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깨달음
모든 생각·감정·감각에서 자유로울때
◇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실체가 아니라 내가 느껴서 만들어낸 정보이미지에 불과하다. *출처=shutterstock
육조혜능 조사께선 [응무소주 이생기심]을 가르키셨습니다. 풀이하자면 (매순간 어디에도 머무름없이 마음을 내라)는 가르침입니다. 이것이 바로 깨어난 삶의 방식이며 부처의 경지이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어디에나 무엇에도 일체 머무르지 않으니까, 자기 생각, 감정, 감각이나 그로 만들어진 일체의 기억이나 상념, 고통이나 걱정근심에도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머무르지 않는 기술이나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는 실체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보고 느껴서 만들어낸 정보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걸 보면 됩니다. 모든 생각, 감정, 감각들의 본질은 순간순간 생멸하는 정보이미지에 불과합니다.
정보이미지는 스스로는 실재하지 않는 신기루나 무지개 같은 현상입니다. 그것은 반드시 보는 자, 아는 자, 해석자가 있어야만 존재화되어 머무르게 됩니다. 인적 없는 깊은 산속에서의 새소리나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는 아무런 의미나 실체도 없습니다.
아득한 우주 저편에 일어나는 별들의 충돌이나 폭발도 보는 자, 아는 자가 없다면 아무런 정보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미지는 더더욱 되거나 만들어질 수조차 없지요. 그러므로 모든 생각, 감정, 감각들은 스스로는 실재하지 않는 허깨비 같은 것입니다. 그것들은 그걸 인식하고 해석하는 의식이 있어야만 존재가능해집니다.
본래가 그러한 것들이라 반야심경이나 금강경은 [오온개공]을 설명하신 겁니다. 본래 실재하지 않는 지적 현상이거나 생명 의식 활동의 순간적 기능현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에 뭔가 먹이(생각, 감정 에너지)를 주면서 붙잡으면 실체화됩니다.
이것이 바로 허깨비 같은 생각 등의 오온에 [머무르는 작업]의 시작인 것입니다. 사실 고등동물이나 생각하고 머무르지 하등동물들은 머물기는커녕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역발상으로 보면 우리에게 고통이나 환희조차 스스로 창조할 능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각자 주관적 기준으로 별별 걸 다 창조하여 자기 세계를 만들고 스스로 좋아하거나 슬퍼하고 괴로워합니다. 하지만 그 수단인 생각, 감정, 감각은 다 꿈을 만드는 허깨비 같은 도구들에 불과합니다. 꿈조차 허깨비 같은 게 아닙니까?
그러므로 깨어나시려면 깨달음 또는 참나를 잘 모르겠다, 자유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나 감정은 본질적으로 자기가 지금 창조하고 그에 스스로 머무름으로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마음활동 현상이자 결과물임을 직시정견해야 합니다.
즉 깨어나려면 깨달음을 알거나 자유함을 얻는 게 아니라 깨달음이 따로 있다는 생각, 지금은 모르지만 알아야한다는 생각논리, 스스로 자유하지 못하다는 느낌, 이런 것들의 허깨비성을 보고 그것이 자기가 만든 분별망상임을 봐야만 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 어떤 생각이나 감정, 느낌에도 머무르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이나 감정, 느낌은 자연스럽게 놔두면 스스로 일어나고 곧 사라집니다. 그걸 자기가 붙잡고 먹이(에너지)를 주니까 실체화되어 구속력이 생기는 겁니다. 내가 만든 것에 내가 사로잡혀 있다는 이 현실이 얼마나 우습습니까?
깨어남을 위해 아래의 문장들이 허깨비로서 완전히 대등함을 한번 정견해보세요.
난 잘 모르겠어요= 알겠어요! 잘 모르겠다고 생각함이 보이는군요
난 아직 자유롭지 못 합니다 =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 머무르고 있네요.
지금 몇 시입니까? = 넌 어째 그렇게 답답하냐? =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 사는 게 참 고통입니다 = 모든 생각감정이 다 이미지정보에 불과하군요!
내 생각해석에서 벗어나보면 모든 생각들이 다 대등하고 평등해집니다. 내용물에 빠져있을 때나 서로 반대라고 여기지 벗어나면 다 그냥 한때의 생각에 불과해집니다. 그래서 모든 생각의 본성(허깨비 공성)을 보고 즉각 자유로워지라는 겁니다.
깨달음은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자기가 자꾸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각종 생각, 감정, 감각 느낌에 머무르면서 뭔가를 자꾸 만들어내고 있음을 끝까지 정견자각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토록 어려워진 것뿐입니다. 매순간 자기가 하는 짓을 (깨어있는 정견의 안목으로) 바로 보기만 하면 곧 깨어납니다.
글 |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