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너무 많은 스위치가 있고
김 진 경
세상에는 너무 많은 스위치가 있고
나는 너무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끊임없이 스위치가 눌러지고
너무 많은 것들이 강제로 내 살갗에 입력된다.
살갗으로부터 쌓여져 들어가는
너무 많은 것들이
내 안의 공간을 다 채우고
과식한 날처럼 숨이 가쁘다.
예컨대 영혼 같은 게 있다면
그건 저 안에 찌그러져 있는 깡통과도 같겠지.
아니, 그것도
또 하나의 스위치가 되어 있는지도 몰라.
편안한 습관으로 또 스위치를 누르고
강제로 입력된 것들이 강제로 입력된 것들을 밀어내며
내 안을 채우고
어느 날 나는 내 몸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플로피디스크가 아닐까 의심한다.
지문을 찍으면
강제로 입력된 화면들이
혼선을 일으키며 찍혀나올 것만 같다.
나는 너무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_《지구의 시간》(실천문학사, 2004)
ᆢ
올해의 마지막 날이 오고서야
의미없는 것들의 스위치를 OFF로 바꿉니다.
다사다난의 해를
깊은 슬픔으로 마무리합니다.
내년에도 시의 스위치만은 ON으로 작동되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무수한 시어들 앞에서 위로받고 힘을 얻었습니다.
매일매일 일용할 시어들을 꾸준히 올려주신 플로우님과 주페님, 카페지기님, 홍수염님, 별빛님.
그외 모든 시민들께 감사와 무한 애정을 표합니다.
올해 미무리 잘 하시고 건강하세요.
올해 감사했습니다^^
첫댓글 나는
차곡차곡 쌓아놓은 시사랑 시어들의 플로피디스크가 아닐까 혼동한다. 시사랑회원님들 샤랑합니데이
내년에도 건필하는 한해 되세요^^
건강한 새해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