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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키 더 사무라이
[ 제 이도 네번째 : 탈 출 ]
◈ 본 소설은 100퍼센트 허위 픽션 요소로 이루어졌으며 일본의 역사를 배경으로 각색되었지만 역사적 사실과
다소 다르거나 창작된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코타로는 무릎을 탁 치며 소리쳤다.
" 아! 기억납니다. 혹시 그때.. 그.. 그럼 낭자가.. 그 아씨 중 한명!? "
코타로는 좀 더 물끄러미 유키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뇌리를 스쳐가듯 깜짝 놀란 표정의 코타로는 잠시 기억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닷새 전. 모토론 가의 이카모지야토의 좌극장의 근처에 있는 조그만한 식당.
점심 때라 그런지 발 디들 틈 없이 빽빽한 손님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무리중에는 마침 코타로와 고로도 함께 있었다.
" 나원 참, 여기는 항상 북새통 이군요. 도련님. "
" 하하, 말이라고 하느냐. 나 역시 그저께 부터 매일같이 여기서 점심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데. 정말 맛있는 집이다. "
" 하지타 님께서는 외식을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그러고보면 도련님도 참. "
" 내일이면 아버지께서 돌아오실테니 한동안 이 집 국수하고도 안녕이겠거니. 오늘 배 부르게 먹어두자. 고로. "
" 딴건 몰라도 먹는거라면 제 천직아닙니까. 걱정 붙들어 메시고 계산이나 두둑히 해주십시요~ "
코타로네의 순서가 곧 돌아왔고 둘은 가게 정 중앙에 있는 길다란 공동 상자락 한 가운데에 끼어 앉았다. 음식을 주문하고 잠시
행색을 추스리고 있던 참이였다.
" 어이. 이쁜 계집이로구나. 보면 볼수록. "
" 귀한 아씨들 께서 이런 시골뜨기 국수집에서 식사를 하다니.. 영 안 어울리는데? "
오른쪽 탁자에서 함께 자리하고 있던 두명의 아씨들 곁으로 허리춤에 칼집을 맨 두 사내가 치근덕 거리는 중이였다.
" 아씨. 이제 그만 드시고 일어나실까요? "
" 그러자꾸나. "
갑자기, 두 아씨의 상에 쓰윽 하고는, 구릿빛 거친 상처가 가득한 손바닥이 들이 미어졌다.
두 명 모두 껄렁이는 얼굴 표정이 영락없는 건달임이 틀림없었다.
" 에헤이~ 뭐가 그렇게 급하시나. "
" 아무렴. 아무렴. 끼니를 채우셨으니 우리와 함께 이 건너편 주막으로 옮기십시다. 후식을 대접하리오. "
" 사양하겠습니다. "
" 어허이~ 곱디 고운 얼굴로 무슨 그리 섭섭한 말씀을. 함께 가자니까. "
그 중 한명이 하늘색 후리소데(기모노의 한 종류로 미혼여성이 착용하는 자유복) 입은 소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 그만하시오. "
제 때에 맞춰, 정의의 목소리가 그들을 향했다. 사내들은 그야 말로 똥 씹은 표정 가득히 코타로쪽을 찔러 보았다.
" 뭐냐... 너는. "
" 여긴 많은 사람이 있는 식당이요. 행패는 술집에 가서나 부리시요. "
" 어쭈. 말하는게 영 꼬락서니 하고는.. 꽤나 사는 집 도련님 같으시온데.. 예의범절 수업을 덜 받았나? "
잠자코 있던 고로가 슬쩍 거들었다.
" 도, 도련님 차, 참으시죠. 아직 음식도 안 나왔는데. "
" 하하하. 도련님? 참으세요? 너 몸종이 기름을 들이 붓는구나. 아주. "
" 아무튼 그만들하시고 조용히 식사들이나 하시오. 거기 낭자분들께서도 마저 식사, "
" 이 자식이. "
코타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간 주먹이 빠르게 코타로의 얼굴 쪽을 향해왔다. 이미 인기척으로 직감한 코타로는 거뜬히 허리를
비틀어 피해냈다.
