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 주 매디슨 외곽에는 벽돌로 낮게 지은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바로 미국 지질조사국 국립야생생물보건센터(NWHC)의 격리 동으로 야생 동물 질병 백신의 개발을 전담하는 연방 연구 시설이다.
건물 내부에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만든 복도가 동물 격리 동을 빙 돌아 나 있고, 이 복도를 따라 완전히 밀폐된 실험실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각각의 실험실에는 두꺼운 창문이 달려 있어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 실험실은 톱밥과 굴처럼 생긴 파이프를 비치해 프레리도그(북미 대초원 지대에 사는 다람쥣과 동물)의 서식지와 비슷하게 꾸며 놓았다. 녀석들은 페스트의 원인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의 백신 실험용에 쓰인다. 다른 실험실에는 새장 속에 금화조들이 갇혀 있는데 녀석들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백신을 연구하는 데 꼭 필요하다.
또 다른 실험실 두 곳은 동면 중인 박쥐들을 위해 어둡게 해놓았다. 첫 번째 암실에는 흔히 작은갈색박쥐로 불리는 ‘미오티스 루시푸구스’라는 박쥐 종이 들어 있다.
녀석들은 실험 대조군(실험 결과 대조 시 표준으로 삼는 그룹)으로 사용된다. 두 번째 암실은 ‘게오미세스 데스트룩탄스’라는 균에 감염된 녀석들을 수용하고 있다. 원인 미상의 사상형 이 흰색 진균은 2006년 북아메리카에서 서식하는 박쥐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진균은 불과 4년 만에 뉴욕 주와 버몬트 주를 비롯한 그 밖의 여러 다른 주(州)들과 캐나다 지역에서 동면 중인 박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