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땅 여행을 마치고/안성환/240630
강원도 영월은 갈 곳이 많은 곳이다. 이번 여행은 두 곳만 찍어 다녀왔다 ‘조선민화박물관’과 ‘젊은 달 와이파크’이다. 어쩌면 영월 전체가 액자 밖을 탈출한 예술품 같았다. 먼저 들린 곳이 조선민화박물관이다. 이곳 도슨트의 말을 빌리면 박물관의 소장품은 약 5천여 점이라고 한다. 상시 전시되는 작품 수는 약 200여 점. 전시관은 1, 2, 3 전시관으로 되어 있는데 1 전시관은 국보급 유물 진품 민화 전시관이고 제2 전시관은 기획전이나 특별전, 기증작 등 작품을 전시한다. 제 3 전시관으로 가면 전국 민화 공모전 수상작을 볼 수 있다. 3 전시관을 뒤돌아 가면 검은 커튼이 하나 처져 있는데 춘화 전시관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인 민화 진본을 여기서 볼 수 있다. 작품의 종류는 50여 점 되는데 한국, 중국, 일본의 춘화들이다. 단, 19세 이상만 출입이 가능하다. 민화에는 꽃과 조류, 동물들이 약방 감초처럼 등장하는데 그림에 뜻하는 의미들은 이곳 도슨트로부터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그럼 민화란 무엇인가? 민화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이해가 조금 필요하다. 민화(民畵) 백성 ‘민’자에 그림 ‘화’를 써서 백성들이 그린 그림이란 뜻이다. 하지만 ‘민화’ 단어를 사용했는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일본의 야나기 미네요시(1889~1961) 일본의 민예연구가에 의해 ‘민화’라고 사용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전에 우리나라에는 민화에 대한 순수 우리말이 없었을까? 있었다. 속화(俗畫) 혹은 풍속화(風俗畵)로 사용했다. ‘풍속화’란 말은 온데간데없고 ‘민화’란 단어만 남아있다. 미네요시씨는 한국의 민속예술에 매우 관심이 많았고 1924년 당시 나이 35세에 서울에 조선미술관을 설립했고, 이조도자기 전람회와 이조 미술 전람회를 열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현재 학계에서는 일본인이 지은 ‘민화’를 ‘계례화’ ‘한울화’ ‘우리그림’ ‘민속화(풍속화)’등로 바꿔야 한다는 논란이 많다고 한다. 민화의 특징은 대부분 그림만 있지 그림에 글씨나 도장이 없다. 이유는 백성들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름이나 도장이 없는 것이 많다. 하지만 백성들의 생활철학과 생활감정을 그림 속에 구체화 시키면서 민화는 민족의 창의성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조금 더 나간다면 생활감정과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우리민족 문화유산이다. 민화는 궁중과 시장에 함께 등장하지만, 대접을 받지 못한 이유는 조선시대 20%의 양반들이 그린 문인화 속에 무시당함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은 민화의 그림 설명보다 그림의 감상법에 대하여 젊은 나이에 일찍 고인이 된 ‘오주석선생’의 글을 인용해 본다. 오주석선생은 옛 그림의 감상에 두 원칙을 정한다. 첫째,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둘째, 옛사람의 마음으로 느낀다고 하셨다. 눈이란 똑같은 것인데 옛날 사람들의 눈은 현대인의 눈과 어떻게 다르며, 옛사람 마음은 어떻게 다른가? 참 의아했다. 오선생은 예화를 기가 막히게 하였다. 전시장에 크고 작은 작품 60점이 걸려 있다고 하면 대부분 관람객은 그림으로부터 1m 정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점잖게 천천히 똑같은 속도로 걷는다고 한다. 그림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데 말이다. 그림이 크고 작은데 일정한 거리에서 본다면 이것은 엉터리라고 하셨다. 큰 그림은 좀 떨어져서 보고 작은 그림은 바짝 다가가서 봐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그림을 감상하는 상식이라고 했다. 그럼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보는 것이 좋을까? 본 팁만 이해하고 전시장 가면 대박이다. 오선생은 작품감상에 적당한 거리의 기준을 기술해 놨다. 동양화이든 서양화이든 할 것 없이, 작품의 크기의 대각선을 그었을 때 대략 그 대각선 만큼 떨어져서 보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좀 느긋하게 보려면 대각선의 1.5배 정도까지 떨어져 봐도 좋다고 했다. 옛 그림 가운데 노트처럼 작은 그림이 많다고 한다. 그런 그림은 바짝 다가서 서 보아야 한다고 한다. 화가 자신도 사람들이 그만한 거리에서 볼 거라 짐작하고 작은 그림일수록 작품의 세부를 대충 그리지 않고 세부를 아주 꼼꼼히 그린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장에서 큰 그림 앞에서는 썩 물러났다가 작은 작품은 좀 들어가서 보고 내 마음에 드는 그림은 좀 더 오래 보거나 자세히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전시관이고 간에 최고의 명작은 그 전시실에 들어갔을 때 한눈에 척 보이는 것, 그것이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한다. 전시 작품의 질도 특A, A, B, C등급이 있다고 한다. 