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와인의 ‘정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미소로 시작해서 미소로 끝나는 것 일 것이다"
윌리암 소콜린이 남겼다는 이 말은 좋은 와인에 대한 적절한 비유로 공감을 샀는데요,
그렇다면 좋은 와인의 ‘조건’은 무얼까요? 저는 좋은 와인의 조건으로
좋은 ‘재료’와 좋은 ‘장소’ 그것을 함께 즐기는 ‘사람’ 그리고 좋은 ‘때‘를 들겠습니다.
매해 11월 셋째 주 목요일부터 판매되는 보졸레 누보는
무엇보다 ‘때’가 중요한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와인’하면 시간이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만큼은 예외입니다.
누보(Nouveau), 즉 ‘new’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이 와인은 6주밖에 안 된 햇와인을 일컫는데요,
텁텁한 맛이 없고, 풍부한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오랜 기간 숙성시키는 다른 와인들과 달리 이 보졸레 누보는 수확 후
일주일 정도 발효시켜 4~5주의 짧은 숙성기간을 거쳐
두 달 안에 병입하는 특성을 갖춘 와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출시 후 1년 안에 마셔야 하는, 정말 ‘때’를 잘 맞춰 마셔야 하는 와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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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신사역 부근의 ‘무학주류마켓’과 ‘파머스 키친’은
와인의 좋은 ‘때’만큼이나 중요한 좋은 ‘장소’에 부합하는 곳입니다.
이 곳은 1층에 위치한 ‘무학주류마켓’에서 와인, 위스키들을 부가세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으로
다른 일반 와인샵보다 20%정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여,
2층의 레스토랑 ‘파머스 키친’에서 콜키지 비용 없이 식사와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날 평소 자주 만나는 지인 중 한 명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이곳을 찾았습니다.
‘무학주류마켓’은 버번위스키인 브랑톤, 브랜디, 꼬냑 그리고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이탈리아, 칠레,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지로부터 와인을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 공간 자체가 와인 전시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와인들을 구경해볼 수 있어 눈부터 즐거운 곳이었죠.
그 중에서 저는 올 해 출시된 보졸레 누보 한 병을 구입했습니다.
이 보졸레 누보는 한국에 처음 소개될 당시만해도
매년 같은 날 판매에 돌입한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한 이슈가 되었는데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시기적인 마케팅 때문에 보졸레 누보의 유명세는 높아졌죠.
하지만 저는 이런 보졸레 누보의 마케팅이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는데요,
현지에서 아주 값싼 가격으로 마실 수 있는 이 와인을 최대 20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판매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학주류마켓에서는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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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날 구입한 와인은 ‘2010 조르쥐 뒤뵈프 보졸레 빌라쥐 누보’였습니다.
이 와인에 대해 설명 드리기 전에 보졸레와 보졸레 누보의 차이부터 설명해드리자면,
일반적으로 보졸레가 전통적인 와인 양조법에 따라 수개월 걸려 만든 와인이라면,
보졸레 누보는 15일이면 와인이 만들어지는 속성양조 방식이랍니다.
포도를 으깨지 않고 그대로 통속에서 3-4일간 침용시켜
발효를 시키는 방식은 신선한 레드와인을 얻는데 효과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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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고 신뢰할 만한 두 개의 보졸레 도매상은
조르쥐 뒤뵈프(Georges Duboeuf)와 루이 자도(Louis Jadot) 랍니다.
특히 제가 이 날 구입한 와인이기도 한 조르쥐 뒤뵈프(Georges Duboeuf)는
보졸레 누보의 창시자라고 합니다. 그 만큼 보졸레지역 최고의 네고시앙으로
보졸레누보 판매 전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고 하네요.
또 이 와인은 화려한 색채의 레이블이 특징인데요,
올해 레이블 디자인 역시 강렬한 레트와 플라워 문양이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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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맛은 어떨까? 본격적인 식사가 나오기 전에
와인부터 음미해보기로 하고 잔에 따랐습니다.
그 향부터가 달콤했는데요, 레드와인 중 가장 마시기 쉬운
와인이라서 인지 목 넘김이 상당히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햇와인으로 생산돼서 진하다기 보다 신선하다는 느낌이 강했고,
특유의 푸루티한 맛이 상큼하게 다가오더군요. 전통적인 와인이 다소
격식을 차리고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면,
이 보졸레 누보는 좀 더 젊고 캐쥬얼한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린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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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2층의 ‘파머스 키친’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곳은 꽤 넓은 공간이 고급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빈티지스러운 면이 있어 보졸레 누보와 상당히 어울렸습니다.
특히 오래된 유럽 동화책 같은 느낌의 메뉴판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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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간 일행들과 곧 메뉴를 골랐습니다.
이 날 고른 메뉴는 페스카토레와 까르보나라 그리고 고르곤졸라 피자였습니다.
주방에서 요리 중이신 분들을 보니 요리가 더욱 기대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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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온 페스카토레는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였는데요,
적당한 쫄깃한 면과 싱싱한 해산물이 잘 어우러져 입맛을 당겼습니다.
매콤한 맛이 와인과 더욱 잘 어울리기도 하더군요.
매콤한 맛을 달래줄 까르보나라의 고소함이 식욕을 더 부추겼는데요,
마지막으로 고르곤졸라 피자의 진한 치즈의 풍미가
꿀과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만족할만한 식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에 초를 붙였습니다.
어렸을 때와 달리 이제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다는 사실이 그리 기쁘지만은 않은지
사진 속 생일자의 표정이 살짝 굳어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해준다는 사실만큼은 꽤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초를 끄고 이내 활짝 얼굴이 펴졌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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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생일 파티를 즐기고 담배가 당겨 일행 한 명과 함께 테라스로 나갔습니다.
"시가는 와인과 같아서 많은 시가를 태우는 것보다 좋은 시가를 태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비도프 담배의 창시자 지노 다비도프가 생전에 남긴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좋은 담배는 좋은 와인과 같다는 말일 텐데요, 이 날 만족스러운 보졸레 누보를 마시고
다비도프를 꺼내 피우고 나니 마치 크리스마스 파티를 미리 한 것 같은 기분까지 들더군요.
게다가 창 밖을 보니 눈까지 내리고 있었습니다. 함박눈까지는 아니었지만
올 겨울 들어 본 저의 첫 눈이었습니다. 와인의 기분 좋은 취기와 함께
다비도프의 진한 향이 어우러져 기분 좋은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보졸레 누보가 좋은 때를 만난 것 같이,
이 날의 인연도 인생의 가장 좋은 때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곳을 빠져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