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언변에 마음을 사로잡는 친화력, 극적인 감성 표현, 병적인 거짓말, 기만적인 데다 남을 조종하려는 태도, 집요함, 자기 능력을 부풀리는 허풍, 죄책감 결여, 자기 잘못을 남에게 덤터기 씌우는 뻔뻔함, 무책임…. 이쯤에서 주변에 있는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혹시 회사 상사나 동료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그에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그는 화이트컬러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반드시 연쇄 살인범이나 폭력적 범죄자인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그리 드물지 않은 존재다. 특히 화이트컬러 사이코패스들은 횡령, 사기 등을 저지르거나 개인적 이득을 위해 직장 동료들을 이용하고 괴롭힘으로써 피해를 준다.
동료와 투자자, 납세자를 피해자로 만드는 그들
세계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벌어지는 황당한 기업·정치 스캔들을 보고 있으면 사이코패스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발생한 충남 홍성의 광천 새마을 금고 사건은 기가 막힌다. 모든 임직원들이 짜고 무려 9년에 걸쳐 고객 예탁금 1천5백억원을 멋대로 주무르면서 총 1백68억원을 빼돌려 나눠 썼다는 내용을 기억하는가. 이 사건의 주범은 최고위직인 이사장이었다. 돈을 빼내기 위해 협력자가 필요했던 그는 직원들을 모두 공범으로 만들어 회사를 ‘범죄 집단’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횡령액 1백68억원이 공적 자금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사기꾼들 때문에 생긴 피해를 국민들의 세금으로 막았다는 얘기다. 청렴을 그토록 자랑했던 전직 대통령이 직위를 이용해 기업인에게 돈을 요구하고 그 돈을 해외 순방길에 특별 전용기에 싣고 빼돌렸다는 혐의 내용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마 기업 스캔들 중 가장 유명하고 황당한 사건은 미국의 ‘엔론’사 사건일 것이다. 혁신의 전도사로 세계 언론에서 수많은 찬사를 받았고, 일등 경영의 상징으로 칭찬받던 기업이 사실은 ‘거짓’ 회계장부와 횡령이 판을 치는 곳이었다는 사실은 배신감과 분노를 넘어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엔론의 수많은 투자자와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알거지가 됐다. 전 세계를 엄청난 시련에 빠뜨린 현재의 경제 위기도 따지고 보면 기업의 거짓과 무책임으로 촉발됐다. 파산과 더불어 이번 세계경제 위기의 직접적 도화선이 됐던 리먼 브러더스의 최고 경영자(CEO) 풀드는 지난 8년간 무려 5억 달러(약 6천5백억원)를 보너스로 챙겼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성실한 투자자와 직원들, 납세자들이다.
기업 부정 부추기는 이익 만능 경영 풍토
미국의 산업 심리학자인 폴 바비악(Paul Babiak) 박사는 기업 내 화이트컬러 사이코패스가 3%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는 최근의 이익 극대화 중심의 기업 가치가 사이코패스의 증가를 부추겼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다운사이징, 리스트럭처링, M&A, 기업간 합종 연횡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미국식 경영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됐으며 세계경제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이런 전쟁 같은 혼란이 기업 사이코패스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들은 변화와 혼돈을 좋아한다. 정해진 규칙과 잘 짜인 조직,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방식은 이들의 ‘비윤리적’ 행동을 은폐하는 데 방해가 된다. 그래서 조직적 혼돈은 ‘사이코패스적 조작과 기만, 착취적 행동을 덮어줄 충분조건이자 지루함을 못 참는 사이코패스들에게 스릴을 유발하는 필요조건’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로버트 헤어 교수는 화이트컬러 사이코패스를 분별해내는 테스트를 개발했다. 설득력, 친화력, 자만심, 병적으로 반복되는 거짓말, 기만적이고 남을 조종하려는 태도, 후회나 죄책감의 결여, 얕은 정서(자기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덮기 위해 배려하고 공감하는 척 연기한다는 의미), 무책임 등 8개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왼쪽 소박스 참조) 화이트컬러 사이코패스다. 반면 만성적 불안정, 반사회성, 공격성, 일탈된 라이프스타일 등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이코패스들은 회계 부정이나 횡령보다 더 거친 범죄로 감옥에 가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순진하고 무능한 조력자들
기업 내 사이코패스들은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성공한다. 엔론 파산의 핵심 주범인 재무 담당 최고 책임자(CFO) 패스토는 사람 좋고 무능한 켄 레이 회장 덕분에 회사를 맘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 그를 감독해야 할 레이 회장은 증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때도 “언론 홍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의 희생자는 대개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정신세계의 소유자가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남들도 자신처럼 배려심과 양심이 있다고 믿는데, 이런 점이 사이코패스들에게 ‘이용’할 빌미가 된다. 사이코패스들에게는 순간적으로 사람들을 간파하여 그들의 약점과 유인책을 알아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미국 오클랜드 대학의 바버라 오클리 교수는 <나쁜 유전자 : 왜 사악한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성공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사이코패스들은 임상의들 사이에서 ‘무당’이라고 불린다”라고 썼다. 