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 주신글]
대구 재난 현장에서
의사인 어떤 분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한 후기의 일부이다.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N95 마스크와 고글은 두 시간을 넘기면 엄청난 강도의 콧잔등 압통을 시작으로 두통과 구토감 등 흡사 고산병과 같은 증상이다.
조금이라도 밀착이 덜 되면 김 서림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우므로 느슨하게 풀 수도 풀 방법도 없으니 그저 고스란히 참아내야 했다.
보호 장비가 넉넉지 못해서 잠깐 쉬고 온다는 말도 차마 할 수 없었다. 세 시간에 한 번은 교대해야 한다는 음압 병동 규칙을 수긍할 수 있었다.
힘든 보호 장구를 입은 행정요원들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텐데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주었다.
깊게 밀착된 마스크로 안면 근육이 마비된다는 느낌이 들 때쯤 일과가 끝났다.
폐기물 정리까지 완벽하게 마친 베테랑 요원들과 어둠이 깔린 운동장을 걸어 나올 때 며칠이나 버틸까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 다녔던 해외 의료봉사나 참혹한 난민촌 진료도 견뎠는데 여기서는 달랐다. 힘든 체력 저하다.
검사 조건 지침이 엄격해져서 그냥 돌려보낸 분들이 꽤 있었지만, 마구 해달라고 우기거나 항의하는 분이 아무도 안 계셨다. 검사 못 하고 가면서도 수고하시라고 감사하다고 인사하시는 분들이 거의 다였다.
근심하는 얼굴로 아쉬운 듯 창문을 닫고 가는 분들께 의사로서 재난이 내 탓인 양 미안하고 죄송했다.
의료진들은 숨 막히는 방호복과 허술한 도시락, 장시간 중노동 장비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누구보다 청결한 방호복을 착용해야 할 방호복도 달리고, 마스크는 거듭 재사용해야 한다니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러스킨은 말했다. 우리가 군인과 의사를 존경하는 이유는
군인의 과업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나라를 지키다가 죽는 것이다.
의사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 사지에 남아서 환자들을 돌보기 때문이다..
영숙이 이모
코로나와 벌이는 사투는 달리고 달려도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이다.
국가대표 멘탈코치 김영숙 씨는 선수들의 걱정을 들어주고 힘들 때 토닥여주고.
양궁, 펜싱, 체조, 볼링, 피겨 선수들의 평정심을 관리하는 스포츠심리학 박사다.
선수가 불안해하면 그 선수의 기록 내용을 보여주며 "이거 봐. 불안해 하는데 지난번이랑 별 차이 없지 않아?" 하면서 안심시킨다.
좀 높게 나오면 '루틴(routine) 카드'를 집중하게 한다. 여기에는 멘탈이 흔들릴 때 붙잡아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양궁은 메달밭이쟌아!
선배들이 쌓아온 실적도 있고,
기본기만 하자!
바람도 내 편이쟌아!
생각이 금메달에 먼저 가 있으면 더 흔들린다. 통제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자!
문구는 긍정적이고 단순할수록 좋다. 루틴 카드를 화살통에 넣고 가끔 들여다보라고 한다.
불안해하는 까닭은 관중, 심판, 상대 선수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 때문이다. 자신이 못하면 망신이라는 압박감이 크다.
전쟁포로 예를 들면 곧 풀려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기보다는, 팔굽혀펴기 등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다. 낙관적인 사람보다는 현실적인 낙관주의자가 많이 살아남는다.
코로나는 지금 의학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바이러스다. 하지만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할 수 있다.
영숙이 이모에게 요즘 한국인에게 필요한 루틴 카드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현실적인 낙관주의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와 싸우는 일이 마라톤이라면 장거리 경주에 대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도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훈련할 땐 잘하다가 시합을 그르치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체조의 김한솔 선수가 그런 경우다.
훈련에서 90점쯤 나오면 대회에선 100점 맞으려고 덤비니까 문제다.
이번엔 80점만 따자고 했다. 마음을 비우면 편하니 실수를 덜 한다. 결국 그는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땄다.
자만하지 않고 실수를 줄이는 선수가 승리하게 되어있다. 방역당국도 완벽주의나 장밋빛 기대를 버리고 '현실적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기본기에 충실하여 묵묵히 대처해 나가면 코로나는 잡힐 것이다. 이것이 국가대표 멘탈코치 영숙이 이모가 하는 말이다.
난세(亂世)에는 의인이 나온다.
전국의 의인(義人)들이 대구로 달려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병원 문을 닫고 달려온 개업의를 비롯해 의사 320여 명,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630여 명 등 의료진만 950여 명에 달한다.
다른 지역 번호판을 단 구급차량 140여 대와 119구급대원 300여 명도 코로나 퇴치에 사투를 벌인다. 자원봉사자들도 환자 식사와 배식을 돕고 있다.
대구의 아픔을 자신들의 아픔으로 여기며 헌신하는 '코로나 의인'들이다.
코로나와의 싸움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면 숨통이 막히고 금세 땀에 젖는다. 이마에 자국이 선명해도 몇 시간씩 그대로 버틴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대충 때우고, 감염 예방을 위해 혼자 먹는다. 외출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병원 영안실이 숙소로 제공되지만 밀려오는 피로에 금세 잠에 빠진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보다 더 긴장되고 힘든 방역 현장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몇 날 며칠을 봉사하고 있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대구는 더 이상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까꿍 아침산책 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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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매~~~♪” 첫 소절부터 올킬 시킨 조엘라! 감동 무대로 전체 1등? [보이스퀸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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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식사는 도시락으로 대충 때우고, 감염 예방을 위해 혼자 먹는다. 외출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병원 영안실이 숙소로 제공되지만 밀려오는 피로에 금세 잠에 빠진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보다 더 긴장되고 힘든 방역 현장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몇 날 며칠을 봉사하고 있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대구는 더 이상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까꿍 아침산책 2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