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
文 熙 鳳
아버지의 말씀 중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은 복을 받는 일이라고. 그래서 아버지는 안에서는 무척 엄하셨고, 밖에서는 많이 유(柔)하셨는지 모른다. 어머니하고 가끔 말다툼을 하시는 것 중의 하나는 어려운 사람에게 남의 장리 쌀을 얻어주고, 그 사람이 갚지 못하면 아버지가 대신 갚아주는 것 때문이었다.
그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가여웠으면 없는 살림이었지만 그리 하셨겠는가 이해가 된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많이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전유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선인들은 덕을 쌓은 사람은 복을 받고, 정을 쌓은 사람은 사랑을 받는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던 것 같다.
일생을 마친 다음에 남는 것은 우리가 모은 재산이 아니라 우리가 남에게 준 정신적인 것들이다. 악착스럽게 모은 돈이나 재산은 그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지만 숨은 적선, 진실한 충고, 따뜻한 격려의 말 같은 것은 언제까지나 남아 세상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있으니 말이다.
한 대학생의 지혜로운 봉사가 한 생명을 살렸다고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소개된 실화가 나를 감동케 한 일이 있다. 미국의 한 중환자 병동에 아주 심한 화상을 입고 생사의 기로를 헤매는 십대 초반의 어린 소년이 있었다. 자원봉사차 나온 대학생 한 명이 이 환자에게 중학교 2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문법의 동사변화를 매일 들려 줬다.
어린 환자가 그 뜻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순진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한 동안 열심히 들려 주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정을 내렸던 의사들도 놀랐다.
소년의 상태가 기적같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한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끈질긴 봉사의 손길이 있었다. 그 환자는 어렴풋이 들려오는 자원봉사자의 음성을 듣고 자신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의지를 키운 것이다. 사랑의 봉사, 사랑의 헌신은 이와같이 사람을 살리는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영혼 깊은 곳에 꿈과 희망의 수맥이 넘치듯 흐르는 사람은 그 어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거친 사막도 옥토로 바꾸고, 외딴 섬도 수목원으로 바꾼다.
적선, 충고, 격려의 말은 물질적인 것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재산이,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만도 아니다. 지위, 재산, 명예가 있어야 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주변의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는 마음이 있으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