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7篇 秋水篇 第8章(장자 외편 17편 추수편 제8장)
장자莊子가 혜자惠子와 함께 호수濠水의 돌다리 위에서 노닐고 있었는데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나와서 한가로이 놀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물고기의 즐거움일세.”
혜자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겠는가?”
장자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혜자가 말했다. “내가 자네가 아니기 때문에 참으로 자네를 알지 못하거니와, 그것처럼 자네도 당연히 물고기가 아닌지라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네.”
장자가 말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세. 자네가 나를 보고 ‘자네가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느냐’고 말한 것은, 〈자네가 내가 아닌데도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자네가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이므로〉 이미 내가 그것을 알고 있음을 알고서 나에게 물어온 것일세. 〈어디에서 알았느냐고? 어디서 알긴〉 나는 그것을 호수濠水 가에서 알았지.”
莊子與惠子 遊於濠梁之上
莊子曰 儵魚出遊從容 是魚之樂也
惠子曰 子非魚 安知魚之樂
莊子曰 子非我 安知我不知魚之樂
(장자여혜자로 유어호량지상이러니
장자왈 조어 출유종용하나니 시 어지락야니라
혜자왈 자비어이니 안지어지락고
장자왈 자비아어니 안지아의 부지어지락고)
장자莊子가 혜자惠子와 함께 호수濠水의 돌다리 위에서 노닐고 있었는데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나와서 한가로이 놀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물고기의 즐거움일세.”
혜자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겠는가?”
장자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 유어호량지상遊於濠梁之上 : 호濠는 물 이름. 호량濠梁은 호수濠水 위의 교량. “濠는 물 이름이다. 회남의 종리군에 있다. 지금 그곳에는 장자의 묘소가 있고 또 장자와 혜시가 노닐던 곳도 있다. 돌로 물을 가로질러 다리를 만들었는데 또한 이것이 바로 호수濠水의 교량橋梁으로 장자와 혜시가 그 위에서 청담을 논했다고 말한다.”(成玄英)
☞ 조어儵魚 출유종용出遊從容 : 조儵는 피라미. 종용從容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한가로이 노니는 모양.
☞ 자비어子非魚 안지어지락安知魚之樂 : 장자가 물고기가 아닌 이상 물고기가 즐거운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안安은 어찌.
☞ 자비아子非我 안지아부지어지락安知我不知魚之樂 : 혜시와 똑같은 방식으로 혜시가 자신을 알 수 없다고 반박한 주장이다. 다만 물고기와 장자의 종차種差와 장자와 혜시의 종차種差는 같은 수준으로 간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그것을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
惠子曰 我非子 固不知子矣 子固非魚也 子之不知魚之樂全矣
莊子曰 請循其本 子曰 汝安知魚樂云者 旣已知吾知之而問我
我知之濠上也
(혜자왈 아비자완대 고부지자의어니와 자고비어야라 자지부지어지락이 전의니라
장자왈 청순기본하니라 자왈 여안지어락운자 기이지오의지지이문아니
아지지호상야호라)
혜자가 말했다. “내가 자네가 아니기 때문에 참으로 자네를 알지 못하거니와, 그것처럼 자네도 당연히 물고기가 아닌지라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네.”
장자가 말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세. 자네가 나를 보고 ‘자네가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느냐’고 말한 것은,
〈자네가 내가 아닌데도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자네가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이므로〉 이미 내가 그것을 알고 있음을 알고서 나에게 물어온 것일세.
〈어디에서 알았느냐고? 어디서 알긴.〉 나는 그것을 호수濠水 가에서 알았지.”
☞ 고부지자의固不知子矣......전의全矣 : 고固는 ‘진실로’의 뜻인데 여기서는 자리에 따라 ‘참으로’ 또는 ‘당연히’로 번역하였음. 전의全矣는 틀림없다는 뜻.
☞ 청순기본請循其本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세.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따져보자는 뜻.
☞ 여안지어락운자汝安知魚樂云者 : 조선 전기의 문인 서거정徐居正은 ≪莊子≫ 〈秋水〉편의 마지막 장인 이 부분을 소재로 시를 지어 다음과 같이 장자를 풍자한 적이 있다. “남화는 지락에서 실컷 노닒을 말하고, 애오라지 호량에서 질펀하게 놀았으니, 자네가 물고기 아니요 물고기가 자네 아니며, 과연 주가 나비 되고 나비도 주가 되었다네. 양생에는 포정의 기술 빌릴 것 없지만, 지혜가 부족하여 공연히 北海若을 떠들게 하는구나. 만물은 본래 평등한데 다시 무슨 물을 평등케 하리. 멍하니 온종일 빈 배만 띄우누나.”
☞ 기이지오지지이문아旣已知吾知之而問我 :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이미 알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는 뜻. 곧 자네가 내가 아닌데도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자네가 알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뜻. 실제 혜시의 언급이 이런 뜻은 아닌데 장자가 슬쩍 왜곡한 것이다.
☞ 아지지호상야호我知之濠上也 : 혜시가 어떻게 알 수 있느냐[안지어락安知魚樂]고 물은 것을 일부러 “어디에서 알았느냐?”고 물은 것처럼 슬쩍 왜곡해서 “어디서 알긴 어디에서 알아? 호수濠水 가에서 알았지.” 하고 농담한 것. “장자莊子가 혜시惠施의 본의를 일부러 곡해해서 안安을 하처何處의 뜻으로 쓰고 일부러 그 장소(호상濠上)를 말했다.(郭沫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