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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가 자랑하는 풍물굿패 몰개가 저녁 7시 30분부터 충주문화회관에서 제11회 정기공연을 하는 날.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있다. 유료공연인데도 객석을 꽉 채운 것은 충주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그만큼 국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말이겠다.
'몰개'라는 말은 의태어로서 모래의 고어이며 강원도 지방의 방언이다. 그 뜻은 '파도가 치면 부서지는 포말'이다. 이런 의미를 가진 몰개를 풍물굿패 이름으로 삼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몰개는 비록 작은 힘이지만 끊임없이 바위를 쳐서 오랜 세월동안 바위의 모양새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처럼 풍물을 통한 쉼없는 노력으로 우리음악(문화)를 지키고 가꾸어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풍물굿패 몰개는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충주지부 풍물위원회 소속 단체로서, 1987년에 '문화패 웃다리'로 창단되었다. 그로부터 4년 뒤 1991년 '놀이패 몰개'란 명칭으로 바뀌면서 보다 전문적인 풍물단체로 성장했으며, 97년 '풍물굿패 몰개'로 다시 명칭을 바꾸었다. 그후 이들은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켜 이 땅에 건강한 삶의 공동체 문화를 보급하고 재생산해 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해마다 민속놀이(절기행사)로 해맞이 산행(1월1일)과 지신밟기(음력 정월 대보름), 단오맞이 대동굿(음력 5월5일)을 개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규모의 강습(강원도 교사 풍물교실, 전문풍물패 전수)을 통해 국악을 보급하고 있으며, 청소년을 위한 공연 및 강습(청소년 국악 캠프, 초중고교 특활, 청소년을 위한 신나는 국악여행 전국순회공연, 청소년 국악 어울마당 등)도 실시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우리 음악의 창작들을 무대 위에 올리는 정기공연을 올해로 11회째 하고 있으며, 국내외적으로는 300여회 이상의 공연을 하였다.
풍물굿패 몰개는 이영광 대표를 비롯해서 류인상, 류근철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송용종 사무국장이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문굿으로 공연의 막이 오른다. 문굿은 문굿잽이들이 고사굿을 시작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서 행해지는 놀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문굿은 수문장에게 문을 열라는 신호이며 만고의 복과 덕을 가지고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공연 시작을 알리는 놀이이기도 하다.
*이광수의 비나리 공연
다음에 이어지는 순서는 이광수의 비나리. 사물 반주에 맞춰서 부르는 이광수의 비나리가 구성지다. 비나리는 일상생활의 방해가 되는 여러 액살을 물리치고 순조로운 삶을 영위하고자 간절히 소망하는 바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비나리는 소원이요 소망이다. 비나리는 '빌다'라는 동사의 옛 명사이다. 비나리는 천지생성, 보통 사람들이 부정칭의 신격에서 끼어든 액과 살을 푸는 살풀이, 일년동안 다가오는 액을 막아주는 액막이, 수복강녕과 부귀복덕을 비는 덕담, 축원 등으로 구성된다.
비나리는 공연보다는 실제 굿에서 불려지는 비나리가 훨씬 더 애절하고 간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공연은 어디까지나 공연이기에..... 사람의 간절한 소원이나 소망을 빌기 위한 굿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리라.
*풍물굿패 몰개와 민족음악원 예술단이 함께 판굿을 벌이고 있다.
이광수의 비나리에 이어지는 순서는 판굿. 풍물굿패 몰개와 민족음악원 예술단이 함께 판굿을 벌인다. 풍물놀이의 진수는 뭐니뭐니해도 판굿이 아니던가! 치배들은 상모를 쓰고 상쇠는 부포를 썼다. 풍물잽이들이 풍물을 치고 상모를 돌리면서 둥글게 돌아간다. 신명나게 돌아간다. 판굿은 역시 사물놀이의 꽃이다. 판굿은 원래 고을마다 고시굿을 하다가 밤이 되면 횃불을 밝히고 마을사람들에게 걸림패의 여러 가지 장기들을 보여주는 굿을 말한다. 즉 판굿이란 판에 짜여진 굿으로 판제를 구성하여 서서 연주하는 사물놀이다. 그래서 약속된 장단과 놀음사위로 이루어진 판굿은 여러 잽이들의 뛰어난 기예와 멋이 한껏 발휘될 수 있다.
놀이를 통해서 무예와 진법을 익힐 수 있는 오방진굿이나, 돌림법굿놀이에서는 마치 회오리 바람과도 같은 남성적인 힘이 느껴진다. 반면에 풍년가를 부르면서 굿거리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놀이에서는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오늘 판굿은 이 시대 최고의 상쇠 이광수와 그의 문하생 잽이들의 기량이 유감없이 드러난 공연이었다.
