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서 언제부터인가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지난 6개월 표선읍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고작 2명이랍니다. 이런 소식은 당연히 미래에 대한 걱정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태어난 들 그들 상당수는 발달장애로 가니 출산인식의 변화보다 환경오염 문제가 훨씬더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그 울음소리의 정체가 몹시 궁금하던 차, 어제 낮에 옆집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바닷가구경을 하는 광경을 보고 마침 빨래건조기돌리려 마당을 가로지르고 있던 제가 얼른 가서 인사를 드리고 아기를 보았습니다.
아기는 뽀얗고 통통했고 인물도 좋았습니다. 제 인사건넴을 영 부담스러워 하는 할아버지가 얼른 아이를 할머니에게 넘기며 사라지고 할머니 품에 안긴 아이를 제가 깍꿍놀이하듯 이쁘다고 다가서니... 생각보다 아이가 훌쩍 큽니다. 돌을 지났다고 하는데 14개월? 근데 아이는 아직 걸음을 못 걷는다고 합니다. 울음소리는 영락없는 백일아이 느낌이었는데...
급하게 밀려오는 좋지않은 예감, 돌쟁이를 넘긴 아가들의 천연덕스럽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그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더 위험해 보이는 것은 어떠한 경계나 낯가림도 없이 잠깐 의미없는 주시 후에 훽 돌려버리는 고개와 몸짓에서 제가 우려하는 전형의 증세들이 묻어있습니다. 아이와 잠깐이지만 교감을 가지려던 저는 조부모와 아이의 예상치않은 조짐의 행동들로 마음이 오히려 무거워졌습니다. 그저 아니기를 바래야죠...
일요일, 태균이 운동가자고 재촉해대는데 비올 조짐이 있어 어찌할까하다 아이들 데리고 나왔습니다. 준이가 전에 일기에 쓴 것처럼 순한 양이 된 것은 다시한번 감사드려야 합니다. 일단 해안도로 드라이브 후에 비가 내리면 잘 설득해 데리고 오려했는데 태균이 이에 굴하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차 안에 있던 우산 두 개를 두 녀석들 들라하고 저는 급한대로 재활용쓰레기 분리용으로 늘 차에 넣고 다니는 커다란 비닐을 뒤집어쓰고 지미봉둘레길 걷기를 했습니다. 엄마사진 찍어준다고 쓰고있던 우산을 던져버리니 사진 속 우산 자태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예상보다 살이 빠지지않아 아빠한테 폭풍잔소리 듣고사는 태균이. 매일 아침 두 번씩 몸무게 체크를 당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그렇듯 아빠와의 거리를 두려는 모습들이 귀엽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태균이 데리고 평생 어딜 가본 적도 한번 없으니 단도리를 주로 말로 해대는 이 놈의 성격을 제가 힘들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저 국가의 아들로 잘 살아주길 바랄 뿐이었는데, 그 역할의 가장 정도로 축소된 지금, 때로 그 관심이 가족에게 돌아오기도 하니, 어째 좀 부자연스런 관심이라 그러려니하고 넘기는 시간들이 좀 늘어났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려는 것도 노력과 수양이 요구됩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기력! 때로 심적 부담이 커지면 무기력해지기도 해서 노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자신을 다잡아보는 노력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뭐든 노력없이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어제 밤늦게 보충제 주문받으면서 오래 전부터 알고지내는 엄마와 벌써 11살이 된 아이문제에 관해 이야기나누는데... 다른 엄마들이 대부분 그렇듯 특정시기가 되면 제 생각이 나는 모양입니다. '그래! 대표님 말이 다 옳았어!' 이런 식인 듯 합니다.
아이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 그 아이엄마에게...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훨씬 힘들고 좌절하고픈 시간들은 아직도 멀었다 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지금이야 너무 힘들겠지만 몇 배 힘든 일이 수두룩할 것인 긴 터널에 이제 막 진입한 정도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 컴컴한 긴 터널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과약물로 대체하거나 중도포기하는 부모님들이 대부분입니다.
혹시라도 지금 힘들다면... 터널의 길이를 재보십시요. 끝까지 견딜 힘이 있는지, 견딜 명목과 주관은 있는지, 터널 끝에는 환한 빛이 있다고 믿음을 유지할 수 있는지... 모두 우리의 이야기이니까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에 그 엄마를 힘껏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아빠님 안의 아기와 소년도 대표님이 보살펴야 될듯 싶습니다.
완이 보담은 덜 힘드시죠.
태균씨와 준이 소식은 언제나 즐겁습니다.🥀🙏🏻🌻