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영토/ 이해인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 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 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놀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한국인의 애송시 II, 신예시인 48인선 중에서]===
이해인 시인님으로 호칭하는 분도 계시고 수녀님으로 호칭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해인 시인님의 고향이 경기도 이천으로 제가 태어난 여주와도 가까운 곳입니다.
여주와 이천의 중간쯤이 저의 고향 흥천면입니다.
노랑, 하얀 민들레가 피어있는 길을 걸어 보셨습니까?
토종민들레는 같은 종 이외에는 절대로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합니다. 흔하게 피어나는 서양민들레의 꽃가루 찾아와 애걸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데요 글쎄. 자기가 원하는 토종민들레의 꽃가루가 날아오기를 일편단심 기다리다가 토종민들레의 꽃가루가 날아오면 받아들이고, 끝내 오지 않으면 급기야는 처녀임신을 해버리고 만다는군요.
우리가 봄날에 보는, 바람에 날리는 토종민들레의 꽃씨는 발아가 되지 않는 무정란과 같은 씨가 많은데, 이 때문에 '일편단심(一片丹心) 민들레'라는 말이 나온 것이랍니다.
반대로 서양민들레는 근친이고 무엇이고 찾아오는 대로 모두 받아들여 씨를 맺기 때문에 대부분 발아가 되어 서양민들레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답니다. 절개를 지키는 것이 토종민들레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는 셈이지요.
비내리는 주말입니다.
커피 한 잔 하시며
빗소리가 취해 보심은 어떠신가요.
평화롭고 넉넉한 오늘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