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역 굴다리를 빠져나와 300미터쯤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발한 삼거리다. 북쪽은 사문재로 가는 길, 북동쪽은 안묵호, 어달리로 가는 길이다. 묵호역 굴다리 쪽 길과 안묵호 쪽 길 사이에는 골목길이 두 개 있다.
묵호가 흥청망청 하던 시절, 골목길 부근은 환락가였다.
유흥업소, 창녀촌, 유명한 식당이 가득 차 있었다. 묵호 극장도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충북관 명월관 수정관 백화원 등 요정, 해성갈비 부산갈비 신풍냉면 서울회관 동해회관 화성갈비 복순루 영흥루 등 유명한 식당들은 저녁이면 마대자루가 넘처날 정도로 돈이 가득찼다.
새우튀김과 초밥이 유명했던 서울회관, 입안에서 살살 녹았던 소갈비의 부산갈비와 해성갈비, 함흥냉면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신풍냉면, 돼지 갈비의 격을 한 단계 높혀주었던 화성갈비, 전화 한통이면 득달같이 달려와주었던 복순루는 지금도 기억이 나고 있다.
술 도매점이었던 원흥상회 등과, 수강한의원, 보성당, 문성당, 황금당, 충북상회, 서안경점, 호일철물, 한창상회, 문화인쇄소, 영일하숙, 홍진하숙 등 수많은 상점들이 꽃처럼 피고 있었다.
충북상회는 최근까지 목숨을 이어가다가 월세를 내지 못하고 망하고야 말았다.
‘강호’가 붙은 세 군데가 유명했다.
강호소주는 묵호지서 앞의 높은 굴뚝으로 유명했고, 강호사진관은 경찰이었던 권혁찬씨가 퇴직 후 운영했다. 나중에 신화사진관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강호철물은 현진건설 사장인 전상표씨가 근무했던 철물점이다.
이곳에서 수완을 발휘하다가 삼척에서 현진철물을 운영하다 건설회사 현진건설을 창립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쉽게도 강호가 붙은 상점은 남아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