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뻐꾹새
송수권
여러 산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꾸기가
울음 울어
석 석 삼년도 몸을 더 넘겨서야
나는 길 뜬 설움에 맛이 들고
그것이 실상은 한 마리의 뻐꾹새임을
알아냈다.
지리산하
한 봉우리에 숨은 실제의 뻐꾹새가
한 울음을 토해 내면
뒷산 봉우리 받아 넘기고
또 뒷산 봉우리 받아 넘기고
그래서 여러 마리의 뻐꾹새로 울음 우는 것을 알았다.
지리산중
저 연연한 산봉우리들이 다 울고 나서
오래 남은 추스름 끝에
비로서 한 소리 없는 강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섬진강 섬진강
그 힘센 물소리가
하동쪽 남해를 흘러들어
남해군도의 여러 작은 섬을 밀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봄 하룻날 그 눈물 다 슬리어서
지리산하에서 울던 한 마리 뻐꾹새 울음이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로 남아
이 세석 철쭉꽃밭을 다 태우는 것을 보았다.
<송수권>
- 1940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
-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1975)했다.
- 시집으로 "산문에 기대어", “꿈꾸는 섬"이 있는 그의 시 특징은 특이한 시적 구조로서 토착 정서를 담고 있다는 평.
- 장시 "동학란"을 "금호문화"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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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2.송수권.지리산 뻐꾹새
니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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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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