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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1 문대통령 지지율 취임 후 최저… 4·7 재보선 결과 레임덕 분수령
임기 내내 악재였던 부동산 민심이 문재인 대통령을 집권 이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여파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물론 여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오는 4월 7일 재보궐 선거 결과가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청와대 등 여권은 LH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하며 국면전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3월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이 지난 3월 16~18일 전국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평가를 조사해 3월 19일 발표한 결과, 긍정평가는 37%, 부정평가는 5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률 37% 기록은 올해 1월 셋째 주에 이어 두 번째며, 수치상 취임 후 최저치다. 부정률 55% 역시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취임 후 최고치다.
이는 LH 사태 여파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민심이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37%)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지난주(31%) 보다 6%p 오른 것으로 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35%로 1위를 기록했고, 국민의힘은 1%포인트 상승한 26%로 조사됐다.
문제는 보궐선거가 예정된 서울에서 민주당(28%)이 국민의힘(30%)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 역시 민주당 33%, 국민의힘 36%로, 국민의힘에 우위를 보였다. 특히 '4월 재보선 결과 기대'를 조사한 결과,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6%인 반면,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에 육박했다.
여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추이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통상 김영삼(6%), 김대중(24%), 노무현(27%), 이명박(23%), 박근혜(12%) 등 전직 대통령들의 4년차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여 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40%대 지지율이 붕괴됐을 뿐 집권 4년차 기준으론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부동산 문제로 인해 그간 강조해온 '공정의 가치'까지 흔들리면서 여론 자체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LH 사태와 관련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사과했음에도 여론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부동산과 공정이라는 '민심의 역린'을 한꺼번에 건드린 것으로 검찰개혁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복합적인 사안이 얽혀 있다"며 "정권말 임을 감안하더라도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도 "그간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가 줄곧 추진해온 계획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기류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사태 수습도 중요하지만, 획기적인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은 임기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오는 4·7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되는 시기가 결정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민주당이 참패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곧바로 레임덕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욱이 서울·부산 선거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지난해 총선에선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이 유지됐는데,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정반대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
반면, 여당이 승리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이 임기 막판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청와대 내에서 흘러나왔던 "유일하게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남을 가능성도 있다. 당정청도 LH 사태 수습을 위해 전면에 나서는 등 국면전환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9일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통해 LH 사태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부동산 업무를 맡은 공직자에 대해 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재산을 등록하도록 재산등록제를 확대 검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3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연일 LH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적폐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공직기강 확립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부패 구조를 엄중히 인식하며 더욱 자세를 가다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고자 한다"며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도박과 비슷한 여론조사 경선… 오세훈-안철수 누가 웃을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방식에 3월 19일 원칙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오세훈-안철수 후보 가운데 누가 최종적인 야권 후보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여론조사 경선은 도박에 가깝다. 공직 후보자를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어불성설이다. 다른 방법이 마땅치 않고 당사자들이 승복하겠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정치 현실로 존재할 뿐이다. 어쨌든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여론조사 경선에 자신들의 운명을 맡겼다.
최근 여러 언론사들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두 후보를 놓고 다양한 조사를 벌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방송>(KBS)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6일 발표한 ‘단일후보 선호도’를 보면 오세훈 38.4%, 안철수 38.3%로 거의 같았다.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 누가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었다. 선호도는 (오 후보 쪽이 요구하는) 적합도에 가깝다.
<문화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3월 15일 발표한 단일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는 오세훈 39.3%, 안철수 32.8%로, 오 후보가 조금 앞선다. 양쪽은 여론조사 문항으로 ‘적합도’(오세훈)와 ‘경쟁력’(안철수)을 놓고 팽팽한 샅바 싸움을 벌였지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3월 15일 <조선일보>가 발표한 조사를 보면, 적합도는 5.5%포인트(오세훈 36.8%, 안철수 31.3%), 경쟁력은 4.0%포인트(오세훈 34.5%, 안철수 30.5%) 차이에 그쳤을 뿐이다.
