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대한민국화해프로젝트 ‘용서’>
18회
- 판소리의 엇갈린 운명, 국악인 조동언과 이덕인 -
기획 : 유규오 부장
연출 : 김영태 PD (토마토미디어)
글·구성 : 노옥환 작가
나레이션 : 정형석 성우
방송일시: 2013년 8월 22일(목) 저녁 9시 50분 방송
한때 판소리계가 주목한 미래의 명창 이덕인.
그를 늘 격려하며 이끌어주던 둘도 없는 선배 조동언.
두 사람은 판소리라는 같은 길을 걷는 동지이자 각별한 선후배였다.
하지만 전통 판소리를 고집하는 조동언과 판소리로 사회 참여를 하는 이덕인은
어느 틈엔가 서로를 불편하게 여기게 됐고..
몇 달 전 크게 다툰 후, 조동언은 이덕인을 다시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판소리에 왜 이념을 넣어? 그건 판소리에 대한 모독이자 훼손!”
열일곱 어린 나이에, 부모 몰래 단돈 육천 원을 들고 상경했던 조동언.
오로지 판소리를 배우려는 열망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명창 조상현 선생의 집에 들어갔으나 소리를 배우기까지 3년이 걸렸다.
갖은 고생을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은 판소리에 일생을 걸었기 때문.
뒤늦게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서 판소리를 전공할 수 있었다.
그에게 판소리는 목숨이자 삶의 이유다.
그런 그에게 눈에 띄는 후배가 이덕인이었다.
실력이 뛰어나고 열정이 대단한 후배가 기특해 돈독한 선후배가 됐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은 7, 8년 전부터.
조동언은 이덕인이 정치 활동에 판소리를 이용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갈등이 폭발한 건 몇 달 전, 이덕인이 유투브에 올린 동영상 때문.
이덕인이 창작 판소리로 부도덕한 정치권을 풍자했는데,
조동언은 이덕인이 전통 판소리를 훼손한다고 생각해 폭언을 퍼부었다.
“판소리는 원래 풍자와 해학의 예술, 선배는 말도 안 되는 어거지!”
스무 살 뒤늦은 나이에 판소리를 접하게 된 이덕인.
그 역시 판소리 공부를 위해 막일, 배달, 좌판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중앙대 국악과에 다시 입학한 것도 그 때문.
소리꾼에 적합한 타고난 목청에 열정까지 더해
이덕인은 2001년 국립극장 주최 제1회 차세대 명창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판소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해,
전통 판소리가 아닌 마당극이나 창작 판소리에 집중했다.
가난한 이웃을 보고 자라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공정과,
실향민인 부모님을 보면서 통일에 대해 눈을 뜬 이덕인.
지금도 각종 현장에서 창작 판소리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데..
몇 달 전 부도덕한 공직자를 비판한 창작 판소리 ‘더듬이 타령’은
2만 건이 넘는 유투브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덕인은 이런 활동이 사회와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선배 조동언은 판소리를 훼손한다고 생각해 갈등의 골이 깊다.
세계무형문화제에 등재된 ‘동족대가’를 지켜나가는 중국 동족마을에서 만난 두 사람.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고 존중했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