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심성에 대한 정확한 통찰을 담고 있는 조상의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70세까지 사는 것도 지극히 드문 시절에
80세라는 설정은 죽을 때까지 간다는 뜻이다. 또한,
세 살 버릇이라는 것은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인격
형성에 끼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의미한다. 요즘처럼
영유아들이 어린이집에 가서 사회성을 배우면서 집단의
문화에 노출될 일이 없는 시절이기에 세 살 버릇이
형성되는 데 절대적 영향은 아버지, 어머니이다.
우리는 세 살 이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기억을
못 하지만 그때 형성된 인생관, 가치관, 인성은 평생을
두고 우리 삶을 지배한다는 의미이고 그 중심에는 아버지
어머니가 있다. 부모의 영향력은 아이에게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작용한다.
긍정적인 면은 부모가 기본적인 품성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인격적인 틀을 형성시켜 준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를 모델로 삼아 자아의 틀을 형성해 간다.
그리고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도약의 발판이 되어 준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은 언젠가는 부모의 그 영향력이
개인의 성장을 구속하는 족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선불교에서는 '모든 아기는 부처로 태어난다'라는
말이 있고, 우리도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이 말은 모든 사람은 하느님이
각자에게 부여한 고유한 성장의 법칙과 삶의 소명을
타고났다는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라도 어쩔수 없는
인간적 한계와 약점을 지닐 수밖에 없으므로 아이를
하느님의 모상이 활짝 피어나도록 길러 줄 수는 없다.
부모의 영향력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 번은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그런 때가 오기
마련이다. 부모의 영향력을 극복하고 하느님이 자신에게
부여해 주신 성장의 법칙과 소명을 깨닫지 못하면 세 살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에서 성공하고, 성취하고, 지식과 연륜이 쌓이면서
세 살 버릇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성공과 성취의 이면에 줄에 매달려
조종받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부모의 영향력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인생의 진정한 성공과 성취는 세 살 버릇을 끊어내고
자신의 고유한 모습, 즉 하느님의 모상을 회복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세 살 버릇으로는 하느님의 모상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지 못한다.
분석심리학자 홀리스는 "인간은 자신의 내면의 권위에로 나아가기 위해 외부적인
권위를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 그 외부적인 권위는 개인의 부모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속한 문화일 수도 있고, 자신이 믿는 하느님 상일 수도 있다” 라고 말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모상을 온전히 회복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부성 지배적인 유대교의 권위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행태를 통해
아버지의 영향력을 극복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또한, 오늘 복음의
장면에서는 어머니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예수님을 찾아온 어머니를 향해 "누가 내 어머니고 내형제들이냐?"(마르 3,33)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말씀은 어머니의 영향력을 극복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예수님은 당신의 삶을 통해 우리 각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세 살 버릇 형성의 주범인 부모의 영향력을 극복해야 함을 보여주신 것 같다.
(20240609 연중 제10주일)
용상동 본당 주임
김기환 요셉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