" 얼레. 피해? "
코타로는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며,
" 안에서 소란피우 말고. 밖으로 나갑시다. "
" 어휴!! 도련님.. 기어코... "
" 이 하룻강아지 녀석이.. 좋아. 나와. "
식당 바로 앞으로 나온 코타로 일행과 두 사내. 주위에서 옹기종기 지켜보던 구경꾼들 또한 우르르 몰려 나와 그들을 둘러쌌다.
그 사이에는 원인 제공자 격인 두 아씨들 역시 숨을 죽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삼류 불량배 뺨치는 이를 질겅거리는, 저렴한 면상과 입가에 익살스런 점들이 수두룩한 점박이 사내가 물었다.
" 조용히 국수나 처 드실것이지.. 끼어들어서 명을 자초하는 구나. "
" 사무라이 인가? "
" 그렇다. 안그래도 어제 날을 좀 손봐줬는데 첫 먹잇감이 제대로 굴러들어왔구나. 날 원망치 말아라. 꼬맹이. "
" 제대로 된 무사도를 알려주지. "
"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
점박이를 뒤로한채, 후들거리는 주먹을 쥐고, 이를 앙 다문 양갈래 상투머리 쟁이가 칼집을 치켜세우고 달려들었다.
LET'S FIGHT ? m u s i c O n ♪
" 흐리얍! "
보통 검 보다 2배 정도는 길어보이는 기다란 장도를 빼들고는 가차없이 코타로의 목 부위를 향해 ~ Swing~ ♪
거뜬히 자세를 낮춰 피해낸 코타로, 어깨에 단단히 졸라매고 있던 도포속을 힘차게 걷어재치자 샤쿠하치(일본 전통 현악기.
현대 기타 사이즈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되는 크기) 모형의 검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 오호! 샤쿠도? 가부키 인가!? "
코타로의 샤쿠하치를 발견하자마자, 뒤쪽의 점박이가 성큼성큼 달려들어 역시 칼질 공격을 난사-!
쓰-윽! 싸-아악! ssa-aaak!
" 이크! "
아슬아슬한 딜레이로, 단숨에 back 빽 덤블링 자세를 취해 뒤로 물러선 코타로는 팔꿈치로 칼집을 살짝 때려, 탁-! 샤쿠하치를 빼들었다.
분명 본 모형은 샤쿠하치의 모습과 다를게 없었는데, 단 한개만의 음줄이 묶여있고 본체의 한쪽은 보통 검과 같은 날이 번뜩이고 있
었다. 그 와중, 고로의 깨알같은 멘트.
" 나왔다! 샤쿠도! "
지-잉~♪ Jee-Ing~~♪
손가락으로 살며시 줄을 튕겨 짤막한 외마디 음을 내더니, 코타로는 주저치 않고 샤쿠도를 일직선을 세워놓고는 끝자락을 잡아채어,
" 야앗! "
힘껏 점박이를 향해 부메랑 마냥 내리 던졌다. 휘-리리릭! HWE-RE-RE-RE-RE-RIK ♪
빠직! BBAzizizizizik! " 크아아악! "
아으.. 보기만 해도 아파 죽을것 같아 보이는.. 샤쿠도의 손잡이대 끝에 그대로 이마를 얻어 맞은 점박이는 맥아리없이 쭈-욱
나가떨어져 버렸다! 끝자락에 단단히 묶인 음줄을 다시 잡아 당기어 샤쿠도를 손으로 잡아챈 코타로,
" 제법! 묘기 좀 부리는군! 크아아압! "
잡아먹을 듯한 기세의 상투쟁이가 힘껏 점프하더니 곧 위에서, 장도를 빙빙-bing Bing 회진하며 내리꽂기를 쏘아내렸다~♪
재쟁~! Ja-jang~~!♪ 촤 악! " 으윽!? 뭐, 뭐야 "
재빨리 시선을 위로 돌려 상투쟁이를 시야에 잡아둔 코타로!
