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피는 순간 봄을 즐길 시간
@ 축제명: 광양 매화축제 @ 일시: 3월7일부터 3월16일 @ 전화: 061-797-2721 & 다른 축제 : 구례산수유 축제 (3월15~3,23일) & 또 다른 축제: 순천 선암사 겹벚꽃 축제 4월15일경
섬진강변을 따라 하얀 매화꽃이 만발한 광양매화마을.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광양매화마을&청매실농원
전남 구례군에서 광양시, 경남 하동군까지 이어지는 섬진강변은 우리나라에서 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매화가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고 봄기운을 퍼뜨리기 시작하면 산수유꽃과 벚꽃이 연달아 피어올라 꽃대궐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섬진강 하류 백운산 자락에 자리한 광양매화마을은 섬진강변을 따라 약 19만 8000㎡의 매화 군락지가 펼쳐진다. 온 마을이 하얀 매화꽃으로 뒤덮일 때 ‘광양매화축제’가 열린다. 대한민국 봄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이 축제는 해마다 100만 명의 상춘객이 찾을 만큼 인기다. 올해 24번째 광양매화축제는 3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한국의 봄, 광양매화마을에서 열다’라는 주제와 ‘매화 피는 순간, 봄이 오는 시간’이라는 슬로건처럼 본격적으로 봄을 즐길 시간이다. 특히 올해는 ‘광양매화마을’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관광 100선은 우리 국민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꼭 가봐야 할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를 2년에 한 번씩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이다. 봄을 만끽하러 섬진강변으로 떠나보자. 매화 향기에 취해 설렌 것도 잠시 광양의 맛과 멋에 빠져들 것이다.
‘매실 명인’ 홍쌍리 씨가 조성한 청매실농원에선 섬진강을 배경으로 2000여 개의 장독이 늘어선 풍경을 볼 수 있다.
입춘을 열흘 앞둔 1월 21일 첫 꽃망울을 터트린 광양 소학정 매화나무. 사진 광양시청
섬진강 따라 꽃대궐 먼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소학정 매화나무를 만나러 갔다. 광양 다압면 도사리 소학정마을 입구에 있는 이 매화나무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입춘을 열흘 앞둔 1월 21일 첫 꽃망울을 터트렸다. 봄이 오기도 전에 추위를 견디고 피어난 꽃은 얼었다 피었다를 반복하다 봄과 함께 만개한다. 강인한 생명력과 달리 팝콘처럼 앙증맞게 핀 꽃은 귀여우면서도 귀하게 느껴진다. 소학정 매화나무 앞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다’라는 글자 안내판이 서 있다. 섬진강을 따라 2㎞ 정도를 달리면 광양매화축제가 열리는 광양매화마을이 나온다. 마을의 중심에는 ‘청매실농원’이 있다. 청매실농원은 매화나무 집단재배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다. 홍쌍리 씨가 집념으로 일군 매화꽃동산이기도 하다. 홍 씨의 시아버지인 김오천 씨가 1930년대 자손들을 위해 심은 70년생 고목 수백 그루를 백운산 자락에 심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며느리인 홍 씨가 50여 년 동안 매화나무 10만 그루를 심고 가꿨다. 홍 씨는 매화나무 열매인 매실을 활용한 먹거리 연구에 매진해 1997년에는 전통식품명인 제14호에 지정돼 ‘매실 명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2월 중순부터 청매실농원 언덕은 진분홍 물감을 뿌린 듯 홍매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3월에 들어서면 꽃받침이 연둣빛인 청매화와 하얀 백매화가 개화하며 그야말로 꽃대궐을 이룬다. 농원 어디를 걸어도 매화를 볼 수 있지만 산자락에 있어 경사진 길을 올라야 한다.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게 걷기 편하다. 이곳의 대표 포토존인 장독대와 팔각정은 꼭 들러야 한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2000여 개의 장독이 줄지어 서 있는 장독대에선 매실액과 장, 장아찌가 익어간다. 팔각정에선 섬진강과 강 너머 하동 마을, 쪽비산 일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꽃에 홀려 걷다보면 어느새 농원 꼭대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산기슭을 덮은 매화와 섬진강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면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광양매화문화관도 가볼 만하다. 내부에는 매실과 매화에 관한 전시실과 매실주 숙성실, 매실 판매장 등이 있다. 특히 매화문화전시실에서는 한국과 세계의 매화, 매실의 품종과 매실의 전파 경로, 매실의 생장 과정, 세계의 매실 음식 등 매화와 매실에 관한 정보를 담은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
60년 된 폐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킨 광양예술창고. 사진 광양시청
축제 기간 체험·이벤트 다양 광양매화축제 기간에 맞춰 광양매화마을을 찾는다면 매화꽃을 배경으로 다양한 체험과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매화 목공 체험, 매실 하이볼 만들기, 매실 힐링 테라피 등 매화를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광양시립예술단의 공연과 매화꽃 버스킹 등 다채로운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섬진포구 일원에서는 섬진강 요트 승선 체험, 둔치주차장에서는 열기구 체험을 할 수 있다. 망덕산과 배알도수변공원을 잇는 집와이어 ‘섬진강 별빛 스카이’는 밤 9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느긋하게 걸으며 섬진강과 광양매화마을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매화길 만보 걷기, 매화꽃 따라 코리아둘레길 걷기 등도 걷기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설레게 한다. 광양매화마을이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탐방 이벤트도 열린다. 매화문화관과 수월정, 장독대 등 광양매화마을을 대표하는 다섯 곳 중 한 곳의 인증사진을 누리소통망(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준다.
