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모 홈에 올라간 글. 또 다시 고치기 싫어서 걍 갖다가 퍼올림. 따라서 경어가 쓰였음.
프리챌의 내 공간에는 이 글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글이 올라갈 예정임. (이 글도 퍼 올릴까? -.-a)
아! 잊어버리기 전에 한마디.
10월 생일인 동기들 모두모두 축하하네. 인수,화연이,정미,승현이,득용이... 빠진 사람 없지여? 이래 놓고 입닦아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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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때, 연년생 동생이랑 손 꼭 붙들고 같이 보자 했었더랬는데 집안 일에 치이고, 연휴 마지막 무렵의 스케줄 급박해진 인터뷰 원고 때문에, 오늘로 미뤄진 영화 관람이었어요. 원래는 어제 보려고 했지만, 한 이틀 정도 소음가득 섞인 인터뷰 테잎을 풀어냈더니 어제 저녁 넉다운이 되더군요.
집에서 논문쓰기를 빙자하고 내처 노는 저, 할 일 없으니 시간표 알아봐야 합니다. 동생이 조교 근무가 끝나는 시간이 5시, 눈치 봐서 30분 정도는 더 개겨줘야 한답니다. 수도권이 집인 관계로 너무 늦은 시간은 곤란하니, 왠만하면 동생학교 근처의 극장들을 뒤집니다. 아! 이럴수가. <무사>와 <봄날은 간다>, <조폭마누라>가 쓸었습니다. 다른 영화들도 거의 같습니다. <스위트 노벰버>(11월에나 개봉할 것이지.-_-;), <아메리칸 스윗하트>,<프린세스 다이어리>... 추석 아니랄까봐 끼어든 <러시아워2>!
브리짓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결국 메가박스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신촌에서 삼성까지 지하철로 이동, 8시 프로를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결정하고선 만나기로 한 시간 맞춰 동생 학교 앞으로 갔는데, 약속 있는 거 뻔히 아는 동생의 지도교수가 가방 다 쌌는데 일을 시킨 겁니다! 교문 앞에서 30분 여를 기다리느라 지치고, 힘들고...
우아한 스파게티 저녁식사는 날려버리고 부랴부랴 코몰로 뛰었습니다. 표 끊고, 버거킹 와퍼로 저녁식사 해결! (우쒸, 영화는 제가 돈내고, 저녁은 동생이 사기로 했는데 이거 왕 손해 봤어요. 금요일도 주말이라고 8000원 받더군여.-_-;)
이리 고생해서 본 영화는 정말이지, 맞아맞아 토크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영국 어학연수 때의 그 낯설었던 영국식 악센트가 그리워지더군요. 프레이저 보면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었던 것고 새록새록 생각나고, 그 오종종한 브리짓의 방은 제가 묵었던 홈스테이의 거실 분위기랑 비슷했습니다. 엄청 어질러진 것까지 말이죠.
출판기념회에서 살만 루시디가 마틴 에이머스 소설 가지고 뭐라뭐라하는 거는 진짜로 루시디 아닌 줄 알았는데, 진짜더군요. F.R. 리비스의 문학 이론 개설서를 읽으면서 머리카락 쥐어 뜯던 것도...
체중감량과 술, 담배 줄이기. 멋진 남자 봤을 때 헤벌레하지 않기-_-; 등등의 지키지 못할 계획들을 잔뜩 세우는 일.
헬스클럽 끊어 놓고선 빈둥대며 안 가다가 좀 괜찮은 사람 만날 약속 생기면, 부랴부랴 달려가 죽어라 자전거 타고, 러닝머신에서 뛰는 일.
조금 괜찮아 보여야 할 때, 긴장해 버려선 분위기 띄운다고 농담했다가 오히려 더 썰렁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
뭔가를 해야 할 때, How To~.의 책들에 의존하는 일까지... 어쩜 이렇게 공감 만땅일 수 있는 건지...:-)
2년 전인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출판되었을 때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키득거리면서 봤어요. 소설은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조금 더 자세하게 그려져 있고, 그만큼 잔재미는 있지만 '브리짓' 자체에 집중하게 되지는 않죠. 그리고 마크가 조금 더 불퉁대야 하는데, 영화에선 너무 유했어요. 아, 이건 제 모자란 히어링 능력 탓이 클지도 모르겠군요.
스물 여섯, 스물 일곱의 자매가 신나게 웃었는데, 웃다가 웃다가 눈물 한 방울 찔끔 나와버렸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음악이 너무 멋지다, O.S.T 사고 싶다, 헬스클럽 얘기는 정말 공감이 가, 술 담배 얘기가 공감 가는 걸..등등의 수다를 엄청나게 떨었습니다. 저희 자매 둘 다 휴 그랜트한테는 별 관심이 없는데, 제 동생은 콜린 퍼스한테 엄청시리 반해버렸어요. 살찌지도 않았는데, 체격이 좋고 키도 크고.. 옆에 선 르네 젤뤼거가 절대로 뚱뚱해 보이지 않아 보였다나요? 뭐 첫 장면의 그 루돌프 스웨터랑 눈사람 넥타이는 정말 '엽기'에 가까웠지만 말입니다.
'언니야, 뭐 느끼는 거 없어?' - 남자친구랑 사귄지 6년 째 되는 내 동생의 발언입니다.
'절절하다 절절해.' - 백수에다가 남자친구 없이 지낸지 3년 째 되는 저의 발언입니다.
동생한테는 말 못했는데, 속으로 한 마디 더 했어요.
'어찌됐건, 브리짓은 적어도 일자리는 있네.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