다시 손가락으로 현줄의 살짝 튕기더니 마치 용이 솟아올라가는 모양새로, 현줄이 쭈욱 늘어나더니 허공에 떠있는 상투쟁이의 눈을
콕! K O C K~~! 찔렀다. 적절한 타이밍의 중계멘트-! 고로의 회심의 샤우팅이 전세를 가르는데~
" 도련니~임! 끝내세요! "
고로의 말에 넌스레 미소 지어 회답한 코타로는 무릎을 살짝 굽혀 일발정전- Ready!
Count-Down~♪ 03-02-.... 01--- Jero~ Shoot-!
단숨에 뛰어 올라 스트레이트~ Straight Upper - Cut 얼추보면 승룡권이 치켜올라가는 한방이다~♪
푸아아아악! PUAAAAAAAAA~~AAAAK~♪ " 크어어어억! " 꾸다다당!
" 와아아아아! "
샤쿠도로 상투쟁이 턱을 올려 ~ 강타! 안드로메다 까지 날아갈 기세의 상투쟁이 깔끔한 쌍코blood 를 터쳐주고는 반대편 마당으로
보기좋게 꼬꾸라져 버렸다. 제대로 된 액션씬에는 항상 준비된 관객들이 있기 마련. 구경꾼들은 폭발적인 환호성으로 결전 Finish
를 알린다. 코타로는 서둘러 샤쿠도를 다시 꽂고는 주위를 두르며 가쁜 숨을 가라 앉혔다.
" 실력이 녹슬지 않았군요! 도련님! 속 시원합니다! "
" 그래... "
그가 주위를 잠시 둘러봤을 때, 아까 그 두 명의 아씨는 이미 자리를 떴는지 보이지 않았다. 고맙다는 말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어느덧 사라져 버린 소녀의 모습이 내심 찝찌한 모양이였다.
" 어라. 그 두 아씨는 어디로 간거지? 그새 가버린건가? 쯔쯔. 싱겁기는. "
고로 역시 투정이며 주위를 계속 살폈지만 이미 보이지 않았다. 코타로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잠깐이나마 기억했던 하늘색
후리소데의 옷자락을 걸친 소녀의 실루엣을 어렴풋 기억했다.
닷새 전의 기타지쿠센도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니, 곧 코타로는 그 두 소녀 중 한명의 실루엣이 유키에임을 깨달았다.
" 아... 그때 그 두명의 낭자 들 중 한명이.. 바로.. "
" 그렇습니다. 그때 기타지쿠센도 에서 저희를 도와주셨었죠. "
" 그렇게 된거군요... 싸움이 끝난 후에 보니 이미 자리를 떠난신것 같더군요. "
" 네에.. 미처 감사의 말씀을 전하지 못해 지금에서야 양해의 말씀을 구하옵니다. "
" 아, 아닙니다. 무사로써 당연한 일을 한것 뿐이죠. "
유키에는 아무말 없이 가만히 옷깃을 걷으며 준비된 차에 한모금 입을 댔다.
" 낭군님께서는..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지니고 계신지요? "
" 죽음이라니요? "
" 모토론 가와 부군이신 하지타 님은 이곳 가와나사기 현에서 뿐만이 아니라 주변 일대 마을등지에서도 모두 유명하시지요.
그에 자제분인 코타로 님의 이름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사옵니다. 그만큼 많은 전투와 무사들을 상대하셨고
크고 작은 일화들도 전평이 나있지요. "
" 그런가요.. "
" 소녀는 계집의 몸으로써 무도에 큰 뜻을 두고 있어, 저희 부군께 틈나는대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검의 길에서 어쩔수 없이
비롯되는 살생의 법칙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 상실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지요. 때문에 여쭙는 것입니다.
