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회 정기답사
내도 동백숲길과 에코섬 연대도
2016년 3월 23일(수)-24일(목)
거제 내도, 동백꽃 사뿐히 ‘즈려밟고’ 걷는 길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에서 볼 때 바깥에 있는 섬을 외도,
안쪽에 있는 섬을 내도라 부른다.
내도는 작고 한적한 섬이다.
25만 6000㎡에 9가구 13명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해안선이 3km 남짓한 섬에는 그 흔한 자동차나 오토바이도 없다.
외로울 만큼 한적한 이 섬이 봄이면 동백꽃으로 몸살을 앓는다.
내도가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2011년 전국 10대 명품섬으로, 이듬해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선정되었다.
명품마을은 국립공원 내에 자연 생태와
문화적 특성을 보전한 아름다운 마을이다.
내도는 관매도에 이어 2호 명품마을로 지정되면서
내도 원시림을 걸어서 돌아보는 탐방로를 만들었고,
바다와 원시림이 어우러진 명품길이 입소문 나고 있다.
내도에 가려면 구조라유람선터미널에서 배를 탄다.
구조라보건소 바로 앞에 있는 도선장에서 하루 다섯 차례 배가 떠난다.
배 타는 시간은 10분, 몸을 싣기 바쁘게 내도에 도착한다.
섬에 내리면 반달 모양으로 펼쳐진 몽돌 해변이 가장 먼저 인사한다.
파도에 몽돌이 구르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다.
몽돌 해변을 끼고 마을 앞을 지나면 내도 명품길 입구가 보인다.
길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동백 숲이다.
커다란 동백나무들이 모조리 꽃망울을 터뜨린 채 푸른 바다를 향해 활짝 웃는다.
길은 바다를 등지고 언덕으로 향한다. 언덕을 오르며 원시 동백 숲이 와락 안는다.
순간 숨이 턱 막힌다.
수천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자연 앞에 심장은 잠시 묵념을 올린다.
수령 100~300년이나 되는 동백나무가 섬을 뒤덮는다.
동백 숲이 좋아 꽃이 없는 계절에 찾아도 괜찮을 것 같다.
12월부터 하나둘 피기 시작하는 동백꽃은 3월 초면 제법 붉게 물들고,
3월 중순에 절정이다.
빨간 동백꽃이 다투어 피어 머리 위에도, 발아래도 동백꽃 천지다.
내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동백은 토종 동백이다.
작은 통꽃이 뚝뚝 떨어진 모습이 처연하고 아름답다.
동백꽃 꿀을 좋아한다는 동박새,
내도에 동백꽃이 피면 동박새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하다.
걸음을 멈추고 나무를 살펴보면,
이 꽃 저 꽃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동박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명품길에는 동백 숲만 있는 게 아니다.
햇살이 쪼개어 들어오는 촘촘한 대나무 숲,
하늘 높이 뻗어 오른 편백 숲,
여자나무와 남자나무가 나란히 선 소나무 숲도 있다.
길 중간중간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면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마을 반대쪽 섬 끝에는 연인길이 있다.
연인이 손잡고 걷기 좋은 길이다.
연인길 끝에는 신선전망대가 기다린다.
동백 숲을 벗어나 바다로 내앉은 전망대는 봄 바다를 감상하기 좋은 자리다.
붉은 동백꽃에 취해 봄빛에 너울거리는 바다가 그곳에 있다.
푸르면서도 따뜻하고, 눈부시면서도 온화하다.
배 시간만 아니면 지겹도록 바라봐도 좋다.
외도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보이고,
그 뒤로 해금강 풍경이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쓰시마 섬(對馬島)까지 볼 수 있다.
마지막 전망대인 희망전망대를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마을 안길을 지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어느 길로 가도 선착장에 닿지만, 대부분 바다 쪽 길을 택한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내도 명품길은 2.6km, 보통 걸음으로 한 시간 반쯤 걸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바다와 숲,
원시림과 동백꽃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2016.3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기사 중)
내도앞에 자리한 공곶이수목원의 수선화
통영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탄소 제로에 도전하는 국내 최초의 에코아일랜드,
연대도는 40여 가구, 주민 80여 명이 전부인 작고 호젓한 섬이다.
4km 남짓한 섬 둘레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데 두세 시간이면 충분한 크기다.
미륵도 남단의 달아선착장에서 30명 정원의 섬나들이호가
하루 네 번 연대도를 드나든다.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근래
연대도에는 외지 손님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목적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화석 에너지 제로의
에코아일랜드를 배우고 체험하는 것이다.
시민단체 ‘푸른통영21’이 연대도를 에코아일랜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것이 2009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설
득과 의견 수렴을 위한 수백 차례의 회의를 거쳐
2011년 3월, ‘국내에서 가장 못생긴’ 태양광발전기가 완공됐다.
현재 이 발전기가 연대도 전 세대에 전력을 공급하는데,
쓸 만큼 쓰고도 남아돈다고 한다.
2011년에는 마을회관을 겸한 비지터센터가
공공시설로는 처음으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로 지어졌다.
패시브하우스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지열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 에너지만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착한 건물이다.
2012년 4월에는 13년 전 폐교가 결정된 후
주민들이 대출까지 받아 힘들게 구입해 두었던
옛 조양분교가 멋진 ‘에코체험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연대도는 원래부터 있던 길을 정비해 섬의
5부 능선을 따라 도는 2.2km의 산책로도 만들었다.
길 이름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지었다.
이름은 ‘연대지겟길’로 결정이 됐다.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길이니 지겟길로 하자는
한 어르신의 제안이 채택된 것이라고.
1년에 세 번, 전 구간의 잡초를 제거하는 등 손을 보고 있지만,
풀 베는 속도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질 못해 걱정이다.
태양광발전소 입구에서 출발해
에코체험센터 쪽으로 나오는 길이 쉽고 경관도 좋다.
집집마다 담벼락에 걸린 문패는 연대도만의 자랑이다.
집에 문패가 달린 것이 무슨 자랑이냐고? 보면 알겠지만,
연대도의 그것은 이름만 달랑 적힌 보통의 문패와는 다르다.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화초를 좋아해서 목부작을 잘 만드는 이상동 어촌계장의 집입니다.
말이 없어서 답답할 정도지만 사람 좋은 집.”
“윷놀이 최고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
목소리 크고 음식 솜씨 좋은 아내 손재희,
연대도 개그맨 서재목 씨가 달리기를 잘하는 김동희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
“허우두리 할머니댁. 연대도에서 태어나 연대도로 시집 오셨습니다.
시금치, 마늘, 밭농사를 지으십니다.
젊었을 때 한 미모 하셨답니다.”
하나하나 읽으며 마을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고이고,
얼굴 한 번 마주친 적 없는 집주인이 마냥 친근하게 느껴진다.
(2012. 10.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기사 중)
연대도의 문패가 재미있고 특이하여 유명하다.
첫댓글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한번 따라가고 싶지만 잘 안되네요.
내도에도 동백이 무척 많은가보네요.
공곶이수목원도 많이 들어본 곳입니다.
이렇게 사진과 함께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