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滿月)/이시영
누룩 같은 만월이 토담벽을 파고들면
붉은 얼굴의 할아버지는 칡뿌리를 한 발대
가득 지고 왔다
송기를 벗기는 손톱은 즐겁고
즐거워라 이마에 닿는 할아버지 허리에선
송진이 흐르고
바람처럼 푸르게 내 살 속을 흐른다
저녁 풀무에서 달아오른 별들,
노란 벌이 윙윙거리면
마을 밖 사죽골에 삿갓을 쓰고
숨어사는 어매가
몰매 맞아 죽은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삼베치마로 얼굴을 싼 누나가
송기밥을 이고
봉당으로 내려서면
사립문 밖 새끼줄 밖에서는
끝내 잠들지 못한
맨대가리의 장정들이 컹컹 짖었다
부엉이 울음소리가 쭈그리고 앉은
산길에는 썩은 덕석에 내다버린 아이들과 선지피는 자욱했다
어둠 속에 숨 죽인 갈대 덤불을 헤치고
늙은 달이 하나 떠올랐다
===[한국인의 애송시 II, 신예시인 48인선 중에서, 청하]===
둥근달을 보면 그리운 사람이 보입니다.
저녁, 새 한 마리 달을 등지고 날아가면
구름이 길이 비켜주었지요.
토담벽, 삼베치마, 봉당, 사립문, 부엉이 울음소리...
참 정겨운 단어입니다.
"늙은 달 하나 떠올랐다".
너무 좋은 표현이지요.
그냥,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시원한 오늘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
첫댓글 오늘 장마가 쉬어가면서 폭염을 뿌린답니다, 글쎄.
더위 조심하시고 시원한 물을 마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