선을 치루는 상대로써 낭군님의 뜻을 말입니다. "
유키에의 다소 무게감 있는 물음에 코타로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곧 입을 열었다.
" 애초부터 강자가 약자의 목숨을 빼앗고 약자가 강자에게 목숨을 내놓으란 법은 없습니다. 불필요한 살생이란 이 법에 무의미하게
집착하는 처세술에서 비롯된 것이죠. 모토론 가의 검의 신조는 승패에서 비롯되는 절대적인 살생의 법칙이 아니라 단순 열과 우위를
인정하고 높고 낮음을 진정으로 인정하므로써 상대에 대한 동경과 자비를 이루는 것입니다. 내가 기타키쿠센도에서 그 사내들을 굳이 샤
쿠도의 날쪽으로 베지 않은것도 바로 그 이유입니다. 즉 그릇된 형태만 바로잡는것이 무사의 본분이라 생각합니다. 곧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죠"
코타로의 차분한 어조의 답에 유키에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야금야금 들이키던 찻잔을 가만히 내렸다.
"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어쩐 일인지 결투 당시 샤쿠도의 날쪽을 의도적으로 사용치 않으신것 같아 보였는데.. 과연.. "
" 잠깐 순간에 그걸 보신 모양이군요. 대단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것을 묻는 것입니까? "
" 글쎄요.. 낭군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
유키에의 눈매가 갑자기 살며시 올라가더니 처음으로 코타로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였다. 그리고는 서서히 자세를 고쳐앉으
면 왼팔을 허리 뒷 품으로 감았다.
" 지금은 무사들의 전국시대 입니다. 하루에도 수 많은 무사들과 검객들이 피 비린내는 혈전을 벌이고 있고 그 살인적인 매도전에
서 살아남는 것은 살생의 법칙, 가장 위에 올라서는 자 뿐입니다. "
" !? "
" 소년의 외람된 말씀일지도 모르지만 낭군님의 신조로는 지금의 이 난국을 탈 없이 헤쳐나기에는 역 부족 하실듯 싶습니다. "
팟!
" ! "
그때였다. 코타로는 순간적으로 유키에의 뒷편의 벽에 마련된 은거울에서 얆게 비춰지는 반사빛을 직감했다.
" 코게하루! " 덜커덕!
의미심장한 코타로의 외마디와 함께, 유키에는 무섭게 선 잡힌 인상으로 돌변하며 둘 사이의 좌상을 단숨에 뒤엎었다.
스으-윽! " 큿. 무슨 짓이요!? "
보이지도 않을 속도와 함께 유키에는 코타로의 얼굴을 향해 단도를 크게 휘둘렀고, 간발의 차로 자세를 낮춰 피해낸 코타로는
힘껏 뒤로 굴러 거리를 넓혀 세웠다.
" 무슨 짓인가!? "
" 기타지쿠센도 에서 짜놓은 작전이 먹혀들어가길 바랬는데 생각보다 뛰어난 실력이더군. "
" 뭣이? "
" 우리 일파에서 제법 알아주는 실력자인 고토노 형제를 그리 쉽게 밟아버릴줄은 몰랐다. "
" 일파? 그럼.. 그때.. "
" 죽음이란 약자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자 신의 축복 같은 것입니다. 낭군께서도 충분히 이를 누릴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저로 인해서.. "
그렇다. 유키에 일행에게 시비를 걸었던 그 사내는 한 패거리의 무사들이였고 평소에 정의감에 불타는 신조로 소문이 자자한
코타로를 노려 자연스럽게 각색한 상황극이였던 것이다.
" 정체가 뭔가? "
" 굳이 아실 필요 없습니다. 다만 제가 낭군의 목을 가져가야겠습니다. "
좀 전의 단아함은 온데간데 없어진 유키에의 얼굴에 냉혈한 핏빛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쉴 틈없이 재빨리, 코타로와 유키에의 있는 건물의 뒷편 방쪽의 카메라로 돌려보자.
