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태백산나이트클럽
검은 중절모들이 장달수와 맞닥뜨리기 조금 전 상황.
24개의 모니터로 플로어를 감시하던 장달수에게 방패직원이 사태를 알렸으나 장달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중절모들의 행동이 개시된 사실을 모니터로 세세하게 알고 있었지만 장달수는 전혀 대응할 눈치를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장달수의 행동에 방패직원은 당혹했다.
장달수의 행동이상 징후를 발견한 방패직원은 멋대로 생각했다. 중절모들이 일반 조무래기 조폭이 아닌 백두혈통이란 사실을 알고 장달수가 지례 겁먹은 줄로 짐작했다. 허지만 감히 장달수 앞에서 주둥이를 함부로 놀릴 수는 없었다. 장달수의 기분이나 자존심 건드리는 말을 하는 날엔 소리 없이 사라질 테니 소리 안 나게 속으로 중얼 거리는 것이 상책이다.
“뭐여? 백두혈통이란 말에 우리 사장님 겁먹었잖아? 역시 백두혈통! 대단한 놈은 대단한 놈이야! 생긴 것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지 고모부 죽인 정은이 하고 빼다 닮았는데, 저 놈들도 우리 사장님 하나 죽이는 건 손가락 하나 구부렸다 펴는 걸 거야. 그러니까 겁먹는 게 당연지사지. 허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저놈들 손봐야 하는데 큰일이군.”
방패직원이 속으로 흥얼거릴 때 모니터에서는 붉은홀복 여자가 깃발처럼 붉은드레스자락을 휘날리며 하이킥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 장면에 겹쳐 자막이 나왔다. 사이트 팀에서 보내 온 문자였다.
.
중절모 백두혈통 확실함. 선글라스가 오야임.
.
장달수가 고개를 꺼덕였다.
이 모습을 등 뒤에서 본 방패직원은 장달수가 백두혈통 이름만 보고도 치를 떠는 것으로 착각했다.
장달수가 겁먹었다고 생각하자 방패직원은 오늘 일에 걱정이 앞섰다. 오한이 전신에 일어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직무가 이름 그대로 방패기 때문이다. 폭력전쟁이 시작되면 선봉으로 돌격하는 적들을 막기 위해 방패가 되어야 하는 임무가 방패직원이다. 방패직원은 이런 일을 수도 없이 겪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두렵지 않았다. 단단하게 뒤처리하는 장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달수가 겁먹었다고 생각하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쉽게 말해 믿었던 도끼자루가 부러졌다고나 할까? 난감했다. 눈앞이 노랗게, 천정이 빙글빙글 돌았다.
이왕 방패막이로 죽을 거면, 길 건너 랍스타 요리 집에서 랍스타나 한 마리 더 해치울걸. 후회가 막심했다. 외상은 소도 잡아먹는다는데, 이왕 죽을 놈이 이왕 먹은 외상 랍스타 한 마리 더 먹었다고 누가 뭐랄까? 방패직원은 스스로 자책했다.
에이 씨부랄! 나는 간뎅이가 콩알이야! 역시 장달수가 눈치 채지 않게 속으로 씨부렁거렸다.
방패직원은 머리를 흔들어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털었다. 월급날이 며칠 안 남았는데. 월급이나 받고 난 후 저 새끼들 나타나지. 에이 씨부럴!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당장 중절모들이 급선무다. 장달수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사장님. 지원병 요청할까요?”
“무슨 지원병?”
“경찰이나 군대요.”
“야! 네 대갈통 시세는 아직도 고정시세固定時勢냐?”
“네에?”
“밥값 좀해라. 아끼바리 20k에 7만4천원이다.”
“우리 동네는 6만8천원인데요.”
“아휴.”
“두가 아프세요?”
“두? 두가 뭐냐?”
“대갈통요.”
장달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다시 모니터를 주시했다. 잠간 방패직원한테 한 눈 파는 사이 모니터에서 붉은홀복 여자가 쟈크에게 역전당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저런!”
