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는 새벽에 온다.
두부는 아궁이 잉걸불과 함께 온다.
풀밭에 이슬이 금빛으로 반짝이기 전
부지런한 어머니와 첫닭의 울음,
헤어진 연인의 속눈썹에서 반짝이는 눈물,
광야와 미명 같은 것들이
두부와 함께 온다.
새벽에 오는 것들은 다 옳다.
짐승과 하느님이 첫 이슬 밟고 오듯이
두부가 온다는 소식은 놀라웁다.
모란과 작약 피는 일과 소년의 선행들,
당신의 상냥한 목례가 그렇듯이
두부가 온다는 일은 무엇보다 행복하다.
겨울의 문고리를 겸손하게 잡은 손으로
우리는 두부를 받을 것이다.
이 세상에 이별은 많다.
치매와 고독사가 자꾸 늘어나는 것은
두부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진 탓이다.
이별로 다친 가슴들이 모여 사는 이 지구에서
악의를 행하는 사람들이 풀처럼 무성하다.
잎은 무성하고 가지에는 황금 열매가 매달려도
우리의 보람이 줄어든 것은
두부 없이도 행복하리라는 잘못된 믿음 탓이다.
새벽에 마당을 쓰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더는 아무도 마당을 쓸지 않는 탓이다.
두부가 오지 않는 새벽은 어둡다.
짐승처럼 엎드려 울부짖고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를 자책한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기후 재난 으로 세상의 나무들이 다 쓰러진다면
누가 나무들을 일으켜세울까?
우리가 핏물 도는 고기를 거절하고
실의와 낙담 속에서도 두부를 기다릴 수 있을까?
어머니가 돌아와 내 게으름을 질책하겠지만
나는 두부를 삼키며 약속을 꿋꿋하게 지킬 것이다.
[꿈속에서 우는 사람], 문학동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