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수학교육 주인규
몇년전 베트남 무이네로 여행을 갔었다. 무이네는 사막과 바다가 공존하는 다소 비현실적인 공간이었고
기대했던 것 만큼이나 즐거웠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날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이네에서 호치민까지 버스로 5시간을 가야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이었기에 조금은 지쳐있기도 했고, 그랬기에 마지막 날은
맛있는 거 실컷먹고, 쇼핑도 하고, 지인들에게 나눠줄 기념품도 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호치민에 도착하였을 때, 엄청난 폭우가 나와 내 친구를 덮쳤고,
모든 짐이 물에 흠뻑 젖었다. 일대가 정전이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구글맵을 활용해야했는데
핸드폰화면이 물로 인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비에 젖은 우리를 택시기사는 절대 태워주지 않았다.
나와 함께 했던 친구는 굉징히 합리적인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그냥 이쯤에서 여행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가자고 했다. 호치민 공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먹을 것도 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공항으로 향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문득 그런 생각이들었다.
우리가 계획했던 여행의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환전이 필요했고, 구글맵이 필요했다.
한편으로 여행 첫 날에도 환전을 했고, 구글맵을 이용하여 여행을 마무리할 곳의 위치를 확인했었다.
그래서 일단 환전만하면 구글맵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택시를 잡았다. 택시기사는 물에빠진 생쥐들 같은 우리를 태우려고 하지 않았지만
"따따블 ok?"
를 외쳤더니 타라고 했다. 그리하여 택시를 타고 환전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구글맵없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에 있어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났다.
그리하여 우리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으며
환복을 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먹었다.
불과 30분전만해도 패닉상태였지만 배가 부르니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그때의 여행을 되돌아보면 이상하게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한참을 해메고 난 뒤, 파스타를 컵라면처럼 먹었던 기억이 머리를 맴돈다.
그 이후로 여행을 갔을 때, 너무 철저한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기억에남을 만한 추억은 나의 계획에서 오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 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 그 순간의 직관.
직관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첫댓글 때로는 합리적인 방식의 해결보다 직관적인 방식의 해결이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타지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 몇 배로 당황스러울텐데 여행을 즐겁게 마무리 하셔서 다행입니다!
여행에서의 예기치 못한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가장 추억이 되는 기억 같습니다. 직관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도 여행을 갈 때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입니다! 뭔가 여행 중 예기치 못한 순간들을 만났을 때 그 순간이 나빴던지 좋았던지를 떠나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마치 선물을 받은 것 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여행의 목적은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우리를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집어던져 그 순간의 우리를 기억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빨리 여행가고 싶네요!!
타지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긴 합니다. 한번 사는 인생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무계획 해외여행을 버킷리스트에 넣어놔야 겠습니다~
직관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정말 맞는 말씀이에요. 여행이라는 건 계획속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들을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기대감으로 진행되기도 하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한 학기동안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