장달수가 무릎을 탁! 쳤다.
장달수가 예고 없이 무릎을 치자 혼비백산한 방패직원이 두 팔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때 또 다른 방패직원이 쫓아 들어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여자가 깨질 거 같습니다! 어떡할까요? 청소기 돌릴까요?”
장달수가 앉은 자세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너도 오늘 시세가 고정가固定價 냐?”
“네에?”
“야! 플로어에서 전쟁하면 누가 보상하냐?”
“보험회사에서요.”
“보험회사는 시도 때도 없이 보상해주냐?”
“그럼 저대로 두고 봅니까?”
장달수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입구에 포진해!”
“네에? 입구에요?”
“임마! 삼국지도 안 봤냐? 전쟁은 남의 땅에서 하라 안하디? 입구에서 처리해야 장내가 수습될 거 아냐? 홀에서 난장판 되면 손님들 환불처리 누가 책임질래?”
장달수의 말에 두 직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통제실을 나갔다. 장달수도 뒤따라 일어섰다.
다시 입구.
귀빈이나 특급가수가 입장할 때 입구에서 환영이벤트로 사용하는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등 뒤에 받고 장달수가 직원들과 서 있었다.
선글라스를 앞세우고, 그 뒤에 손을 뒤로 틀어 잡혀 허리를 반쯤 꺾인 붉은홀복 여자. 그리고 중절모들이 태백산나이트입구에 도착했을 때, 중절모들은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두 손으로 불빛을 가렸다.
불빛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장달수가 어렴풋이 실루엣 그림자처럼 어른거렸다.
뒤에 따라오던 중절모가 선글라스에게 말했다.
“형님! 저거 유에프오UFO 아닙니까?”
“야 이 새끼야 저건 홀로그램조명이야.”
“나는 유에프오 타고 ET가 도착한 줄 알았습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등에 지고 실루엣으로 서 있는 장달수를 보고 허둥대는 중절모의 대갈통을 한 대 쥐어박은 선글라스가 장달수를 향해 말했다.
“뭐야? 인간답게 얼굴을 밝혀라!”
장달수가 스윽 웃었다.
스포트라이트를 정통으로 받고 있던 중절모들이 그림자처럼 서 있는 장달수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장달수의 실체를 모르는 것인지 재차 장달수에게 말했다.
“폭사 당하기 전에 비켜서!”
장달수가 말했다.
“여기는 쥐새끼들이 한번 들어오면 못나가는 쥐틀입구다. 그러니 그 여자 놔주고 얌전히 무릎 꿇어라. 그러면 너희들의 시체안전은 보장하겠다.”
선글라스가 벌컥 화를 냈다.
“니 쑤오 젬벵 이징 징씬!”
장달수가 물었다.
“저 새끼 뭐라냐?”
장달수 바로 뒤에 있던 싸이트 팀 직원이 번역했다.
“너 시력이 아주 젬벵이구나! 그러는데요.”
그리고 장달수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놈이 이번에 상해에서 입국한 백두혈통 오리지널입니다. 아주 잔인한 놈입니다. 싸우다 죽은 놈 시체도 뜯어 먹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첫댓글 무시무한 탐정 소설을 보는듯합니다.
과연 장달수 일행이 문전에서 다 처리할 것인지 궁금 합니다.
ㅎ
재미있게 구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검은 썬그라스의 정채는 무엇인가.
그리고 불혹의여자 장태수의폭력은
생각만해도 무시무시할것 같슴니다.
잘보았슴니다.
조폭들의 싸움이 겁나지만 이 싸움은 진짜 무시무시합니다
주시해 주세요
좋은 밤되시구요
태백산 나이트에서 있었던 소설 이이야기 편
호기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다음주 월요일이 이 싸움의 극치일거 같습니다
그 다음편은 더 재미있을거구요
상상을 초월한 내공이 있습니다...ㅋ
고운 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