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트루사가 마흔 한살 되었습니다. 혜화동 김 정옥 선생님 댁에서 어머니날에 창립 총회를 열었습니다. 김 갑순 선생님 서껀 어른들께 카네이숀을 달아드리고, 함께 모임을 시작했을 때 내 나이 마흔셋이였습니다. 그 때 나는 아직 화장도 하지 않는 생 얼굴로 지낼 때 였지요. 지금은 얼굴에 칠을 하고야 나 설 수 있게 되었네요.
내가 요즘 부쩍 여든 다섯 먹은 나이를 자랑하듯 내세웁니다. 나이 먹고도 이만큼 보람있게 살 수 있다는 걸 광고 하듯 자랑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의사의 진단 대로라면 나는 4년 전에 죽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자리 보전하고 겨우 목숨을 부지하며 사는 게 아니라, 기쁘게, 감사하며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알트루사 아우님들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아직 더 이 땅에 있어라" 하신 덕이지요.
연세 대학교 여동문회 전신인 백양 모임을 만들어, 지금 알트루사에서 하는 활동, 함께 건강하게 사는 운동을 벌린 것은 이보다 앞서 한 일이지요. 여성계 원로이셨던 홍 숙자 선배님이 내가 하는 짓거리를 눈여겨 보시고, 알트루사를 만드는데 함께 하지고 권해주셔서, 그 분이 우리 나라 최초 여자 외교관이셨기에, 외무부 소속 단체가 되었지요.
여러가지 활동을 하다가, <마음이 건강한 여성들이 만드는 착한 사회>라는 기치를 걸고, 정신 건강 사회 운동을 본격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 여성 상담소를 열고부터였습니다. 여러분이 이번에도 받아 보셨을 <정신 건강 공부방>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책의 자료가 된, 수요모임은 상담소 생기기 얼마 전부터 한 달에 두번씩 25년 이상 꾸준히 해 왔습니다. 지금 까지도 첫째, 셋째 수요일 아침에 모이고 있는데 그 자료집이 다 나오면 250권이 될 겁니다. 우리 모람들이 함께 살아 온 바뀌고, 자라고, 영글어 온 흔적이고, 역사입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모람들의 삶의 기록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여든 다섯 살된 것이 뿌듯합니다. 한 제선, 한 문순, 한 정희, 한 지연, 한 경애, 이 인미, 이 주영, 최 미리, 짐 지은, 이 미경, 홍 혜경, 정 선주, 이 정연, 이 정현,정 미형, 정 은선, 박 희영, 윤 들, 김 희정, 조 은숙, 이 현주, 조 수아....(이름이 빠져서 서운한 사람들도 있겠지요?) 모두 모두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힘이 없어도 뜻을 따라 제안한 모든 일들을 함께 꾸준히 해왔습니다. (언젠가 누가 내게 예수님이 하신 것 같이 겁없이 한다고 했지요.ㅎㅎ) 정신건강 연구소에서 어머니 연구, 소통 연구 하고 있는 것도 우리를 알차게, 든든하게 만듭니다. 여성의 눈으로 성경 읽기 모임은 우리의 영혼을 눈 뜨게 합니다. 난민과 한께 살기 모임은 우리 함께 이 땅위에서 나그네로 제대로 살 자세를 갖추게 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을 일깨우는 핵없는 세상도 꾸준히 합니다. 기후 위기가 코 앞에 닥친 이 땅과 모든 생명을 지켜야 하니까요. 재미있는 학교도 내년이면 20년이 됩니다. 취학 전 어린이가 대학생이 되고, 학교 선생이 되었습니다. 소식지는 상담소와 나이가 같습니다. 계간지 니도 힘 겹게 하면서 19년을 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작은 모임에서 자원활동가들의 힘으로 이도록 많은 일을 해 내고 있습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큰 단체들이 큰 일을 해내는 것도 귀하게 보지만, 우리 같이 간사에게 맡기지 않고, 정부 지원도 받지 않고,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모임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모두 힘 들고, 어렵게 애쓰지요. 우리는 적은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함께 합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기에 갈등하지요. 그러나 갈등을 피하지 않고, 갈등하면서 서로 더 잘 알아가는 기회를 삼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기에 더 다양한 삶의 맛을 맛보고, 서로 알아주며, 축하합니다. 늙은이, 젊은이, 어린이, 다 서로 알아가고, 아픔도 즐기고, 기쁨도 나누고, 걱정도 함께 합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은 풍성해 집니다.
서로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할 줄 알게 됩니다. 별 달리 생각하지 않고 살다가 스스로 생각없이 사는 버릇을 길러 온 겁니다. 이제까지 생각하지 않고는 알고 있는 줄 알고, 모른다는 것도 모르고 살아 온 것이지요. "내가 왜 이 나이 먹도록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살았나?" 한심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심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어딥니까? 축하할 일이지요. 그런 아우님들을 보는 기쁨이 한 없이 큽니다. 그렇게 나도 아우님들과 함께 바뀌고, 자라고, 영글어 갑니다. 생각과 영혼, 그리고 마음이 자랍니다.
내 몸의 키는 8Cm이상 줄어들었지만...
ㅁㅇ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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