오세훈 안철수 후보 두 사람의 차이가 대부분 오차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누가 앞선다고 확실히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오차범위 이내지만 어쨌든 오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점점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오 후보는 지난 3월4일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나경원 전 의원을 꺾은 뒤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서둘러 여론조사를 실시하자고 하고, 오세훈 후보는 여유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세훈 후보 상승세의 배경은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나경원-오세훈으로 분산됐던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층 여론이 오세훈 한 사람에게 몰렸다. 둘째, 당내 경선 이후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이미지를 쌓는 데 성공했다. 셋째, 제1야당 후보였기 때문에 엘에이치(LH) 사태 반사이익을 흡수하는 데 안철수 후보에 비해 유리했다.
다른 변수도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고집을 부리며 안철수 후보를 지나치게 몰아붙였다. 이 때문에 안철수 후보에게 약간의 동정론이 쏠릴 수 있다. 이를 의식한 오세훈 후보도 막판에 무선전화 100%를 받아들이는 등,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한 ‘결단과 희생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두 사람이 마지막 순간까지 ‘명분’ 싸움을 치열하게 벌인 셈인데, 목적은 ‘실리’다. 이런 요소가 향후 여론조사에 어떻게 반영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
악재 또 악재… 흔들리는 박영선 반전카드 있나
4·7 재보궐 선거를 위한 후보자 등록이 3월 18일 시작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입장에서 첫 시작은 쉽지 않다. LH 임직원 투기 의혹은 초대형 악재였다. 나쁘지 않았던 판세가 한순간에 뒤틀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둘 중 누가 나서더라도 박영선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3자 구도로 간다 해도 박빙이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시대전환의 범여권 단일화 경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3월 17일 박영선 후보는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를 꺾고 단일 후보로 낙점됐다. 하지만 컨벤션효과도 LH 악재에는 기를 못 썼다.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박 후보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LH 특검’과 ‘3기 신도시 토지소유자 전수조사’ 강수를 던졌다. 디지털 도시와 그린 도시 등 간판 공약 대신 지역 밀착형 공약으로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달라진 박 후보의 전략은 지지율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까.
■ 예상치 못한 ‘디지털’ 공약의 흥행 부진
“하나는 디지털 서울로의 대전환이고 또 하나는 그린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플러스 그린, 이것이 서울의 방향입니다(3월 12일 JTBC 정치부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 ‘디지털’은 박영선 후보의 공약을 아우르는 단어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슬로건 아래 블록체인(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 기반 스테이블 코인(KS-코인)을 발행과 프로토콜(protocol) 경제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영선 후보의 공약은 재개발·재건축, 세금 부담 경감 등이 단골소재로 나오는 기존 선거 공약 문법과는 달랐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경험을 녹여내 혁신 이슈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공약에 대한 호평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왜일까.
박영선 후보의 디지털 공약 가운데 핵심 정책은 KS-코인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원화 가치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로 결제·송금 수수료 없이 서울의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고, 지방세 납부도 가능한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치고정형 암호화폐다. KS-코인만 놓고 보면 새로운데 혜택은 익숙하다. 결제·송금 수수료 무료화, 세금 납부는 이미 서울시에서 만든 제로페이와 은행 모바일 뱅킹, 민간 간편 송금·결제 앱을 통해 쓰고 있는 상용화된 서비스다. 류한석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라면 해당 코인이 단독으로 제공하는 혜택이나 가치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KS-코인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 담보 방식으로 발행된다. 서울시가 보유한 원화만큼만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블록체인 보안 전문기업 웁살라시큐리티의 김형우 대표는 “서울시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면 시 자산이나 세금으로 충분한 예치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환영할 만한 공약이지만 서울시민 입장에서 보면 투입 예산 대비 효용성이 낮은 사업이다”라고 평가했다.
