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 이야기/靑石 전성훈
지나가는 바람을 맞아도 아플 정도라고 하여 통풍(通風)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한 질병이 내게 온 지 벌써 20년 정도 된다. 오래전 어느 날, 잠자리에 들었다가 어느 순간에 발가락에 갑자기 통증이 찾아온 이후로 통풍은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불청객으로 함께 지내고 있다. 처음 왼쪽 엄지발가락에 바늘로 콕콕 쑤시는 증세가 있어 아내에게 말했더니 늙어가는 증세라고 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더는 통증을 견딜 수 없어서 동네 내과를 찾아갔더니, 혈액 검사 결과를 본 의사는 통풍이라고 하면서 정상적인 수치보다 몇 배나 높다며 여태껏 어떻게 견디었는지 궁금하다고 한다. 처방에 따라 약을 먹었는데 괜찮아져, 약 복용을 그만두었더니 다시 통증이 시작되어, 시설이 큰 내과 전문의원을 다시 찾은 게 통풍 치료의 시작이다. 왜 나에게 통풍이 찾아왔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잦은 술자리와 육식 그리고 십 수년간 식사 때마다 멸치를 먹은 게 원인이 되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질병의 하나인 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과도하게 축적되어 발생하는 병이다. 의학 사전을 보니, “요산은 우리가 먹는 여러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체내에 ‘퓨린’이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된다. 보통 혈액 내에 녹아 있다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통풍 환자는 혈액 내 요산이 지나치게 많아, 과다 축적된 요산이 결정체로 변하고, 요산 결정체가 관절 내에 침착하여 염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통풍은 온갖 종류의 술과는 상극이다. 요산을 만들어내는 퓨린 성분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게 맥주다. 그 외에 고기, 몸에 좋다는 등푸른생선(갈치, 꽁치, 멸치 등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과 식물인 시금치 포함), 일부 콩류에 포함되어 있다. 정상적인 요산 수치는 남성의 경우 3.4~7.0mg/dl, 여성의 경우 2.4~6.0mg/dl 수준이라고 한다. 통풍은 대사 장애, 유전적 요인, 특정 약물 복용 등으로 개인별 차이가 무척 심하다. 통풍 환자는 대개 혈액 내 요산이 정상치 이상으로 높은 '고요산혈증'을 가지고 있으며, 아무 증상 없는 고요산혈증인 사람도 많아, 요산 수치가 높다고 모두 통풍 환자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통풍을 치료하지 않으면 발작성 관절염의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회복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통풍성 결절이라 불리는 덩어리가 관절 주위나 피하 조직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통풍성 결절은 요산 결정체의 덩어리로 신체의 어느 부분에서든 생길 수 있다. 일반적인 통풍의 증상은 대개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 한 군데 관절이 갑자기 빨갛게 부어오르고,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엄지발가락 관절에 염증이 잘 발생하고, 밤에 통증이 심해져 잠을 잘 이루지 못하게 된다.
동네 내과에서 통풍약을 먹은 지 십여 년이 지나서 갑자기 심하게 통증이 왔다. 내과에서 의뢰서를 써 주면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여, 집에서 가까운 상계백병원 ‘족부족관절센터’를 찾아가 혈액 검사와 X-ray 검사를 하였다. 검사 결과에 따라 복용하는 약도 바뀌고, 처음에는 2개월에 한 번씩, 다음에는 분기에 한번, 4개월에 한 번씩 혈액 검사를 하였다. 3년 전부터는 1년에 두 번씩 혈액 검사를 한다. 요산 수치가 정상치를 꾸준히 유지하자, 의사의 의견에 따라 약 복용을 중단하고 진행 상태를 지켜보니, 요산 수치가 상당히 높아져서 다시 약을 먹는다. 고혈압 약처럼 평생 통풍약을 먹어야 한다. 통풍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1년은 밖에서는 물론 집에서조차 고기를 먹지 않고 술도 몇 개월 금주하고 반찬도 가려서 먹었다. 그동안 심각한 통증으로 응급조치를 받은 적은 없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중순에 상계백병원 ‘족부족관절센터’에서 발 X-ray 사진을 몇 장 찍고 혈액 검사를 하였다. 며칠 후 전문의 진료를 받으니, 발은 정상인데 요산 수치가 7.7mg/dl으로 조금 높은 편이라고 한다. 7월 초에 다시 혈액 검사를 할 예정이다.
매스컴에 통풍 관련 기사를 보면 꼭 챙겨보는데 통풍 환자의 음주에 대해서는 의사 의견이 반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의견과 약을 꾸준히 먹으면 소량의 음주는 괜찮다는 의견이다. 내 경우에는 엄지발가락에 따끔거리는 증세가 오면 즉시 금주를 한다. 그렇게 열흘에서 보름 정도 술을 멀리하면 발가락 통증이 없어져 다시 술을 마실 수 있다. 고기와 등푸른생선도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먹고 술도 적당히 마신다. 알코올 농도가 낮은 맥주나 막걸리는 잘 마시지 않는다. 그 대신 도수가 높은 술을 즐겨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알코올 농도가 높을수록 위에서 빨리 분해되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질병도 나이를 먹으면서 함께 걸어가는 동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2025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