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첼시 전의 결과는 허망했다. 1차전에서의 접전이 재현되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3-0의 스코어는 뜻 밖의 결과였다. 게다가, 이날 승리한 맨유는 결과 뿐만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첼시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비디치, 루니, 베르바토프로 이어지는 득점자 명단의 다양함은 긱스, 에브라, 호날두로 구성된 도우미 명단의 다양함만큼이나 화려하게 이날 맨유 공격력의 위용을 보여주는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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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맨유의 승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선두권 팀들에게 공포감을 줄만한 성과다. 맨유는 11월 15일 스토크 시티 전에서 시작된 리그 무실점 행진을 7경기로 늘려 나간데다 스토크 전 이후 6번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단 한 번도 1골 이상을 터뜨린 적이 없던 득점력 난조도 첼시 전 3골을 통해 말끔이 벗어 던졌기 때문이다.
맨유의 성공 가도에 박지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이전 컬럼에서 언급한대로 올 시즌 맨유는
박지성이 출전한 19경기에서 그가 그라운드 위에 머무는 동안에는 단 3골 밖에 실점하지 않았다. 올 시즌 맨유가 19골을 내준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수치다. 하지만, 박지성의 가치는 단순히 수비적인 부분에 한정되지 않는다. 박지성은 첼시 전을 통해 자신이 지닌 가치를 온 몸으로 입증해 보였다.
올 시즌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더욱 중용하는 이유를 살피고 또 그 안에서 박지성이 기여한 역할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맨유 특유의 공격 전술을 짚어봐야 한다. 첼시 전에서 맨유는 4-4-2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미드필드에 왼쪽부터 박지성-긱스-플레처-
호날두를 기용했고 포워드로
베르바토프와 루니를 전진 배치했다. 하지만, 올 시즌 맨유에서 이러한 구분은 무의미하다.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빠른 속도로 뒤섞이는 맨유 공격의 현란한 움직임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헤집는다. 표면적으로 측면 공격수로 나서는 박지성과 호날두가 주로 중앙을 넘나들며 공격을 퍼붓는 동안 루니와 베르바토프는 이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이동하며 기회를 찾는다. 윙어들이 비워둔 자리에는
에브라와 네빌이 치고 올라와 공격의 넓이를 유지시켜준다. 이러한 경기 스타일은 경기 후 맨유 선수들의 평균 위치를 기록한 아래 그래픽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최근 유럽 축구의 경향을 반영하듯 맨유의 경기 내 포메이션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좌우 미드필더(공격수)들은 쉼없이 교차하며, 측면에 머물기 보다는 중앙을 노린다. 양쪽 사이드 백들의 공격적인 성향도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오버래핑 강세의 흐름을 반영한다. 이러한 경향은 이른바 4-2-2-2로 대표되는 중앙 밀집 지역을 승부처로 삼는 전술의 대표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추세에 전형적인 윙이 아니면서도 주로 측면에 배치되는 박지성의 진가는 더 빛을 발한다. 엄청난 운동량과 영리한 움직임, 공격과 수비를 쉼 없이 오갈 정도로 넓은 발은 중앙에서 경합하고 측면에서 내달려야 하는 맨유 축구에서 박지성의 역할을 오롯이 지켜준다.
박지성의 선전을 입증하는 자료를 보자.
ESPN.com에서 공개한 첼시 전에서의 박지성 Heat Map이다. (노란색은 박지성이 '볼 터치'한 위치이며, 빈도가 잦을수록 색깔도 짙다.) 그야말로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 박지성의 활약상을 한 눈에 보여주는 자료인데 왼쪽 첼시 조 콜의 Map과 비교하면 두 팀의 전술적 차이를 확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첼시에서 비교적 박지성과 가까운 포지션으로 선발 출전한 조 콜의 그림은 한 눈에 봐도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조 콜의 볼 터치가 왼쪽 측면 진영에 크게 치우쳐 있는 반면, 박지성의 볼 터치는 경기장 거의 전면에 걸쳐 이뤄졌다. 이것은 아래 나올 호날두의 Map과 맞물려 맨유가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던 근거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좌,우,중의 선수들이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중원 경합에 가세하여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것과 맞닿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매우 공격지향적인 호날두와 박지성을 병용하는 이유로도 활용된다. 왼쪽 호날두의 Heat Map은 호날두의 볼 터치가 중앙보다는 측면에, 수비나 미드필드보다는 공격 진영에 움직임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날두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앞서 보여준대로 박지성이 또 다른 '하드 워커' 웨인 루니(왼쪽)와 함께 넓은 활동 범위를 자랑하며 그가 남기고 간 공간을 메워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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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터치 |