상당한 크기의 방에서 좀 전에 선을 마친 아미가 후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였다. 가만히 앉아 지친 어깨를 두드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슈-욱! ~~ 꽈직! " 아앗!? "
빗살 창을 순식간에 꿰뚫은 화살이 아미의 바로 앞쪽 바닥에 내리 꽂혔다. 기겁을 한 아미는 주저할것 없이 곧바로 뒤 벽쪽으로 물러섰다.
촤악! "끄아아악! " 촤악! 사가각! " 으아아악! "
이윽고 문 바깥쪽에서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동시에 시뻘건 한 줌의 피가 문창에 수북히 튀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꽝!
흑복면의 자객이 성큼 들어섰다.
" 여기 있었군. 나구치 가즈토시의 장녀인가.... 나구치 아미.. "
" 그, 그, 그렇소. 당신은 누, 누구시오? "
" 너와 함께온 몸종들은 모두 목이 날아갔다. 미안하지만 너도 여기서 좀 죽어줘야겠어. 에잇! "
" 꺄아아! "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번에 아미를 향해 검을 치켜세우는 자객, 빠르게 내려치려는 순간,
촤--악! " 쿠워어억! "
무언가 자객의 뒤쪽에서 일순간 내려 베더니, 일시정지라도 하듯, 자객은 피를 솟구치며 아미 바로 앞쪽에서 멈춰버렸다.
아미의 잡티 하나 없는 백자기 같은 새 하얀 얼굴에 섬뜩할 짓한 핏방울 들이 맺혔다. 자객이 이미 숨통이 나가 버렸는지 무릎을 끓어
안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미가 힘겹게 질끔 감았돈 눈을 뜨자 자객의 뒷편에 어렴풋히 어두운 밤빛으로 가린 남자의 형태가 띄었다. 그리고 이 쪽을 향해 대 여섯명의 자객들이 저 멀리서 돌진해오고 있었다.
" 저 방이다! 나구치가의 계집이 저쪽에 있, 아니!? 저녀석은 뭐야? "
" 신경쓸거 없다! 저 녀석도 같이 죽여라! "
남자는 고개를 반쯤 돌려 세우더니,
" 움직이지 말고 방 안에 가만히 있어. "
아미에게 말을 뱉고는 방문을 다시 닫았다.
창! 쵕! 차차창! 창! 촤--앙! 추앙! 창!
쏴악! 쓰으으윽! 촤아아악! 챠악! 추와악!
" 아아악! " " 크아아악! " " 까아아악! " " 크헉! "
문 밖에서는 정신없는 검 소리와 비명의 세례들이 이어졌고 아늑한 월광에 비친 채, 빗발치는 장마를 연상케하는 핏방울들이
사방에서 튀어 올랐다. 아미는 이 모든 광경 앞에서 더욱 더 빨라지는 심장을 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곧 온갖 그림자들이 춤을 추던 난동의 향연은 뚝- 그치고 다시 방문이 스르륵 열렸다.
겁에 잔뜩 질려 부들거리는 몸을 힘겹게 다잡은 아미가 다시 눈을 뜨고 겨우겨우 앞을 응시했다.
무수히 하늘에서 추적이는 붉은 비를 잔뜩 뒤집어 씌운건지
거침없이 혀를 내두르고는, 송송히 맺힌 핏방울을 가볍게 뱉어낸 남자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 퉷. "
남자는 한걸음 한걸음 아미쪽으로 다가왔고 등불에 가까워지자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발짝. 두발짝 그리고...
아미의 눈에 비춰지는 건, 살기 가득히 숨쉬는 듯한 눈동자와 정신없이 엉클어진 붉은 머리의 카츠기 였다.
" 살고 싶으면 따라와. "
TO BE CONTINI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