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2회 등산 성주산(677m) 2023-15
(충청남도 보령시 성주면과 청라면 경계)
2023년 6월 17일(토요일) 맑음
하늘처럼 되기를 바라는 성인(聖人)이 사는 산!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지혜롭고 올바로 사는 것인가. 인생을 사는 지혜와 자세는 무엇일까? 사람이 자기의 인격과 마음을 성심성의껏 갈고 닦고 착한 일 많이 하면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인 성인에 도달한다고 한다. 성인은 하늘을 본받는다. 하늘처럼 넓고 크고, 밝기를 바라는 것이 성인의 자세이다.
성인 성(聖)자에 살 주(住)자를 써 성인이 사는 산이란 뜻이 있는 성주산은 보령시를 상징하는 산이다. 이 세상 최고의 인물인 성인이 자연을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곳이 성주산이라고 생각한다. 대천해수욕장 등으로 유명한 보령시를 수많은 탐방객이 해수욕장을 찾아오고 있지만, 성주산 등산은커녕 성주산이 있는 것조차 몰라 안타깝다.
성주산은 고산 분위기를 자아내고 부드러운 산세를 지닌 음산(여성산)이다. 심산유곡인 심원골을 비롯하여 자연휴양림이 조성된 화장골 등은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조화를 이뤄 피서에 적당하다. 산세는 청천저수지를 내려다보는 성주산 서봉부터 동쪽으로 왕자봉, 장군봉(정상), 문수봉, 문봉산의 주 능선이 산 병풍을 두르고 주 능선 좌우를 좌청룡 우백호의 산줄기가 길게 뻗어 성주산 자락은 철옹성 같다.
특히 성주산 남쪽 평지에는 규모가 큰 보령 성주사지가 지금은 4기의 탑만이 옛 영화를 웅변하고 있다. 성주사는 백제 법왕 때 오합사로 창건됐고 통일신라 문성왕 때 낭혜화상이 절을 크게 중창하면서 성주사라고 하였다고 한다. 보령 성주사지 절터에는 남쪽부터 차례로 중문처, 석등, 5층 석탑(보물), 금당 건물과 그 뒤에 동서로 나란히 서 있는 동 삼층석탑(보물), 중앙 3층 석탑(보물), 서 삼층석탑(보물)이 있고 그 뒤에 강당이 자리하고 있다.
최치원이 쓴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국보)는 절의 북서쪽에 있고 신라 비석 중 가장 큰 작품으로 매우 중요한 학술 가치를 지닌다.
성주산의 산줄기는 금북정맥의 최남단 백월산(560m)부터 시작한다. 백월산서 금북정맥을 이탈하여 남쪽으로 가지를 친 성주지맥 산줄기가 성태산(624m)과 문봉산(633m)을 들어 올리고 난 다음 백월산부터 약 7Km 거리에 성주산을 솟구친다. 성주산을 빚은 성주지맥 산줄기는 약 29Km를 더 뻗으며 옥마산(602m) 봉화산(323m) 잔미산(417m) 등을 빚고 남은 여맥을 웅천에 가라앉힌다.
이정표 푯말
성주 상수도 정수장이 있는 물탕골에서 산행을 시작한다(10:00). 대전에서 왔다는 산객과 동행하여 시멘트 도로로 되어 있는 임도를 따라 나아가니 금방 성주산 고스락(정상)인 장군봉 1.8Km, 문봉산 정상 3.6Km, 성주리 1Km란 푯말이 반긴다. 조금 더 진행하니 장군봉 1.3Km, 심연동 0.5Km란 푯말이 서 있다. 포장된 임도 길이 끝나는 곳에 왼쪽으로 등산 리본이 달려 있다. 이곳으로 진행하면 최단 시간 내 고스락을 밟을 수 있지만, 산을 길게 타기 위해 임도 길을 따라 직진해서 나아간다.
여전히 완만한 임도 길로 올라선 곳에서 임도는 완만한 내리막길이 된다. 지도를 펴고 나침판을 고스락에 맞춘다. 얼마쯤 내려선 정자가 있는 곳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좁은 산길로 산에 올라간다. 조금 가팔라진 길로 성주지맥 네거리 안부에 가볍게 올라선다(11:00). 이곳은 성주산과 문봉산의 중간지점이다. 장군봉 0.9Km, 문봉산 0.9Km라고 쓰인 푯말이 서 있다.
이어 완만한 능선을 타고 산에 올라간다. 능선 주변에는 잘생긴 조선 소나무가 자주 나타나 산의 운치를 더해준다. 장군봉-문수봉이라고 쓰여 있는 안내 탑을 지나 점점 가팔라진 길로 멋진 소나무가 있는 쉼터에 올라선다.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라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는다. 쉼터를 뒤로하고 등산을 이어간다. 작은 바위가 촘촘히 늘어선 험한 길에는 밧줄이 매여 있다.
성주산 역암
진안 마이산과 비슷한 성주산 역암을 지나 문수봉에 올라선다(12:00). 성주산 고스락이 나무 사이로 조망된다. 계속하여 완만한 능선 길로 내려서다가 오르막이 된 길로 험한 바윗길을 거쳐 고스락에 올라선다(12:10). 정상의 조망은 보통으로 열린다. 동쪽으로 칠갑산을 비롯한 청양의 산이 조망되고 남쪽은 아미산과 만수산이 뚜렷하다. 북쪽은 충남 4봉 오서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상을 뒤로하고(12:35) 성주지맥을 이탈하여 남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산에서 내려간다. 밧줄이 달린 험한 급경사 능선 길로 진행한다. 산길은 마사토가 아닌데도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17분쯤 내려선 이정표(심연동 1.3Km, 장군봉 0.5Km)가 서 있는 곳에서(12:52)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서니 임도가 나타난다.
정상의 전망(만수산과 아미산 등이 조망된다)
잘 살펴보지 않고 오른쪽임도 길로 진행한다. 한데 임도 길은 계속해서 완만한 오르막길이 돼 산 능선을 향하고 있어 뒤돌아 내려선 곳으로 돌아오니 직진으로 작은 길이 희미하게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니 금방 처음 올라왔던 임도가 나타난다. 이제 임도를 따라 등산한 길을 역으로 그대로 되 내려가 즐거운 산행을 마친다(13:35).
차를 타고 운행하다가 보령 성주사지 구경을 한다. 성주사는 대단한 규모의 절이 틀림없었다. 지금은 외로운 탑만이 성주사를 지키고 있지만,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느껴진다. 이곳에서 바라본 성주산 남봉(571m) 도 볼만하다. 성주사가 옛 모습으로 복원이 되면 좋겠다.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쉼터 의자에서 성인이 사는 성주산 산행을 돌아보며 사색해본다.
성주사지서 바라본 성주산 남봉(571m)
내 이름의 가운데인 성(聖)자는 뜻이 깊다. 이(耳)와 구(口)와 왕(王)의 세 글자로 구성된다.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성인이라고 한다. 성자는 글자의 획의 순서에 있어 귀가 먼저요. 입은 나중이다. 성인은 먼저 들은 다음에 말을 하고 마음의 귀를 가지고 소리 없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마음의 귀로 지혜의 소리와 양심의 소리를 듣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겠지만 부단히 정진하면 사람다운 사람답게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