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윤찬 & 파보 예르비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 예당 공연 후기
작지만 강한 에너자이저 "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
극강의 에로티시즘 "임윤찬 쇼피협"
앵콜 미쳤다 ~ " 시벨리우스 슬픈 왈츠 "
오늘 공연 키워드는 이것으로 부족합니다
이렇게 에로틱한 쇼피협은 들어 본 적이 없었고
강한 리더십안에서 자유롭게 뛰놀게 하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와
현악부, 관악부 모두 다 극강의 절제미와 풍부한 사운드를 장착한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는 캄머(Kammer)가 아닌 필하모닉이었습니다
파보 예르비 &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의 최근 내한공연을 보면
2015년 김선욱 슈만 피협 &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 슈만 교향곡 4번
2018년 힐러리한 모바협 5번 &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 슈베르트 교향곡 9번
2022년 클라라 주미강 베바협 &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 하이든 교향곡 96번 & 베토벤 교향곡 8번
그리고 올해는
2024년 임윤찬 쇼팽 피협 2번 &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 모짜르트 교향곡 41번
이것만 보아도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는 고전과 낭만주의 음악 모두 다 되는 악단이라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실연으로 들어보니 파보 예르비가 2004년부터 20년간 도이치 카머필하르모니의 예술감독을 맡아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낸 음악적 교감과 탁월한 음악적 완성도를 어김없이 오늘 한국 관객에서 보여주었습니다
과연 이 악단이 '캄머(Kammer)' 가 맞습니까? 라고 반문할 만큼 필하모닉의 웅장함을, 그리고 절묘한 실내악의 섬세함을 다 보여주었습니다
정단원이 40여명 뿐인 챔버 오케스트라인데 자유롭고 열정적인 예르비의 지휘 아래 그들은 풀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소리를 냅니다
21세기 지금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핫한 연주자 "임 윤 찬"
아 그는 예상을 초월, 아니 증명하는 잊지못할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의 손끝은 피아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맞습니다
이제 그의 연주가 어땠는지 풀어보겠습니다
오늘 프로그램은 제목만 들어도 익숙한 곡들이지만 이 모든 프로그램이 여태 들었던 그 곡들이 아니었습니다
1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서곡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웅장하고 다채로운 음색을 앞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처럼 깔끔하고 당당합니다
시작부터 기대감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등장합니다
하얀 색 보우타이 위로 얼굴에서 광채가 납니다
제 자리가 오늘 아주 안좋은 자리인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좋은 자리였어요
연주내내 전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다채로운 얼굴표정을 다 보면서 그의 연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1악장 명징한 첫음으로 시작되는 화려한 듯 수줍은 듯 굴러가는 첫 프레이즈에서 그의 피아노가 어떻게 펼쳐질 지 짐작이 됩니다
주저하지않고 표현을 절대로 감하지않고 다 보여주겠다는 의지랄까요
미끄리지듯 당기듯 음이 귀 속으로 파고듭니다 예상보다 훨씬 더 착 감기는 소리에 가슴이 뜁니다
그리고 그는 입으로도 가만가만 읖조리고 미소로도 음을 새겨줍니다 아 두근거리는 이 마음을 어쩌나요~
이 두근거림은 2악장에서 폭발합니다
2악장...... 아 이렇게 에로틱할 수가......
