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유레카란 부피라는 고정된 사고판에서 부력이라는 사고판을 읽어낸 것. 즉 사고의 전환이다.
새로운 발견을 위한 나만의 팔림세스트(Palimpsest)
▪︎기도집(輯)이 된 아르키메데스의 글
당신은 흐릿한 글씨를 읽는다. 가로 세 뼘과 세로 두 뼘쯤 되는 팔림세스트 위에서, 1907년에 시작된 이 문서의 복원은 1998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후에야 시작되었고, 첨단 장비를 이용한 결과 해독에 성공한다. 그런데 이 복원을 통해 그의 편지 하나가 극적으로 발견된다. 대부분 소실된 아르키메데스 (⁸BC 287-212)의 작품이었다.
희랍 수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덴마크의 문헌학자 하이베르(Johan Ludvig Heiberg, 1854 - 1928)는 중세 기도집 중에서 희미하게 남은 글씨를 읽게 된다. 그것이 이 문서를 발견하는 시작이 되었다. 종이가 없던 시절, 파피루스는 파손이 심해 동물의 가죽, 특히 양피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그 양피지도 너무 귀한 시절이라 썼던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또 쓰길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 썼던 글은 흐릿하게 눌린 채 남게 된다. 그래서 아르키메데스 의 글은 지워지고 기도집이 되었던 것이다.
팔림세스트의 어원은 희랍어인데,
'팔림'은 '다시'를, '(프)세스토스'는 '지워진'이란 뜻이다. 팔림세스트는 새로운 글자 층(layer)을 통해 지워진 글자 층이라는 복합적인 의미 구조를 지닌다. 고대 문서의 발견은 일차적으로 지워졌거나 손상된 것을 다시 드러내려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 이것이 아르키메데스가 사우나 하다가 소리쳤다는 '유레카(εὕρηκα(발견했다)':
와 맞닿아 있다.
▪︎사고판의 전환
아르키메데스의 고국 쉬라쿠사는 안타깝게도 로마와 한창 전쟁 중이던 카르타고와 동맹 관계였다. 하지만
쉬라쿠사를 정복하려던 로마는 일흔 살 고령의 아르키메데스 때문에 애간장을 태운다. 쉬라쿠사는 작은 나라였지만 아르키메데스가 조국을 든든히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청년 시절부터 땅 아래의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나선식 양수관을 만든 발명왕이었는데, 기발한 신무기들도 발명해 로마를 괴롭혔다. 지렛대를 이용한 투석기로 로마군에 융단폭격을 가했으며, 심지어 기중기를 이용해 로마의 군함 갤리선을 바다에서 들어 올려 꼼짝 못하게 했다. 로마 군함이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는 거대한 오목거울에 햇빛을 모아 반사시켜 화재까지 불러일으켰다.
아르키메데스의 일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이 그의 명언인 '유레카'와 관련된 일이다. 이 일화는 비트루비우ㅃ스(BC 81 - AD 15)에서 자세히 전하고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이 일을 신경 쓰면서 목욕탕에 우연히 들어갔다. 그는 거기 욕통 안에 내려가면서 자신의 몸이 잠기는만큼 밖으로 물이 넘친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가 떠오르자, 그는 즉시 통에서 뛰쳐나가면서 기뻐했다. 집까지 벌거벗은 채로 가면서 그가 찾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뛰면서 희랍어로 '유레카, 유레카.'를 되풀이하며 고함쳤다.》
아르키메데스는 스물두 살 때 쉬라쿠사의 히에론 왕의 부탁을 받고 '왕관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그는 뛰어난 수학자로 당시 기하학에 조예가 깊어 원기둥이나 구의 부피와 넓이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왕관을 일일이 조각내어 복잡한 전체의 부피를 계산하다 보면 큰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르키메데스는 부피에 대해서만 생각하다 우연히 사우나를 하게 되는데, 거기서 물체가 물에 뜨는 현상인 부력을 그 문제와 연관시키게 된다. 부피 개념에서 부력 개념으로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그러니까 천칭을 물속에 넣어 측정하는 물체의 부피 차이만큼 부력 차이가 생길 때 지렛대의 평형이 깨어지는 원리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욕탕에 들어갔다가 부피가 훤히 보이는 사고의 층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부력의 층을 발견 (유레카)했다.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는 유레카란, 부피라는 고정된 사고판에서
부력이라는 사고판을 읽어낸 것, 즉 사고의 전환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판들의 중첩 작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이런 사고판들은 마치 팔림세스트에서 보이는 글씨의 층과 희미해진 글씨의 층이 서로 중첩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나의 고착된 생각의 양피지 위에서
우리에게 '발견'이란 무엇일까? 팔림세스트를 통한 유레카를 나 자신에게 적용시켜 보자. 하나의 고착된 생각의 양피지 위에서 희미해진 과거의 흔적이 갑자기 크고 선명하게 보이는 현상이 바로 유레카다. 그럼 우리의 희미해진 생각의 흔적은 어디에 있는가?
그 흔적을 프로이트라면 아마 꿈이라 할 것이고, 바슐라르라면 기억이라 할 것이다. 뭐든 좋다. 그럼 질문을 바꿔 보자. 어떤 희미해진 흔적이 꿈에서건 일상에서건 보이는가? 어떤 망각된 흔적이 남아 있는가? 스치듯 지나가는 이런저런 흔적을 엮어 더 큰 사고 틀을 완성한다면 우리도 아르키메데스처럼 외칠 수 있다. 유레카! 유레카!
(P - 167)
김동훈 지음
별별명언
'유레카' 중에서
2026. 5. 5
#유레카
#아르키메데스
#사고의전환
#부피에서부력발견
출처 / 구글 이미지
첫댓글 사고에 틀
나이들수록 벗어나기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