연극예술상
’92 서울연극제연출상-누군들광대가아니랴‘
’97 서울연극제연출상-남에서오신손님‘ 수상.
▣ 작가의 글
- 작가
정성희
나는 이 작품을 1999년에 썼다. 한 극단 대표의 의뢰로 시작된
번안극의 형태였다.
그 때 나는 지금보다 젊었고, 서양의 희곡구조, 곧 한 순간의 (비극적) 방출을 위해 차례차례 논리적으로 구축해가는
남성적 극작술의 전통을 열심히 탐구할 때였다. 유진오닐의 텍스트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하나의 시학적 전범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또 이를 고쳐 쓰면서 그리도 구축과 밀도 위주의 극작술을
흠모했건만 자꾸만 이를 거부하는 내 안의 성향들로 힘들어했다. 갈등을 직접 촉발하거나 유발하지 못하고 되뇌임과 내면으로 삼키는 말법과 맴돌기,
안으로 고리를 감는 내 안의 어떤 여성적 글쓰기의 속성들이
도무지 폐기처분되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동안 <안티 안티고네>라는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했고, 최근에야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삼국유사 김유신의
여동생들의 관점에서 ‘매몽 설화’를 다시 쓴 <꿈속의 꿈>이 이제나 저제나 무대 위 목소리를
얻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속의 집>, <안티 안티고네>, <꿈속의 꿈> 3부작을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자기만의 말하기와 숨쉬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여자들의 이야기, 분열과 모순된
선택속에서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없었던 여자들의 번민을 받아 적고 있었던 것이다.
무대를 기다리면서 희곡은 참 볕을 기다리는 서랍 속의 씨앗이로구나 생각할
때가 있다. 많은 분들의 온기에 힘입어 마른 씨앗이 뒤늦게 싹을 틔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엘렉트라’의 손을 잡아주신 배우들, 기획과
스탭진들…. 연출선생님이 고군분투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누적해온 인연과 마음의 포인트를 <물속의
집>이 써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송구스럽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무의 지평에서 하나의 연극이 싹을 틔우는 일은
매번 기적이다. 그 기적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이 마음을 아주 오래 품고 가리라.
▣ 시놉시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군복무 중이던 아들 수영이 집으로 돌아온다.
외국에서 교환교수를 마치고 막 귀국한 아버지는 심장발작으로 돌연사 했다.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수택지(水澤地)에 지어진 양옥집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지반이 약해져 내려앉는다. 어머니 정연은 자신의 젊음을 유폐시킨 집을 증오하지만 한편으로 그 아름다움에 집착한다. 집을 감싸고 있는
저수지는 집안 기운을 항시 물안개로 음습하게 만들고 마을사람들이 삶의 고단함 때문에 몸을 던지는 자살처가 되어버린다.
정연은 남편이 없는 동안 집을 대대적으로 수리하기 위해 건축업자 김환을
집안에 들이는데 정연은 그와 사랑에 빠진다. 김환은 부도를 내고 쫓기던 중 이 마을에 흘러들어온 외지인이다. 딸 수경은 어머니 정연의 위태로운
불륜을 눈치 챈다. 수경은 김환을 마음속으로 은근히 연모하고 열망하던 터였다.
정연은 내심 죽음보다 더한 결혼생활의 파국을 원해왔지만 남편이 죽자 막상
새 삶을 살아야하는데 공포를 느낀다. 수경 역시 김환에 대한 맹목적인 소유욕과 가족이 파괴해버리는 데 대한 염려 때문에 어머니의 죄를 묻어두려
한다.
한편 이 과정에서 김환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그는 아버지의 의붓동생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아버지가 철저히 부정해온 집안 내력, 할머니의 불륜 사실과 자살 등이 밝혀진다. 불륜에 빠져 안락한 삶과 아들을 버린 바 있는
할머니는 말년 자신의 젊은 날 영화로움이 배어있는 이 집을 그리워하면서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김환은 성장해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회한으로 집
주변을 맴돌고, 형이 부재한 중에 그의 아내 정연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수경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정연에게 책임을 묻고 집요하게 추궁하지만
정연은 죄책감이나 슬픔보다도 해방감을 보인다. 그리고 정연 자신의 꿈, 이 집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서 이 집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꿈이
이루어졌음을 솔직히 기뻐한다. 딸은 어머니를 증오하고, 복수를 맹세한다.
수영은 수경이 계획한대로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하게 되고, 정연에게
집착하는 수영은 어머니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김환에게 살의에 가까운 적의를 품는다. 그리고 결국은 수경의 충동질과 획책으로 김환을 죽인다. 그날
밤 수경과 수영은 저수지에 김환의 시체를 유기한다. 정연은 이를 알게 되고 자유와 사랑, 모든 것을 주리라 믿었던 자신의 남자가 아들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망연자실할 뿐이다. 딸은 삶의 의지와 집착을 놓아버린 엄마의 모습에 희미한 죄의식과 연민을 느끼지만… 정연은
저수지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수영은 살인을 저지른 공포와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결국 자살을 택한다. 이제 이 모든 것을 초래한 딸은 홀로 남아 물 밑으로 가라앉는 집안에 스스로를 유폐한다.