특A급만 큰 공간에 주인처럼 자리 잡고 나머지는 ABC 군데군데 골고루 섞어 전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걸음걸이는 자연스럽게 들랑날랑하며 물결처럼 반복되는 커브 현상을 하게 된다. 이렇게 기본을 알고 가면 좋다. 하지만 골치아프다면 꼭 그렇게 알고 가야 할 의무는 없다. 예술이란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좋아서 보는 것이고, 또 내 마음에 드는 작품 한 점 있으면 그것 하나 잘 감상하면 충분히 본전 뽑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선민화 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발걸음을 ‘젊은 달 와이파크’로 옮겼다. 이곳은 다양한 현대 미술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왜냐하면, 약 10개의 장르로 구분되어 있으며 장르마다 특색이 기가 막힌다. 그 구분이 대지미술과 설치미술, 그리고 박물관과 공방이 어우러져 복합예술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이 미술관에 필자의 관심 부분은 ‘설치미술’이다. 그렇다면 설치미술과 조각은 어떻게 다를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필자의 생각을 사전적 내용에 근거하여 정리한다. 조각은 재료를 깎고 새기고 빚어서 입체형상을 만드는 그런 미술을 조각 또는 소조라 한다. 설치미술은 조금 다르다. 주로 주변 공간과 융합하여 설치하게 되는데 일반 미술에서 볼 수 없는 다른 점은 보거나 듣거나 만지거나 하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보면 된다. 설치미술의 기본은 ‘현재의 재료’ ‘현재의 기술’ ‘현재의 과학’ ‘현재의 문명’ ‘현재의 사회조건’이 종합적으로 함축된 것이 ‘설치미술’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설치미술의 강점은 지금 이 시대의 다양한 정보와 첨단 기술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신문고이자 기록물로 보면 된다. 이유는 설치미술은 오늘을 기록하거나 확장하며, 시대의 변함에 따라 형식과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자유롭기 때문이다. 사실 설치미술은 그림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각도 아니고 참 애매할 때가 만다. 더 파격적인 것은 미술품의 선제 조건인 보존성까지 무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설치하는데 돈도 많이 들어가지만 팔리지도 않는다. 팔 수도 없는 것이 더 많다. 그런데 그들은 왜 할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특히 예술이란 필요한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되겠지만 쓸데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쓸데없는 것이 예술이다. 하지만 정신과 양식에 대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설치미술이 가장 큰 효과를 낸다고 본다. 어쩌면 사람도 설치미술 일부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평소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은 좋은 설치예술이고 평판이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은 좋은 설치예술이 되지 못하듯이……. 그렇다면 설치미술 감상하는 방법은? 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즐기면 된다. 하지만 그 속에 이 시대의 얼(정신)이 들어있는 기록물임은 틀림없다.
여행의 묘미는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멈추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번 여행지 2곳은 시간과 공간을 잊기에 좋은 곳이었다.
2024년6월30일 영월땅 여행을 마치고 성환 쓴다..
여기까지 '조선민화박물관' 이모저모
'젊으의 달 와이파크' 이모저모
첫댓글 선배님 덕분에 그냥 앉아서 영월땅 구경 다 했습니다. 피카소의 추상화도 아니고 .. 저로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작품들을 사진을 통해서 본 것 만으로도 위안을 삼아 봅니다. 여러 지방들을 기행 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시는 선배님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우리(입산제25회)도 얼마 전(6.22~23)대관령 삼양목장과 강릉 나들이 하고 왔습니다만 선배님처럼 글 재주가 없어 게시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뭏던 선배님의 젊디젊은 삶에 다시한번 경이를 표합니다.
여행의 묘미는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디에서 멈추는가가 중요하다는 그 말씀 찡하게 다가옵니다. 정말 가슴에 새겨야 할 명언인 것 같습니다. 더 활기찬 선배님의 활동을 기대하며 늘 건행 하시고 청명한 날들만 함께 동해 하시길 바랍니다.
늘 응원합니다.
후배님 댓글이 작품입니다.
에세이집 한권을 읽는 기분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