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에서 두 시간 가까이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가늘어졌다.
혼자 점심 먹을 곳이 마땅찮다.
NC웨이브 뒷골목을 걸어가니 백반 부페집이 두개 보인다.
오천원을 내고 밥을 먹는다. 어제는 4,500원 오늘은 5,000원, 거기에
영화비도 조조로 6,000원이었으니 내가 구두쇠가 된 것 같다.
충파정류장으로 와 버스를 타고 소태역에 내린다.
2시 12분에 보성가는 버스가 있다.
8,200원 표를 뽑아놓고 30여분 기다린다.
버스는 가는 빗속을 화난듯이 거칠게 달려간다.
바보에게서 차열쇠를 받아 방진관으로 간다. 문이 닫혔다.
담장을 돌며 보성과 충무공의 인연을 그려놓은 그림을 본다.
이동해 읍사무소 차를 두고 열선루로 올라간다.
비는 그쳤다. 높으막한 동산 위에 광장을 두고 다섯칸의 큰 2층 누각이
완성단계다. 단청까지 마쳤는데 아직 건물 이름표가 없다.
보성역과 몇 개의 아파트 사이에 낀 낮은 집들과 짓다만 아파트의 검은 모습도 본다.
반대편으로 데크길을 내려와 차를 그대로 두고 오충사로 간다.
큰길에서 들어가는 입구의 경모문은 닫혀있다.
비석군을 보고 옆 벽면에 그림처럼 나무처럼 가득 찬 담쟁이 덩굴을 본다.
작년의 기억을 찾아 옆길로 돌아가니 차량이 들어가는 문이고 바로 묘정비와 유허비 등이 서 잇다.
송사 기우만이 찬한 유허비를 보고 또 한글로 다시 번역해 놓은 검은 비석도 대충 읽어본다.
마당의 흙을 조심스레 건너 궁중건물 같은 충의당과 오충서원 앞으로 간다.
편액과 주련의 몇 개는 설주 송운회가 88세에 썼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뒷쪽 계단 위에 있는 오충사는 보지 못했다.
활성산 편백숲을 가려다가 날씨가 흐릿하니 간단히 솔숲이나 보자고 웅치로 길을 잡는다.
폐교가 된 웅치초의 소나무 숲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제암산 가는 쪽에 차를 두고
웅치 솔숲을 검색해 본다.
바로 가깝다. 회천으로 가는 길을 가다 오른쪽에 덕림 용추마을로 안내한다.
큰길에서 바로 초록의 솔숲이 보인다.
앞쪽에 또 잎없는 나무들이 가득해 거기부터 먼저 들어가 본다.
용추마을의 숲이다. 느티나무가 보이는 듯 하더니 아래로 내려가자 서어나무들이다.
비는 개어 파란 하늘이 점차 넓게 드러난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0,5부터 3까지 조정해가며 키큰 나무들을 찍는다.
다시 마을을 지나 덕림마을의 솔숲 입구에 정차한다.
원래의 나무는 고사하고 새로 심은지 120년 정도 되는데 160여 그루라 되어 있다.
보기좋게 구부러져 서로 조화를 이루고 무성한 잎들을 서로 맞잡고 지붕을 이루는
소나무들이 보기 좋다. 숲의 끝까지는 가지 못한다.
이런 숲의 나무는 이쁘고 산속의 작은 나무들은 미운가?
자연에 등급을 주어 혼자 폼을 잡는 난 호사가인가 청맹과니인가?
5시가 다 되어간다.
조성에 가 먹을 안주감을 준비하려면 바쁘다.
급히 운전해 벌판을 지나 일림산과 활성산을 가르는 한치를 넘어 회천의 율포어판장으로 간다.
비가 와서인지 생선은 별로 안보이고 새조개와 키조개관자를 싸 두었다.
45,000원 주고 두개를 사니 가리비를 얹어준다. 가리비를 5,000원어치 더 달라고 해 5만원을 준다.
다비치콘도 옆의 마트에 들러 술과 야채 등을 더 산다.
영화비와 점심을 절약해 술마실 비용으로 쓴다.
6시 전까지 읍에 갈 시간 여유가 있어 서쪽의 방파제를 조금 걸어본다.
득량도가 크고 긴 고흥반도와 그 끝의 완도 섬들이 낮다.
아직 못 가본 생일도 백운산은 덩치가 좋고 약산의 삼문산도 또렷하다.
금산 적대봉과 용두봉도 보이는데 그리운 평일도는 평평하게 낮다.
삼비산 옆 구름사이로 지는 해가 힘이 세다.
부용산 천관산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