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게 더 기쁘게
수능 전날에는 항상 오늘의 이 복음을 듣게 됩니다. 열명의 나병 환자가 와서 예수님께 자비를 청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치유해 주시는데 그 중 한사람만 돌아와서 예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수능 전날 몇 번의 안수를 하고 선물을 하면서 딱 한가지만 부탁을 하곤 했습니다. 수능을 잘 보든 못 보든 주일미사에 나와서 감사합니다 하고 하느님께 감사기도 드려라. 그동안 너희를 위해서 기도한 부모님, 가족들, 그리고 선후배 친구들을 위해서,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인사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그런데 삼십명을 하면 3명 나오고, 열명을 하면 정말 한명 나와서 감사드립니다. 그때 나왔던 아이들은 오늘 복음을 듣고 강론을 듣고 안수를 받고 선물을 받고 해도 십분의 일만 감사를 드립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다시는 이런 미사 하지 말아야겠다.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이 꼭 기쁜 일인 것은 아니더라구요.
보통 예수님께서는 치유의 기적을 베푸실 때에 성사적으로 하십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치유의 은사가 직접 몸에 와닿는, 그런 식으로 치유하신다는 거죠. 예를 들어 귀먹고 말 더듬는 이에게 손을 얹어주십사고 청하는데 예수님께서는 따로 밖으로 데리고 나갑니다. 그냥 말로 “가자”하고 얘기했을리 없습니다. 제대로 듣지도 못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손을 붙잡고 가셨겠지요.
그리고 당신 손가락을 두 귀에 넣으십니다. 그리고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십니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십니다. 그리고 에파타, 열려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도대체 몇가지 행동을 한겁니까. 그래서 다분히 성사적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열명의 나병환자에게는 그저 말씀만 하십니다.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예수님의 치유가 어떤 특정한 방법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요. 말씀으로 들리게끔 치유하시는 것도 성사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또 특이한 점은 “너희 몸이 깨끗하게 되었다”하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율법에 의하면, 레위기 14장 2절에 써있는 데로, 나병이 깨끗하게 된 것을 검증받으려면 사제에게 검증받아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나았으니 확인받으라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집니다. 그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피부의 감촉이 되살아납니다. 나병은 피부가 썩어 문드러지고 코가 떨어져나가고 입술이 찢겨져도 고통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느껴지는 겁니다. 눈으로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지만 예수님 말씀을 믿고 “가는 동안에” 깨끗하게 되는 치유의 기적을 받게 됩니다.
믿음은 치유를 받고 믿음은 기적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구원받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럼 구원은 어떻게 받는가... 하느님을 찬미 찬양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감사하는 이가 구원을 받는 겁니다. 이렇게 치유하시고 나를 살게 하시고 깨끗하게 해주시는 분은 주님이심에 감사와 찬미 영광을 드리는 이가 구원을 받습니다.
열에 아홉은 자기 몸이 깨끗해지고 낫게 되고 치유받은 것에만 기뻐한 나머지 최소한의 감사표시도 않고 자기 좋은 것에 그치고 맙니다. 우리들의 믿음도 여기서 그치곤 합니다. 그 믿음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고 치유받게도 하고 살아있게도 합니다. 그럼 뭐합니까, 감사도 드리지 않는데... 우리들의 삶이 여기서 끝입니까? 믿음이 거기서 끝납니까? 감사로 끝나야 합니다. 그래서 하늘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구원이 완성됩니다.
감사는 되돌려드리는 봉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받은 것을 전부 돌려드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받은 게 너무 많아서 드릴 수도 없습니다. 그저 조금, 조그만 정성을 주님께 먼저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거룩한 것이고 그것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리들의 믿음이 감사를 통해 구원으로 완성되길 빕니다.
첫댓글 주님께 먼저 감사를..주님 감사합니다.아멘.
주님.
감사드립니다~
저의 일상과 함께해주심을 ...아멘.
감사는 되돌려드리는 봉헌... 아멘...
이 가을 나무도 노랗게, 붉게 물들며 찬미를 드리듯, 저희들도 한마음으로 찬미, 찬양, 영광드리니 기쁘게 받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