▣ 작품해설
-
한국적번안
유진오닐의 원작에 담긴 인간의 애욕, 증오, 이로 인해 일으키는 죄악들은
시공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인간사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우리 정서 안에서 보다 가까이 해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본다.
20세기 초반 이
작품을 쓸 당시 유진오닐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인간관에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청교도적 금욕주의와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미국적
가족사의 그늘에 천착했다.
이를 우리식으로 어떻게 소화 흡수할 수 있을 것인가?
(1) 시공간이 이동
1865년은 2000년 시점으로 바뀐다. ‘뉴잉글랜드 어느 작은 항구도시의 교외
대저택’을 한국의 지방 소유 외곽에 위치한 저수지 부근의 한 저택으로 이동한다.
원작이 ‘운명’과 ‘배후의 힘’을 의식하면서 그리스
비극과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암시하기 위해 하얀 그리스 신전풍의 저택을 원작에서 설정했다면 재창작을 위해서는 물가의 허물어져가는 대저택으로
공간화 함으로써 한국적 ‘업’과 ‘한’의 파괴력 속에서 침윤되고 부식해가는 삶들을 그려낼 것이다. 한국 사회의 죄와 업 대부분이 ‘가부장의
억압과 그로인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썩어만 가고 있는 한의 문제’라는 인식을 ‘물속의 집’이라는 이미지로 번역하는 것이다.
(2) 정신분석학적 틀을 완화하고 여성의 비극적 선택을 조명한다.
원작이 정신분석학의 영향 아래
단순화시킨 인간심리,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오이디푸스 컴프렉스 등을 한국의 가족관 안에서 정서적으로 풀어 접근하려 한다.
원작이 갖춘 두
가지 면, 멜로드라마적 인물 구도와 위대한 비극성을 살리되 여성이 만일 남성이 부과한 윤리적 기준과 선택을 거부하고, 다른 방식의 선택을 한다면
어떤 결과와 인식에 다다를 수 있겠는가를 좇는다.
(3) 주변인물을 축소하고 ‘가족’관계로 압축한다.
원작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코러스로 등장시키고
딸과 아들 각각의 연인들을 설정함으로써 이야기를 여러 겹으로 짜나가는데 이 주변 인물들을 대폭 축소하고 가족구성원을 중심으로 드라마의 힘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럼으로써 한 가족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원형적 관계를 더욱 집중해서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 CAST
장두이 / 김환 役
경력사항: 現 인덕대학 방송연예과
교수
제4회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상 (연극 35년 인생)
제24회 한국
희곡문학 대상 (장두이 두번째 희곡집)
연극 “햄릿” / 파우스트” /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 / “Korean Shaman Chant” / “당나귀 그림자 재판” 외 다수
저서 “장두이 희곡집” / “장두이의 한국
연기 실습론” 외 다수
연출 -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 /
“한강수야” / “당나귀 그림자 재판” / “반갑다 친구야” /
“장두이의 황금연못” / “춤추는 파도” 외
다수
최영인 / 영산댁 役
경력사항: 1981년 기독교방송 성우실
입사
cbc행진 진행
CF
교육인적 자원부 광고
연극 - “작은사랑의 멜로디” /
“블랙코메디” / “이혼파티” / “북” / “일어나 비추어라” /
“신 살아보고 결혼하자” / “당나귀 그림자 재판”
/ “그여자의 소설” / “털없는 개” 외 다수
드라마 - “여명의 눈동자” / “누나”
외 다수
영화 - “식객” / “우리 읍내” /
“스카우트” 외 다수
주수정 / 정연 役
<경력사항>
공연예술아카데미 1기
우리극연구소 1기
KBS탤런트 공채
14기
드라마 “삼국기” / “바람은 불어도” / “TV소설 길” / “명성황후” / “장희빈” 외 다수
연극- “금관의 예수” / “아리랑” /
“해연” / “갈매기” / “오레스테스” / “장한몽” /
“2006 오이디푸스 더 맨” / “미스 앤 미세스”
/ “모노드라마 명성황후 - 내가 할말이 있다” /
“숙희 돌아오다” / “상이” 외 다수
정난희 / 미친여인 役
<경력사항>
연극 - “등신과 머저리” / “바다의
노래” / “당나귀 그림자 재판” /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거울 이야기” 외 다수
김원주 / 수영 役
<경력사항>
연극 - “서바이벌 캘린더” / “아주 이상한 기차”
/ “별” /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모나리자”
/
“페드라” / “리아우” 외 다수
김진이 / 수경(엘렉트라) 役
<경력사항>
연극 - “황순원의 소나기 그리고 그
이후” / “그여자 사람잡네” / “어둠의 힘” / “베이비시터” /
“뜻대로 생각하세요” / “서쪽나라에서 온 플레이보이”
/ “아이시떼르” 외 다수
뮤지컬 - “피아노 살인” /
“러브메이커” / “화성에서 꿈꾸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