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21일 북-러 군사협력을 경고한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는 논평을 냈다. 20일에는 조선일보의 <러·중 반대에 결의안 잇단 무산… ‘종이 호랑이’ 된 유엔 안보리> 기사에 반박 논평을 내는 등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주재국(한국)의 여론 흐름에 적극 개입하려는 듯한 분위기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 페북 논평(위)와 대사관 표지석/사진출처:대사관 페북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21일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올린 논평(комментарий)을 통해 "미국 정부가 주도하고, 미국과 한국 언론이 뒤쫓아가는 러-북 협력에 대한 폄훼 선전전(пропагандисткой кампании)에 윤 대통령이 가세한 것은, 깊은 유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메가폰》 외교(«мегафонной» дипломатии)와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악명 높은 거짓 《유리관》 방식들(методов пресловутой фальшивой «пробирки»)이 최고 수준에서 이뤄지는 이같이 근거없는 추측성 발언을 도발적이고 대립적이며, 미국 주도의 서방 측이 러시아를 상대로 진행중인 공격적인 하이브리드 전쟁(агрессивной гибридной войны)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메가폰 외교’는 외교적 협의 대신에 공개 비난을 통해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또 '유리관 방식'은 지난 2003년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이 (이라크 전쟁의 원인이 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시험실용 유리병을 들어보인 데서 유래했다. 이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러시아는 미국이 제시하는 ‘거짓 증거’라는 의미로 이 표현(метод фальшивой «пробирки»)을 자주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한러시아 대사관의 전례없는 강경 논평이 외교가 일각에서는 “외교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한국 지도부가 현 상황은 물론이고, 서울의 계속되는 반러시아 노선 추구가(дальнейшего следования Сеула в кильватере антироссийской линии) 한·러 관계와 한반도에 미칠 부정적인 결과(негативных последствий)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 평가(на трезвой и объективной оценке)를 기반으로 (행동)해줄 것"을 촉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러·북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대통령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러시아를 비롯한 제3국과의 무기 거래 및 불법 금융 거래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개인 10명과 기관 2개에 대한 독자 제재에 나서는 한편,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태 담당 외무차관의 방한 일정도 조율 중이다.
러시아 외무부의 아·태 담당 차관은 한러, 북러 관계를 담당하며, 우리 외교부 차관보와 함께 한-러 정책협의회 수석대표를 맡는다. 또 러시아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겸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사진출처:러시아 외무부
루덴코 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원할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계획에 관한 세부 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방한과 관련,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20일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고위 관리가 곧 방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