섬진강에서 잡히는 재첩으로 끓여낸 국과 전, 무침 등은 광양의 별미다. 사진 C영상미디어
봄 맞아 피는 동백도 장관 광양에 봄이 오면 동백도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매화마을에서 차로 5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광양 옥룡면 옥룡사지 동백나무 숲은 수령 100년이 넘은 동백나무 7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은 겨울에 피는 게 일반적이지만 옥룡사지 동백은 3월 초에 피기 시작해 3월 말과 4월 초에 만개한다. 동백이 아니라 ‘춘백(春栢)’인 셈이다. 옥룡사지는 8세기 초 통일신라 때 세워졌다. 도선국사가 35년 동안 머물다 입적한 곳으로 수백 명의 제자를 양성한 곳이다. 풍수지리의 대가였던 도선국사는 절을 짓고 땅의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다고 전한다. 고종 때인 1878년 화재로 폐허가 돼 지금은 절터만 남았다. 하지만 동백나무 숲은 여전히 남아 해마다 장관을 선사한다. 동백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도 좋지만 터널을 이룬 동백나무 숲 사이를 걸으며 평온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예술꽃’ 핀 광양,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다 광양에 봄꽃 여행지만 있는 게 아니다. 광양의 원도심인 광양읍엔 ‘예술꽃’ 핀 공간들이 기다린다. 옛 광양역 자리에 들어선 ‘전남도립미술관’은 2021년 3월 문을 연 현대미술관이다. 전남의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성을 담은 작품은 물론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컬렉션 가운데 전남 출신 한국미술 거장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전남도립미술관 앞에는 60년 된 폐창고를 재생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인 ‘광양예술창고’가 있다. 미디어영상실과 북카페 등이 있어서 누구나 전시를 즐기고 쉬어가기에 좋다. 인서리공원은 원도심의 낡고 방치돼 있던 창고와 한옥, 차고 등 열네 채의 공간을 전시공간과 카페, 숙소, 아트숍 등으로 재생한 공간이다. 원형을 최대한 살린 한옥 스테이는 100년 전통의 ‘다경당’, 아늑함과 감각적인 ‘홰경당’, 모던하고 세련된 ‘예린의 집’ 등으로 나뉜다. 각 숙소는 고택이 주는 고풍스러운 온기를 골목에 뿜어내며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아트프린트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아트숍 ‘아트앤에디션’, 빈 차고를 다목적 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킨 ‘01’은 전시공간 ‘반창고’와 함께 감성을 자극한다. 폐허에 가까웠던 낡은 집을 작은 미술관으로 꾸민 ‘갑빠오의 집’은 회화, 공예, 조각 등을 넘나들며 장르를 확장하는 갑빠오 작가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인서리공원에서 사전 방문 신청 후 도슨트와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낡은 집의 대문을 열면 커다란 시골집 개를 연상시키는 작품부터 ‘옛날 광양제철소 직원이 세들어 살았다’는 문간방, 사랑방 곳곳에 위트 넘치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광양의 봄은 맛으로도 즐길 수 있다. 섬진강변에서 많이 잡히는 재첩으로 끓여낸 재첩국과 재첩회, 재첩무침, 재첩전까지 다양하게 맛보는 걸 추천한다. 광양의 대표 음식인 광양불고기도 있다. 광양불고기는 얇게 저민 소고기에 양념을 한 뒤 구리 석쇠에 구워낸다. 국물 없이 석쇠에 바싹 익히는 게 특징인 언양식 불고기나 육수가 자작한 서울불고기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강정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