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
하늘에 살고 싶어라 바람에 떠 있고 싶어라
날개에, 날개에 떠 있고 싶어라
바람이 쓸어 가는 하늘
인간보다 쓸쓸히 보이지 않는 곳에
눈물보다 쓸쓸히 차가이, 하늘 깊은 곳에
외로움보다 쓸쓸히 바람에 쏠려 바람에 쏠려
날개처럼 떠 있고 싶어라.
詩想노트
어느 해였던가, 몹시 마음이 괴로운 일이 있어서 겨울 방학 한 동안을 충청도 수안보 온천에 틀어박혀서 생활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성경 구약과 신약을 다 읽고 기독교 교인은 아니지만 서양 문화의 근원이라는 그 흐름의 지식을 공부했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수안보에서 청주로 나왔었습니다. 수안보에서 청주로 나오는 길은 충청도 괴산을 넘어야 했었습니다. 그 충청도 수안보와 괴산 사이엔 높은 고개가 있었습니다. 그 고개를 넘어 오는데 높은 겨울 하늘에 솔개가 높이 자유자재, 날개를 펼치고 날고 있었습니다. 그 자유자재로 날고 있는 솔개를 보고 나도 저렇게 한 번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한번 높이 하늘을 날고 싶었었습니다. 그 심정을 이렇게 「솔개」라는 제목으로 시작을 했던 겁니다. 이 세상 살아가는데 어디 마음 편안할 때가 그리 있습니까, 이럴 때 이렇게 시로써 마음을 풀며 사는 수 밖에 없는 거지요. 일종에 카타르시스(Catharsis)라고나 할까, 스스로 스스로를 풀며 사는 수밖에 없는 거지요. 시는 이렇게 나에게 있어서는 스스로 스스로의 암울한 정신을 풀어가는 하나의 수단이었습니다.
-『시의 오솔길을 가며』, 스포츠서울, 1992, pp 18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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