박영선 후보가 제안한 디지털 공약의 한 축은 프로토콜 경제다. 프로토콜 경제는 이른바 ‘참여형 공정경제 시스템’으로 플랫폼에 모인 참여자들이 합의를 통해 정한 프로토콜(규약)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어 갖는 차세대 경제 모델을 뜻한다. 요약하자면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조성된 경제 생태계다. 박영선 후보는 독점 폐해 논란을 빚고 있는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프로토콜 경제를 꼽는다. 예컨대 배달의 민족(플랫폼)의 성장에 기여한 라이더들도 기여도에 비례해 암호화폐(시큐리티 토큰)를 통한 보상 배분을 받는다. 보상 내역과 배분 과정 등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프로토콜 경제에서는 갑과 을이 사라지고 소비자와 노동자 모두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책 <박영선과 대전환> 발췌)
문제는 프로토콜 경제의 필요성이 정작 현장에 스며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정치인의 언어로 프로토콜 경제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종사자들은 프로토콜 경제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말 플랫폼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직접 우리를 만나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LH 투기 의혹, 우세에서 열세로
디지털 대전환 공약이 흥행하지 못한 데는 LH 임직원 투기 악재도 컸다. 이 의혹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박영선 후보는 3월 12일 LH 사태 관련 민주당에 특검 수사를 건의하면서 “서울시에서 투기라는 두 글자가 다시는 들리지 않도록 제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박영선 후보의 발언은 강한 워딩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같은 시기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여당에서 강경 대책을 쏟아내 메시지가 분산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를 직시해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의 공정을 바로세우는 계기로 만들자”며 한동안 언급하지 않던 ‘적폐 청산’을 다시 화두로 던졌다. 3월 14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LH 임직원의 토지취득 금지’ 조치 발언이 미디어를 도배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박영선 후보의 특검 제안과 강경 발언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공정에 대한 열망을 어필하고 ‘내 자식 내가 먼저 때린다’는 전략을 택한 것도 현명했다. 다만 효과가 없었다는 게 문제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원내 대표까지 다 같은 전략을 취하다 보니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LH 사태 이후 박영선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월 15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3월 13∼14일 서울 유권자 103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3자 대결에서도 박영선 후보(33.3%)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35.6%)에게 뒤진 것으로 집계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5.1%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안철수 후보(55.3%)가 박영선 후보(37.8%)를 크게 앞섰고 오세훈 후보(54.5%) 역시 박영선 후보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는 3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영선 후보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선거운동본부에 참가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의 퇴출을 요구했다. 앞서 거대 담론을 담은 공약을 지우고 지역 공약으로 바닥 민심 잡기 전략으로 선회하려던 박영선 후보 입장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 악재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3월 17일 박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박영선 후보의 사과는 오히려 성난 여론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정의당도 박영선 후보의 무성의한 SNS 사과를 비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절두산 성지에 두 손 모아 기도할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장에 서서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어떻게 짊어지겠다는 것인지 당 차원에서의 명확한 입장을 내놓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원순 프레임에 발목
박영선 후보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박원순 전 시장 이슈로 몰렸다. 박영선 후보는 3월 18일 서울 관악구에서 지역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짊어지고 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남인순·고민정·진선미 의원을 처벌하거나 캠프에서 퇴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읽혔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날 오후 고민정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운동본부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고민정 의원은 SNS에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남인순, 진선미 의원도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들 의원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박영선 후보의 선거 레이스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의원들의 사퇴를 두고 극렬 지지층 사이에서 ‘선거를 위해 박원순을 버렸다’며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차원의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 카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약발이 얼마나 먹힐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거까지 20여일이 넘는 반전을 위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야당도 단일화를 놓고 혼란스럽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LH 투기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늦어도 선거 일주일 전까지는 반전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변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토론에 강점이 있는 후보 개인 역량에 기대 실전 토론 과정에서 지지율 회복을 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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