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놀이터이다. 맛있는 냄새가 새어나오고,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따스한 공간. 요리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창의력을 키워주고, 편식 습관을 고친 사람들을 만났다.
엄마만의 공간이던 부엌이 재미있는 공부방으로 변신하는 순간, 아이에겐 드넓은 세상이 펼쳐진다.
요리는 아이의 다중지능을
자극한다빅마마 이혜정 맛깔스러운 말솜씨와 푸근한 인상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빅마마 이혜정. 과천에 있는 스튜디오를 찾았을 때 그녀는 한창 요리 수업 중이었다. “닭고기 껍질처럼 몸에 나쁜 게 없다고 해요. 그러니까 닭고기 껍질은 ‘웬수’처럼 여기세요”라며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강의를 하는 그녀. 스무 살을 훌쩍 넘긴 아들딸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요리를 통해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아이가 책을 보다가 보리차를 끓이는 저를 보고 ‘엄마 뭐해?’ 하고 물으면 공부가 시작되는 거예요. ‘응, 물 끓여’ ‘물이 끓는다고?’ ‘응, 물은 열을 받으면 부글부글거려. 열은 다른 말로 에너지라고 해, 에너지를 받으면 힘이 세져서 부글부글 끓는 거지’라고 얘기해주면 어렵지 않게 과학 공부를 하는 거잖아요.”
나물을 데칠 때 소금을 뿌리는 것을 보고 왜 소금을 넣느냐고 물으면 간이 배어 맛이 난다며 소금을 살짝 아이 입에 넣어주며 미각을 자극하기도 하고, “소금을 넣으면 순간적으로 온도가 올라가거든. 갑자기 뜨거워지면 나물이 놀라서 몸을 웅크리게 돼. 퍼져 있던 것이 오므라드니까 먹을 때 쫄깃쫄깃 씹는 맛이 나겠지”라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주었다는 그녀.
“아이에게 한번은 연근쇠고기말이를 해줬는데, 아이가 먹으면서 ‘음음’ 노래를 하는 거예요. 왜 먹으면서 노래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엄마, 입에서 피아노 소리가 나, 음식이 오케스트라처럼 연주를 해’ 그러는 거예요. 연근이 사각사각하니까 마치 음악 소리 같았나봐요. 그러면서 즐겁게 고개를 흔들며 먹는데, ‘아, 이만큼 좋은 공부가 없구나’ 싶었어요. 식감이라는 게 사람을 들뜨게 하잖아요. 아이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다 보면 마음이 즐겁고, 정서도 순화되고요.”
고운 색깔의 그릇에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장식하는 동안 미적 감각은 절로 키워지고, 머리를 비우고 가슴으로 함께 만든 음식을 맛보다 보면 자연스레 교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녀는 요리는 아이와의 대화를 교육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고 강조한다.
“아이와 함께 튀김 요리를 해보세요. 물은 열을 가하면 부글거리는데, 기름은 왜 열을 가해도 끓지 않는지 이야기 나누면서, 나와 아이의 성향이 다르듯 물과 기름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 나누면서 엄마에 대해, 그리고 아이에 대해 조금씩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요?”
요리는 아이의 창의성 발전소다큐레이터 김현정 잠실 종합운동장 내에 자리한 ‘살아 있는 미술관’은 모나리자가 말을 하는 등 명화가 실제 움직이는 전시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피자를 만드는 요리 프로그램으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찰흙 등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일은 이미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라 재미를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피자를 만들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만든다는 사실에 설레고, 또 피자 도나 피망, 양파, 소시지, 버섯, 고기 등 음식 재료를 활용하는 것 자체에 호기심을 갖더라고요.”
요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재료를 보고 만지면서 온몸이 자극을 받는다. 특히 손을 많이 움직이면서 근육이 발달한다.
“엄마 아빠는 손도 못 대게 하고 자신이 직접 만드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렇게 몰입해서 만든 요리를 엄마 아빠에게 먹어보라고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거예요. 형제들이 같이 와서 만드는 경우 서로 이것저것 상의해가며 만들거든요. 협동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도 길러지죠.”
요리할 때면 아이가 재료를 자유롭게 쓰도록 도와준다는 그녀. 동그란 올리브로 눈을 만들 수도 있고, 여러개를 붙여 이 모양을 만들기도 하는 등 한 가지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게 해 아이의 생각의 틀을 넓혀준다.
“요리로 그림을 그리면 도화지와는 다르게 표현 되잖아요. 그리는 방식도 달라지고요. 그렇게 새로운 재료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면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표현력과 상상력을 키워갈 수 있어요.”
요리는 편식의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아림이와 엄마 여섯 살 아림이는 3개월 전부터 요리를 통해 과학과 미술 등을 가르치는 ‘요미요미’에 다니고 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엄마가 밥상을 차릴 때면 부엌에 들어와 이것저것 흥미를 보였고, 상추나 쌀을 씻는 등 조그만 일을 맡기면 즐거워했다는 아림이. 집에서 하기에는 도구도 마땅치 않고, 싱크대도 높고, 재료는 어떤 것을 사용하고, 어떤 요리를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엄마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요리로 공부한다고 해도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처럼 효과가 바로 보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여러 면에서 조금씩 자극을 받다 보면 변화가 온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큰 효과를 본 것은 아이의 편식 습관을 고친 것이다. 예전에는 음식을 먹을 때 이것저것 골라내고 먹었는데, 채소며 두부 등 좋아하지 않던 재료로 음식을 만들면서 익숙해져서인지, 안 먹던 음식도 잘 먹는다. “선생님이 요리할 때 채소를 넣어야 맛있다고 설명해주고, 다른 아이들도 잘 먹는 모습에 조금씩 먹기 시작하더라고요. 자기가 직접 만든 음식이다 보니 자랑스러워하고 별다른 거부감이 없나 봐요.” 수줍은 성격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엄마에게 완성된 음식을 가져와 어떻게 만들었다고 설명하면서 표현력도 늘었다. 맛있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이것저것 해보려는 적극성과 자신감도 생기는 듯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