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에서 투신자살한 고(故) 김주현 씨가 14일째 장례식장 문을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유가족들의 슬픔이 차오르고 있다.
주현 씨의 부친 김명복 씨는 24일 저녁6시경 동료들이 조문을 오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통곡했다. 이를 본 부친의 동료들도 말문을 열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는 노동,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가족들은 삼성에 대한 분노만 키워가고 있다며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반올림 소속 이종란 노무사는 “오늘 아침 주현 씨 아버지가 처음으로 시신을 봤다. 아버지는 시신을 들고 당장 공장으로 가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장례도 못 치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돈으로 유가족들은 회유하고, 경찰 조사도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노동부도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주현 씨의 누나도 삼성 사측 관계자와 오전 내내 싸웠다.”고 전했다.
노동부 '진정사건 조사' VS 특별근로감독 실시
“주현씨 개인 문제 아니야...삼성전자 LCD 전반 조사해야”
이 가운데 24일 오후4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서 유가족, 반올림,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가 삼성전자 LCD공장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조성준 천안지청장과 면담을 했다.
관련해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이 아니라 ‘진정사건’으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별근로감독 실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진정사건으로 조사가 들어가면 노동부는 기본적으로 사업주와 진정을 제기한 노동자에 대해 조사 활동을 펼친다. 기숙사 관리 및 전반적인 안전조치 사항,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사 날짜는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노동부가 진정사건으로 조사할 것을 약속했지만 유가족과 고 김주현 씨의 사망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이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유가족들은 18일 노동부를 찾아 삼성전자 LCD공장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주현 씨 자살사건 뿐만 아니라 LCD 탕정공장 노동자 박 모(23세)씨 역시 기숙사 18층에서 투신자살한 일이 있었고, 간접적으로 자살과 관련한 제보가 이어지자 김주현 씨 개인의 문제를 넘는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 사항은 △삼성전자 LCD공장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특별근로감독을 신속하고 책임 있게 실시하기 위해 지청장을 책임자로 하는 특별조사팀을 구성하여 조사하고, 그 결과를 1월 24일 정오까지 공개 △고용노동부는 망자의 사망원인과 관련, 철저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아래 사항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책임자 처벌 △잇단 자살의 원인제공은 사업주에게 있다. 삼성전자 LCD 천안, 탕정공장 설립이후 현재까지 노동자들의 자살 현황 및 회사가 자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왔는지 등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공개 △삼성전자 LCD 노동자들의 사망, 질병, 작업사고, 자살사건 등 현황과 산재은폐 행위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 책임자 처벌 등 11가지였다.
또, 특별근로감독 실시 여부는 노동부의 사건 해결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제12조 3호에 따르면 ‘특별감독’은 “노동관계법령·단체협약 및 근로계약 등에 규정된 근로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노사분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 우려가 큰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관계법령 위반사실을 수사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특별근로감독 요건이 명시되어 있지만, 동시에 노동부의 재량권이 일정정도 인정하는 요건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면담 과정에서 주현 씨 부친은 “삼성은 회유만 하고, 노동부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면 나는 선택권이 없다.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절망감을 나타내기도 해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전자 전반에 대한 조사를 원했는데,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받지 못하고 진정사건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진정사건으로 갈 경우 김주현 씨 개인의 문제로 갇힐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부가 진정사건으로 조사한다고 했지만 특별근로감독을 계속 요구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유가족 및 관계자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경찰측은 고 김주현 씨의 투신자살과 관련한 일부 CCTV를 유가족에게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