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평야를 넘어 김제에 이르다(군산 김제 29km)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끼었는지 날씨가 흐릿하다.
일기예보로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오늘과 내일 전국적으로 비가 올 것이라고 한다.
아침식사는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굴국밥을 들었다. 매생이국에 굴이 들어간 셈, 서울 출발할 때 나까무라 스스무(71세)씨가 매생이음식이 어떤 것이냐고 물어서 걷는 중에 먹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는데 실물을 접한 셈이다. 나까무라씨는 공주에서 넘어져 인대가 파열되어 며칠째 승합차로 이동 중이다. 작년에도 다리가 불편한데도 열심히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빨리 쾌차하여 함께 걷기를 기원한다. 반면에 오시카와 코조(74세)씨는 작년에 허리가 아파서 여러 차례 승합차를 이용하였는데 금년에는 고령에도 기수 노릇을 열심히 하며 뚜벅뚜벅 잘 걷는다.
오전 8시에 군산시청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김제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시내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간선도로의 벚나무는 아직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아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주 - 군산간 벗꽃길을 감상할 수 없어서 유감이다. 두 시간쯤 걸으니 군산시 대야면에서 전주, 익산가는 길과 김제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이때부터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빗줄기가 굵어진다. 김제방향으로 한 시간쯤 걸으니 만경대교를 기점으로 김제시 청하면이 나온다. 11시 조금 지나 면소재지에 있는 '들녁한우방'이라는 음식점에서 육회비빔밥으로 이른 점심을 들고 11시 50분에 서둘러 오후걷기에 나섰다. 가능한대로 빨리 김제에 도착하는 것이 우중의 힘든 여정을 마무리 할 것으로 여겨서.군산경찰과 김제경찰이 위험한 국도를 안전하게 에스코트해주어 고맙다. 요즘 엉성한 치안으로 경찰이 혼나고 있는데 시민의 안녕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임무인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점심 때 커피를 한 잔씩 뽑아주었다.
청하면을 지나니 만경읍이다. 유명한 호남평야는 김제, 만경들녁을 일컬음 아닌가. 만경읍을 거쳐 백산면 경계에 이르니 멀리 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지평선이 나타난다. 우중에도 간식은 거르지 않는다. 도로변의 버스정류장 좁은 공간에서 먹는 여러 종류의 경단과 오렌지가 꿀맛이다. 김제 시내초입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김제시와 김제시체육회 명의의 '환영, 한국일주한일우정걷기대장정'이라고 쓴 환영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모두들 고마움을 표시하며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몸을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컴퓨터를 켜니 광주의 친지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일이 들어왔다.
'교수님!
메일을 보며 사모님이랑 두분이 건강하게 걷고 게신 것 같아 기쁘네요.
오늘은 비가 내려 행사는 어떻게 되는지 궁굼하고 내일도 비가 내린다는데-----,
저도 지난 일요일 여수 사도를 다녀 왔는데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더군요.
산천도 아름다워 개나리, 진달래, 벚꽃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어요.
교수님의 걷는 시간도 이런 자연의 매력이 함께해 즐거우실거라고 생각합니다.
4월 한달 동안 두분께 건강과 즐거움이 함께 하길 기원할게요.'
첫댓글 식물들에게 좋은 비지만 걷기행사에는 얄궂은비로군요.ㅋㅋ
모친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