수비 |
중원 |
공격 |
원쪽 |
중앙 |
오른쪽 |
박지성 |
총 80회 |
15% |
50% |
35% |
43% |
21% |
36% |
호날두 |
총 82회 |
6% |
29% |
65% |
48% |
11% |
41% |
(표1) 맨유-첼시 전에서 박지성과 호날두의 볼터치 분석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박지성은 공격 상황에서 중개인의 역할에 충실한 플레이를 수행한다. 즉, 수비와 미드필드 쪽에서 공을 이어 받아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거나, 보다 안전한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볼을 연결해준 뒤 공격 깊숙이 이동한다. 이날 박지성이 기록한 총 39회의 패스 중 절반 이상이 웨인 루니(10회)와 긱스(6회), 플레처(5회)에게 연결되었다는 사실과 박지성에게 가장 많이 패스를 넣어준 선수가 에브라(8회)와 긱스(7회)였다는 점은 이를 방증하는 또다른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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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
루니 |
에브라 |
비디치 |
베르바 |
긱스 |
플레처 |
네빌 |
호날두 |
에반스 |
From 박지성 |
총 39회 |
10 |
5 |
2 |
3 |
6 |
5 |
2 |
2 |
1 |
To 박지성 |
총 82회 |
4 |
8 |
1 |
1 |
7 |
5 |
3 |
3 |
4 |
(표2) 박지성이 맨유-첼시전에서 주고 받은 패스
감독이 원하는 전술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움직여주는 선수야말로 최고의 팀 플레이어다. 그리고 맨유에서의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하에 제 몫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골이 수비수(비디치)보다 적은 것은 분명 그의 아킬레스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거슨 감독이 빅 매치에 중용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퍼거슨 감독에게 박지성의 골은 '넣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정도의 액세서리가 아닐까. 자신보다 더욱 공격적인 동료들이 상대 문전을 활보할 수 있도록 쉼 없이 움직이는 능력은 골 결정력만큼이나 흔치 않은 재능이다. 맨유의 역동적인 전술에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또 매 경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호평받는 박지성은, 그래서 맨유가 성공으로 가는 데에 꼭 필요한 촉매제(Catalyst)이자 소금 같은 존재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통계자료) Daily Telegraph, Soccernet에서 인용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football&ctg=news&mod=read&office_id=260&article_id=0000000115&date=20090112&page=1
첫댓글 ㅎㄷㄷ 하네 진짜
역시 서형욱~
서형욱 진짜 인물이다 리버풀에서 축구공부했던걸로 아는데,,,,,,,,,,,
좀 쩌시네..
날동이가 공격수라는 분들 이글 보셔야겠음..
박지성이 그라운드에 잇을때 실점이 3실점밖에 안된다니 ..아스날전 2골먹혓으니 그거빼면 1실점이란 소리네 ㄷㄷ
박지성도 박지성이지만 루니도 ㄷㄷ;;
맨유는 원래가 포지션개념이 적은팀이죠
서형욱 ㅎㄷㄷㄷㄷ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서형욱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루니 정말.. 후덜덜;;
와... 과학적이야...
정말 논리정연하고 좋은 글이네용~~ 굳굳~~
역시 스포츠개념기사는 서형욱-스포탈코리아!!! 개소문 번역 쓰레드 대충 읽고 기사 써재끼는거랑은 차원이 다름 ㄷㄷㄷㄷ
자료ㄷㄷㄷ
ㄷㄷㄷㄷ;;;
우와~~~~
삭제된 댓글 입니다.
환상의 짝꿍~ㅋㅋㅋ
서형욱 ㅎㄷㄷ;;;;;
역시 서형욱이네ㅎㄷㄷ
역시.. 전문가는 따로 있었네..ㄷㄷㄷㄷ
역시...서형욱위원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자료죽이는데.ㅋㅋ그저 좋다좋아,ㅋㅋ
이거 읽으니까 어제 경기가 어땠는지 확 이해가 된다는 ㅋㅋ 어제 정말 멋진 경기였고.. 박지성 선수 진짜진짜 잘했어요
개념기사다 라고 읽다가 맨 마지막 서형욱위원..!! 역시!!차원이 다르네요..
재밋다,ㅎㅎ
박지성선수랑 루니 둘다 진짜...;;;ㅎㄷㄷ
오호라 +_+
박지성은 경기장 대각선으로 뛰나
지성, 날도, 루니 heat map자료 합치면 경기장 가득차 ㄷㄷ 이것이 역할분담이자 전술!
친구놈은 이런 ㅎㄷㄷ한 서형욱씨가 맘에 안든다고 하네요 -_- 뭐가 맘에 안든다고 하는건지... 지가더 해설 잘한다고 하지 않나
ㅎㄷㄷ
서형욱표 칼럼 최고!!!!
박지성 루니한테 패스하길 좋아하네 ㅋㅋㅋ
이 글 읽으니까, 이해가 쏙~쏙~되네요!
진짜 쩐다 ㅎㄷㄷㄷ
이글 너~무 맘에든다
까페내 키보드전문가들 입닥쳐~!!!!!
정말 우리의 국민브라가 패스를 제일 많이 해줬네...^^
레전드 긱스가 지성이를 믿고 공을 많이 줬구나 ~~~~~~~ 난 이게 정말 뿌듯하다 ~~~~~~~~~
포포투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