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이일향
서울 종로구 사직동 262-25번지 이일향 앞
낯익은 만년필 글씨 검은 소인 찍혀 있는
주소를 모르는 그 사람의
소식을 받고 싶다
어제는 꽃이 피고 오늘은 꽃이 집니다
아무 뜻 없어도 글자 속을 읽고 또 읽을
세월의 저쪽에서 보내온
엽서 한 장 받고 싶다
나의 감상노트
필자는 누군가로부터 엽서를 받고 싶어한다. 자신은 그 사람의 주소를 알지 못하면서
약간은 이기적이게도 그에게로부터 소식을 전해받기를 원한다. 아마 그 누군가를
예전에 좋아했고 지금 그리워하나 보다. 연락처를 모르지만 엽서를 받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그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여자애가
너무 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애와 연락이 끊긴지는 이미 오래였다. 예전에
알고 있던 핸드폰 번호는 바뀐지 오래되었고 싸이월드의 1촌도 아니었다. 그래서 끊어졌던 연락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했었다. 친구들에게 번호를 물어보는 것은 내 속이 너무나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방법이어서 싫었다. 내가 그 여자애를 기억하고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었던 것이다. 고민을 하다가 ‘9박 10일짜리 정기 휴가를 나갈 때 하루를 버리는 셈치고 그 여자애의
집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우연히 만난 척하면 어떨가?’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했지만 실제로
그러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만... 가끔씩 그 여자애와 다시 연락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간절한 것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사람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첫댓글 나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만년필로 곱게 적은 엽서 한장 받고 싶지만
그런 나는 누구에게 마음을 꼭꼭 눌러 적은 예쁜 엽서 한장 보낸 적 있냐고
내가 내게 묻는다면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안부 한장 띠운적은 아마 한번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맨날 혼자 다짐한다. 이 바쁜 시기만 지나면 ... 이번 학기만 끝나면 ...
하고 다짐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