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국 ‘가을 아욱국은 막내 사위만 준다’ ‘가을 아욱국은 제 계집도 내쫓고 먹는다’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 닫고 먹는다’ 같은 속담이 있을 정도로 아욱국은 우리 국민의 일상에 밀착된 음식이다. 아욱은 주로 연한 줄기와 잎을 먹는다. 맛은 서리가 내리기 전의 것이 유난히 좋다. 가을엔 배추속대와 함께 된장국에 넣어 먹는 채소다.
서양인이 최고의 웰빙 채소 중 하나로 치는 시금치보다 단백질·칼슘 함량이 두 배에 달한다. 선조들이 아욱을 ‘채소의 왕’이라고 부른 것은 이래서다. 아욱을 파루초(破樓草), 상추를 월강초(越江草)라고 부른다. 유래가 재미있다.
살림이 곤궁해 미역을 구할 형편이 못 된 산모가 대신 아욱과 상추로 국을 끓여 먹었는데, 아욱은 산모·아기에게 이로웠고 상추는 해로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욱은 더 심기 위해 다락(樓)을 한 채 허물었고, 상추는 강 건너 멀리 심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아욱국을 끓이는 법은
▶아욱 줄기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연한 것은 그대로 쓰고 굵은 것은 잎과 함께 바가지에 넣어 으깬다
▶잎과 줄기를 물로 씻어 푸른 물을 빼고 소쿠리에 건진다
▶쇠고기는 얇게 썰어 양념하고 파도 채 썰어 놓는다
▶쌀뜨물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걸러서 냄비에 붓고 쇠고기와 파를 넣고 끓이다가 다시 아욱을 넣고 끓인다. 쇠고기 대신 수염과 발을 떼어낸 마른 보리새우를 넣어도 좋다.
선조들은 가을에 먹는 아욱국은 백년손님이라는 사위에게, 그것도 막내 사위에게만 먹일 만큼 특별히 맛이 있고 몸에 좋다고 여겼다. “아욱으로 국을 끓여 삼 년을 먹으면 외짝 문으로는 못 들어간다”는 옛말도 있다. 상식하면 몸이 불어 좁은 문으로 못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전반적으로 건강이 나아진다는 것이지 살이 찐다는 것은 아니다. 아욱국은 열량이 낮아(1인분 39㎉) 비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토란국 한가위의 대표 국물 음식으로 쇠고기 양지머리 육수에 토란을 넣고 끓인다. 토란탕·토란곰국이라고도 한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소금이 든 쌀뜨물에 껍질 벗긴 토란을 살짝 삶은 뒤 찬 물에 헹궈둔다. 이어서 그릇에 골패 모양으로 썬 다시마를 담은 뒤 쇠고기 양지머리 국물을 붓고 끓이다가 방금 헹궈둔 토란을 넣고 끓이면 완성된다.
토란의 녹말(전분)은 크기가 작아 소화가 잘된다. 따라서 송편, 고기, 기름진 음식 등을 과식해 배탈나기 쉬운 한가위에 토란국을 먹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한방에선 토란국이 배 속의 열을 내리고 위와 장 운동을 원활하게 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주재료인 토란(土卵)은 추석부터 초겨울까지가 제철이다. 생김새가 계란 같아서 토란, 잎이 연잎처럼 퍼졌다 하여 토련(土蓮)이라고도 불린다. 토란의 영양소 중 두드러진 것은 칼륨이다. 칼륨은 혈압 조절을 돕는 미네랄이므로 토란탕은 고혈압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토란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변비·대장암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멜라토닌은 우유·호두 등에도 들어 있는 천연의 수면 물질이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토란 음식을 즐긴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