전 잠시 깊은 사랑에 빠졌다 나온 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는 2악장의 도입부가 이렇게 설레도 되는지....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해서 폭풍같은 희열을 맞이하고 만 연인들처럼 2악장 내내 사랑하는 이가 제 온 몸을 핥아주는 듯 피아노의 울림이 뜨겁게 모든 감각을 자극합니다(너무 야해서 죄송)
2악장 중반부 부터는 눈물이 맺힙니다
너무 아름다와서 가슴이 뜨거워져서 그리고 이런 경험이 행복해서입니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2악장이 지나니 빠른 박자의 3악장에서는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얼마나 잘 요리하는지 그리고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가 얼마나 협연자를 돋보이게 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스케일은 정말 리듬의 완급과 볼륨의 강약이 어마어마하게 자연스러운 패턴으로 뿜어져 나와서 감각적으로 빨려들어갑니다
그 와중에 극강의 피아니시모과 강력한 타건으로 찍어내는 포르테의 대비는 역동미를 극대화시키고 그러다가 다시 혼이 깃든 듯한 섬세한 터치로 돌아가고 ..... 내내 그 롤러코스터같은 피아니즘에 마음을 다 뺏긴 채 관객들은 눈과 귀를 뗄 수가 없습니다
기립박수에 환호에 그러나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다시 수줍은 조금은 어색해하는 청년이 되어 인사를 하고 다시 나와 들려주는 앵콜곡 "골드베르크" 가 시작됩니다
일전에 들었던 손민수님의 골드베르크가 푹 익어서 형언할 수 없는 감칠 맛의 김치라면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골드베르크는 아직 살짝 덜익었지만 너무 맛있는 생김치같은 느낌이었어요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까지 들은 그의 연주는 한동안 잊지못할 것 같습니다
2부가 시작됩니다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 를 이제 도이체 카머필하르모니가 파보 예르비 지휘자가 등장하자마자 뜸들이지 않고 바로 시작합니다
파보 예르비는 포디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바로 시작하는 스타일인데 저러다 첫음을 놓치는 단원이 있겠다 싶을 정도로 여유없이 하는데 아무도 놓치지 않습니다
그들의 합은 지휘자의 손끝에서 일사분란하게 착착 맞습니다
파보 예르비는 큰 틀의 지휘를 하는 스타일인데요
곡 전체의 리듬과 박자는 정확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저어주는 지휘를 하면서 세부적인 각 파트의 독주나 부분적인 디테일은 포인트만 짚어주면 단원들이 자유롭게 하도록 두는, 즉 절대적인 큰 틀의 흐름은 단단히 잡고 엄격하되 자유를 인정하는 놀라운 지휘자였습니다
모짜르트 41번 <주피터> 1악장은 무척 익숙한 선율이고 전개 자체도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와서 전곡이 임팩트있게 끝나자 너무 몰입한 일부 관중의 박수가 살짝 나왔는데 파보 예르비 지휘자는 유머있게 손짓을 하는 해프닝이 있었죠
2악장에서는 그야말로 도이체 필하르모니의 현악부의 최고기량을 확인하게 됩니다 1부 돈 조반니 서곡에서는 현악파트 소리가 좀 가볍고 음량이 부족한 듯 들렸는데 아니었습니다 고음현, 저음현 다 합해도 23~24명 정도인데 어떻게 저렇게 꽉 찬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2악장에서 현악파트의 활약이 대단했고
저는 오늘 모짜르트 41번에서는 2악장이 가장 좋았습니다
3악장은 관악파트 솔로가 많았는데 관악파트는 1부에서부터 무척 소리가 안정되고 볼륨도 커서 상대적으로 현악부가 작게 들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관악파트는 금관, 목관 모든 주자가 개개인이 다 솔로주자인 듯 잘해서 음이탈 한번도 없고 오케스트라 전체의 풍성한 사운드를 단단히 책임져 준 대단한 관악파트 였어요
4악장에 도달하니 전파트가 파보 예르비의 품 안에서 최고의 기량으로 각자의 몫을 다하면서도 서로와의 조화를 놓치지 않는 그야말로 실내악을 뛰어넘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당당한 스케일로 클로징을 하자 기립박수가 터져나옵니다
오늘 관객들은 정말 진심인 분들만 오셨는지 관크도 없었고 기립하며 온 마음을 다해 환호를 보냅니다
그래서인지 앵콜을 2곡이나 해주었습니다
첫번째 앵콜곡인 시벨리우스 <안단테 페스티보>는 인아센 공연에서 앵콜곡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현악합주로만 연주한 시벨리우스가 너무 아름다워서 정말 또 가슴이 벅차고 있는데 한곡 더 해준답니다
서서히 들려오는 그 아름다운 선율은...... 아 시벨리우스 <슬픈 왈츠> 가 아닌가 했더니 맞습니다
오늘 시벨리우스 <슬픈 왈츠>에서 마지막으로 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어요 이제까지 들어 본 <슬픈 왈츠> 중 최고였습니다
특히 중간에 극강의 피아니시모로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이렇게 작은 소리로 이렇게 잘 전달할 수 있다니...... 곡이 끝나고 지휘자가 팔을 내릴 때 까지 거의 10초이상의 정적을 관객 모두가 존중하며 함께 느꼈습니다 그 10초의 순간이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공연을 보고 벅차고 아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후기를 쓸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밤입니다
첫댓글 벅차고 아리고 행복한 후기ㅡ넘 감사드립니다
어제 저녁 5시까지 예당홈피를 들락날락했지만 취소표 제로에 포기했죠...세세한 후기에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아 그마음 너무 위로드립니다 저도 운이 좋게 티켓팅에 성공해서 가게 되었는데 이 공연을 본 올해가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기회가 있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