*Free Jazz 2.5 Cycle을 연주하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미연
판굿이 끝나고 부부 연주가인 `박재천&미연' 듀오의 Free Jazz '2.5 Cycle'의 연주를 들려주는 순서. 미연의 피아노 연주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다이내믹하다. 금속성 타악기가 주를 이루는 박재천의 타악연주는 지극히 동양적이라고나 할까! 그들의 피아노와 타악기 협연은 어딘가 어긋나는 듯 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이 곡은 2.5박자로 되어있는 짧은 멜로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미지와 즉흥적인 감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형식으로 Free Jazz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박재천과 미연 듀오는 2.5박자를 두 배로 한 5박자로, 다시 5박자를 4배로 한 20박자로 발전시키면서 그 안의 무수히 작은 박자들을 40박(20박의 두 배 빠르기), 더 나아가 60박(Jazz의 Swing)으로 연주해 낸다. 특히 첫 박을 금속타악기(징, 심벌)로 연주하는 것으로 인해 한국장단에서 나타나는 무속감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지난 1999년에 결성된 한국내 유일의 즉흥음악 전문 연주듀오다. 박재천과 미연 부부는 지난 99년부터 해마다 일본 연주투어를 계속해오고 있고 러시아, 스위스, 이집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초청 연주회와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KBS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의 음악을 담당했으며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프리뮤직은 기존의 음악적 형식과 규범을 따르지 않는 자유로운 즉흥음악을 말한다. 프리뮤직은 현대의 뮤지션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제공해 온 재즈의 정신이 살아 있는 음악이리고나 할까! 팝이나 가요같은 대중음악처럼 귀에 익지는 않지만, 고정된 틀을 깨는 뮤지션들의 생동감이 펄펄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음악이 바로 프리뮤직이다.
*Free Jazz 2.5 Cycle을 연주하고 있는 타악기 연주자 박재천
박재천의 타악기 연주는 뭐라고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신비한 요소가 있다. 금속타악기가 내는 맑고 깊은 소리가 피아노 연주와 함께 어우러져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무속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박재천과 미연 부부 듀오의 연주는 오늘 처음 들어보지만 이들이 매우 높은 경지에 이른 연주자들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자유로우면서도 발랄한 미연의 피아노 연주와 가슴속 깊이 와닿는 박재천의 타악연주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이들 부부 듀오는 그야말로 천상배필이다.
타악기 연주가 박재천은 이미 재즈 색소폰의 명인 네드 로덴버그나 야니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연을 가진 바 있다. 세계적인 연주가들과의 협연 외에도 그는 실험적인 음악공연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타악을 통해서 그는 한국 고유의 가락을 영혼을 울릴 수 있는 무한의 소리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가 자유자재로 두들겨 울려내는 타악기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환상적인 무한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박재천은 분명 한국 프리 재즈계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다.
박재천의 타악기 연주에서 종종 발견되는 동양적이면서도 무속적인 요소들은 국악의 명인들로부터 사사를 받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1989년 그는 국악을 공부하기 위해서 전남 구례로 내려간다. 거기서 동편제 판소리의 명인 강도근 선생의 제자 임윤명에게 판소리를 배운다. 그리고 구례 민속 농악단 상쇠인 유순자에게서는 장구와 꽹과리를 익힌다. 또한 토속적인 무속음악을 익히기 위해 진도 무당인 정보살 일행의 북잡이 노릇을 하며 음악순례를 한다. 국악순례를 마친 뒤 그는 국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대중가요를 만들고자 하는 뜻을 세우게 된다. 그 결과 나온 음반이 사물놀이와 대금의 토속가락에 신디사이저와 첨단의 컴퓨터음향을 가미한 '박재천 사주팔자-서울음반, SPDR-261,91년6월'이다. 이 음반을 내놓고 박재천은 이렇게 말한다. '타이틀의 사주팔자는 개똥이다. 나는 anti 사주팔자를 말하고 싶었다. 원초적인 사주팔자에서 더 큰 신 예수님으로 가는 과정을 컨셉으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박재천의 음악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후 박재천은 '사주팔자'그룹과 함께 재일민단,조총련, 일본의 음악아티스트들이 함께 모여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한 일본 오사카의 One Korea Festival 음악축제에 참여한다. 1993년엔 음대 출신 뮤지션들과 '몰이모리'라는 퓨전 재즈 록밴드를 만들어서 전통 가락에 클래식과 재즈, 록을 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대전 EXPO 개회식 때는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에 아이젠을 신고 올라가 대북연주를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전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한다. 그리고 1995년에는 멕시코, 미국 등지의 연주인들과 다국적 펴큐션밴드를 결성해서 분격적인 미국투어에 나선다. 그는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의 한국음악을 추구하는 작업을 꾸준하게 지속한다. 이런 노력은 재즈음악의 대중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얼마 전부터는 부인인 피아니스트겸 작곡가 미연과 함께 러시아,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전세계의 유명한 음악 페스티발이나 각종 국내무대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국악 가락이 바탕에 깔린 프리재즈 선율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으로부터는 한일 월드컵 축가의 작곡과 연주를 의뢰받았을 만큼 일본에서도 박재천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곡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신약의 사도신경을 자신만의 독특한 타악기 연주로 해석한 그의 다섯 번째 음반이다.