그 정도로 상대방을 어떻게 공략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이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대처와 치료가 극히 어려운 이유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의 바로 이 점 때문에 치료나 대처하기가 극히 어렵다고 말한다. 메이슨과 크리거 박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들은 파괴적이지만 특정 부분에서는 고도의 성과를 올린다. 영리하고 창의적이며 예술적 소양 또한 풍부하다. 그래서 이들의 유능한 면만 경험한 사람들은 이들이 특정 상황에서만 유능한 것처럼 보일 뿐, 사회에 피해를 주는 장애자라는 사실을 절대 믿으려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사이코패스들의 부분적인 유능함과 관계를 조작하는 특성, 그리고 사이코패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순진한 사람들이 결합해 문제를 꼬이게 한다는 얘기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각종 정치·경제적 스캔들이 왜 그렇게 오래 곪아 터질 때까지 철저히 은폐되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평생 직장 내 사이코패스를 연구한 호주 시드니 대학 심리치료학자 존 클라크 박사는 이들을 두 타입으로 나눈다. 첫째 부류는 시간이 지나면 악행이 드러나기 때문에 직장에 오래 있기 어려워지는 부류다. 이들은 악행이 밝혀지면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 기회를 보다가 행동을 재개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절대 멈출 수 없는 타입이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지나치게 큰 파워를 갖고 있어서 손을 댈 수 없다. 클라크 박사는 이처럼 회사 내에서 CEO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막강한 파워를 휘두르는 사이코패스는 솎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사이코패스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직장 내 사이코패스의 피해자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사이코패스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동정심에 사로잡혀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또 한 번 조작하고 속일 기회와 빌미를 주는 일일 뿐이라는 게 클라크 박사의 주장이다. 그가 제시하는 직장 내 사이코패스 대처법은 이렇다. 첫째, 절대 협상의 여지를 주지마라. 협상은 공격할 다른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둘째, 사이코패스의 행동을 숙지하고 동료 중 비슷한 행동으로 고통받는 경우를 잘 찾아내라. 그리고 문제 행동을 문서화해서 인사부에 알려라. 셋째, 그러나 그들이 사이코패스라는 걸 입증하기는 아주 힘들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섣불리 행동하지 마라. 사이코패스들은 주변의 신임을 받는 경우가 많다. 넷째, 친구와 가족들에게 알려 지지 기반을 얻어라. 다섯째, 사이코패스의 피해를 증명하는 게 힘들고, 특히나 그가 파워 센 상사라면 최대한 빨리 직장을 떠나라. 피해자인 자신이 도망가는 게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더라도 일단 떠나야 한다. 사이코패스에 의한 정신적 피해는 고립감, 불안감, 우울증 등 엄청나게 크다.
그런데 상대방을 사이코패스로 오인할 소지는 없을까. 그래서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 박사는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라고 조언한다. 한 번 정도 약속을 파기하거나 거짓말, 책임 방기를 할 수는 있다. 두 번째도 실수라고 쳐두자. 하지만 세 번 반복된다면 그는 당신을 이용하는 것이다. 관계를 끊어라. 그러면 사이코패스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말을 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면서 당신의 마음을 돌리려 할 것이다. 하지만 무너져서는 안 된다. 더 이용당할 뿐이다.
사이코패스는 유능한 직원들을 내몰고 성실한 동료들을 괴롭히기 때문에 회사 CEO나 임원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첫째, 일반 직원들이 개방적으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라. 옴부즈맨이나 익명 제보 전화 제도도 좋다. 일반 직원들은 사이코패스에게 덜 유용하기 때문에 직원들 앞에서 그들의 가면이 먼저 벗겨지는 게 대부분이다. 둘째, 유능하다고 판단되는 직원에 대해서 철저히 크로스 체크하라. 사이코패스는 회사 임원들 앞에서는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한다. 주변을 크로스 체크한 결과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정황이 드러나면 경계하면서 면밀히 관찰하라. 마지막으로 임원이나 최고 경영자들은 자기 약점을 알아야 한다. 리더들은 대개 자기 강점은 과대평가하면서 약점이 뭔지는 잘 모른다. 사이코패스는 개인적 약점을 파고들어 착취함으로써 교묘히 조작하고 이용한다. 당신의 약점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 지점을 파고들어 아첨하거나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첫댓글 청렴을 그토록 자랑했던 전직 대통령이 직위를 이용해 기업인에게 돈을 요구하고 그 돈을 해외 순방길에 특별 전용기에 싣고 빼돌렸다는 혐의 내용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 이 말 근거가 있는 내용인가요?..그리고 누가 쓰신 글인지 출처를 부탁드립니다.)
대체적으로 내용에는 공감합니다.
먼저 제가 올린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나쁜 유전자-왜 사악한 사람들이 존재하며, 왜 그들은 성공하는가(바버라 오클리 지음/이종삼 역/살림출판사 펴냄)’라는 책의 서평을 보다가 아래 블로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전 April 님께서 지적하신 위 내용의 진위여부 보다는 직장내 사이코패스에 촛점을 맞춘것입니다. 제 의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힙니다. (출처: blog.daum.net/stkonan)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