박재천은 타악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또 국악이 녹아들어간 대중음악을 열망한다. '타악기로 가능한 영역의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 각 나라엔 고유한 리듬과 정서가 있듯 예술에도 국경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가요의 근본인 판소리를 알아야 모든 걸 응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판소리의 맛을 이해하는 가수가 있다면 언제라도 대중 가요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대중가요에 대한 그의 변치 않는 사랑을 읽을 수 있다.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의 한국가락이야말로 박재천의 꿈이다. 그런 그의 꿈이 실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광수와 풍물굿패 몰개, 박재천과 미연 듀오가 '藝風'을 협연하고 있다.
이번에 이어지는 순서는 이광수와 풍물굿패 몰개, 박재천과 미연 듀오가 함께 협연하는 '예풍(藝風). 이광수는 쇠를 잡고 구음을 맡았다. 프리재즈와 국악과의 만남의 장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예풍은 징의 합주를 통해서 태초의 원시적인 순수함을, 피아노의 선율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과의 충돌과 조화를 표현하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프리재즈의 타악과 구음은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그리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탐욕과 이기심을 치유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는 듯 하다. 예풍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국악과는 달리 새로운 형태의 협연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느낌도 새롭다.
*풍물굿패 몰개와 민족음악원 예술단의 삼도사물놀이
예풍에 이어 무대에 오른 것은 삼도사물놀이. 풍물굿패 몰개와 민족음악원 예술단의 협연이다. 몰개의 이영광 대표가 상쇠를 잡았다. 사물놀이에는 북이 많아야 한다. 북소리는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물놀이의 마지막은 반드시 휘몰이로 해야 한다. 휘몰이 장단에 몰입하면 무아지경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넋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사물놀이는 장르의 구분이며 연주곡의 이름이기도 하다. 풍물이 가지고 있는 여려 가지 요소들 가운데 음악적 요소가 가장 두드러진 것들만 뽑아 실내연주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다. 사물놀이는 음악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리듬을 위주로 짠 것이다. 악기도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네 가지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사물놀이는 네 가지의 악기가 내는 배음의 구성 및 연주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사물잽이들의 뛰어난 기량과 완벽한 호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앉은반 사물놀이 연주곡 중 삼도사물놀이는 웃다리지방(경기, 충청), 영남지방, 전라도지방의 풍물가락들을 편곡하여 무대연주 감상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삼도사물놀이가 진행될 수록 관객들의 흥도 점점 높아만 간다. 휘몰이를 마지막으로 삼도사물놀이가 끝났을 때 관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온다. 마치 잠자고 있던 휴화산이 갑자기 폭발하듯이..... 공연자들 뿐만 아니라 공연을 보러 온 관중들도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리라.
*출연진들이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삼도사물놀이를 마지막으로 오늘 공연은 모두 끝났다. 공연을 마친 출연진들이 무대로 나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쇠와 비나리의 명인 이광수가 출연진들을 대표해서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객석으로부터 또 한 차레 박수가 쏟아진다. 이런 멋진 공연을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내년에는 더욱 발전된 공연을 기대해 본다.
*출연진과 관중들이 함께 어우러져 신명나게 벌어진 뒷풀이
공연이 끝나고 아쉽기는 출연진이나 관객들이나 다 마찬가지인가 보다. 사물놀이패의 선도로 무대 위에서는 한바탕 신명나는 뒷풀이가 벌어진다. 관객들도 무대 위로 올라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흥겨워 한다. 국악 한마당에 어찌 이런 뒷풀이가 빠질 수야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모든 사람이 한 마음이 되는 대동놀이인 것이다. 보는 사람마저 신바람이 나게 만든다. 참으로 오랜만에 신명나는 국악공연을 보았다.
사물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